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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충돌을 보도한 기자들 언론에 제보한 군관계자..
기획

천안함 충돌을 보도한 기자들 언론에 제보한 군관계자

신상철 (前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 기자 입력 2018/11/19 14:28 수정 2018.11.19 14:40
천안함 ‘충돌’에 대하여 ⑩

천안함 ‘충돌’을 취재하고 보도한 기자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천안함 사고 당일 <천안함이 충돌로 침몰했다>는 기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사고 첫 날 가장 영향력이 큰 TV 방송에서 ‘좌초’, ‘침수’, ‘파공’을 집중적으로 보도했기 때문이며 불과 몇 일 후 국방부가 주도하기 시작하면서 부터는 ‘폭발’로 급선회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충돌’에 관심 가질 기회조차 제대로 없었던 겁니다.  

사고 초기 언론은 ‘천안함은 좌초했다’고 못박기에 바빴습니다. 오히려 저는 “인양된 선체를 보기 전에는 확정할 수 없다”는 신중한 입장이었습니다만, 언론에서는 좌초, 침수, 파공, 표류.. 이러한 단어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충돌’을 보도한 매체들이 있었습니다. ‘YTN’과 ‘이투데이’입니다. 

YTN 김문경 기자는 <해군 초계함이 “뭔가에 충돌한 뒤에, 뭔가에 부딪힌 뒤에 침몰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군관계자는 전하고 있습니다.> 라고 보도하였습니다. 

이투데이 김준형 기자는 사고 후 네 시간이 지난 27일 01:30분 보도로 “군 소식통에 따르면 정확한 사고원인을 알 수 없지만 무언가에 충돌한 뒤 침몰하기 시작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저는 YTN 김문경 기자와 이투데이 김준형 기자 두 사람 모두 ‘군 관계자’와 ‘군 소식통’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도의 신뢰성이 대단히 높다고 판단하였으며 먼저 YTN 김문경 기자에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저는 2016년 4월 21일 이메일을 통해 김문경 기자에게 “사고 당시의 기사가 ‘오보’인지 여부를 알려달라”고 요청하였으며 그 다음 날 김 기자로부터 “오보가 아니”라는 답신을 받았습니다. 그는 군 관계자와 통화를 하였으며 자신이 들은 대로 보도한 것이라 하였습니다.

며칠 후 2016년 4월 24일 이투데이 김준형 기자에게도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김준형 기자는 전화통화로 답변을 주었는데 그 역시 군 관계자와 직접 통화로 취재한 내용을 보도했다고 하였습니다.

이후 저는 이 두 분의 기자에게 전화통화로 천안함 재판에 출석하여 증언해 줄 수 있는지 여부를 여러차례 타진하였으나 YTN 김문경 기자는 처음부터 난색을 표하면서 곤란하다 하였고, 이투데이 김준형 기자는 “어렵지 않다”는 답변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몇 일 뒤 김준형 기자 역시 “회사에서 곤란해 한다”며 증인출석이 어렵다는 통보를 해 왔습니다.

YTN 김문경 기자, 이투데이 김준형 기자 이 두 기자 역시 천안함 사고 원인 관련 대단히 중요한 취재를 한 기자들입니다. 아쉽게도 후속 취재가 없었으므로 세인들에게서 금새 잊혀지고 말았지만, 중요한 것은 당시 ‘천안함이 충돌로 침몰했다’고 기자에게 알려 준 ‘군 관계자’가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좌초’와 ‘충돌’ 어디에 비중을 두느냐의 문제.. 천안함은 21:15분경 최저수심지대를 통과하다가 ‘좌초’를 한 후, 후진으로 빠져나와 기동력에 제약을 받는 상태에서 수심 47m 지점에 이르러 ‘충돌’에 의해 반파된 사고 - 제보자들이 일련의 이어진 두 사고에서 어느 쪽에 포커스를 맞추느냐에 따라 언론에 다르게 전달하였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최초의 사고원인이 중요하다고 본 군 관계자는 ‘최초 좌초’ 혹은 ‘침수, 파공, 표류’ 등에 비중을 두었을 것이고 반면에 직접적 반파 원인을 중시한 군 관계자는 ‘충돌’에 무게를 실어 언론에 전했을 가능성이 클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우리가 이 사건 전개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사람들은 ‘핵심 증거자료를 익명으로 제공한 제보자(군 관계자)들’이며 이 분들은 혹시라도 자신에게 닥칠지도 모를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진실’을 제보한 분들입니다.

익명의 군 관계자 제보 - ‘최초 상황 일지’

군 관계자가 언론에 익명으로 제보한 내용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최초상황일지’가 있습니다. 군 관계자 한 분이 천안함 사고시간과 관련, 군 당국의 발표대로 밤 9시22분이 아닌 밤 9시15분에 ‘최초상황이 발생했다’며 ‘최초상황일지’를 MBC에 제보하고 보도됨으로써 세상에 알려졌던 내용입니다.

9:15 상황발생 보도 | MBC가 군 관계자로부터 단독 입수한 상황일지

사건 초기 사고발생 시간을 21:45->21:30->21:25->21:22네 번이나 번복 하는 등 오락가락하여 비난받던 군 당국이 지진파 탐지시각인 21:21:58초를 사고발생시각으로 확정 발표하였으나 그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사고가 단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에 걸쳐 발생한 복합사고를 정부와 군 당국이 단 한 번의 사고로 못을 박고 사고시각을 한 포인트로 확정한 것 자체가 처음부터 문제를 안고 출발할 수밖에 없었던 운명이었던 셈입니다.

그런 중 MBC에서 해군 관계자로부터 단독으로 입수한 ‘최초상황일지’가 특종으로 보도되면서 엄청난 파문이 일어납니다.  

[ MBC 단독 ]☞  ‘최초상황일지’입수 . . 최초보고, 군 발표와 7분차 2010-04-04 | 장미일 기자

◀ANC▶

천안함 침몰 당시 군 당국의 상황일지를 MBC가 단독 입수했는데요. 최초 상황 발생이 오후 9시 15분이라고 돼 있어 군의 발표와 7분 차이가 있었습니다. 긴박함이 엿보이는 일지 속 7분간,천안함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장미일 기자가 보도합니다.
◀VCR▶

MBC가 입수한 ‘최초 상황관련 일지’에 따르면, 천안함 소속 2함대 사령부가 오후 9시 15분, 최초 상황 발생을 해군작전사령부에 보고했습니다. 어떤 상황인지는 나와있지 않지만, 군 당국이 발표한 9시 22분과는 7분의 차이가 있습니다. 해경도 9시 15분, “물이 샌다”는 상황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YN▶ 해경관계자
“저희(해경) 공식으로 나간 것은 9시 15분으로 해군의 공식입장이 21분으로 되어 있어서 왜 다른 지 해경보단 해군의 입장을 들어야 될 것 같습니다.”

곧이어 9시 16분, 천안함에서 7~8km 떨어진 백령도 방공 33 진지에서도 ‘폭음’이 들렸다고 돼 있습니다. 9시 20분에 1.8km떨어진 해안 초병이 또 다른 폭음을 들었고, 1분 뒤에는 지진파가 감지됐습니다.

그리고 22분부터 천안함은 가라앉기 시작해 3분만에는 모습을 감췄습니다.

문건에 따르면 천안함은 9시15분에 1차 충격이 있었고, 6-7분뒤 2차 충격으로 3분만에 가라앉은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렇다면 군이 발표한 최초 발생 시간 9시 22분까지는 천안함에 뭔가 급박한 일이 벌어졌을 걸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군 당국은 사고 당시 최원일 함장이 함장실에 있었고, 장병들은 빨래를 하거나 목욕을 하고 있었다고 밝힌 바 있어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MBC 뉴스 장미일입니다.

군이 공식 발표하고 국민 대부분이 믿고 있는 21:21:58 사고로부터 7분 이른 시간에 발생한 ‘최초 상황’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밝히지도 않고, 이 많은 정황과 근거 자료를 국가기관이 깡그리 무시해도 되는 일인지 정부와 군 당국에 따져 묻고 싶습니다. 

MBC가 해군관계자로부터 단독으로 입수하여 특종보도한 문제의 ‘최초상황일지’의 상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국방부가 천안함 사고 발생시각으로 확정한 ‘21:21(지진파 탐지. 규모 1.5)’ 이전에 이미 21:15 최초상황발생 보고가 존재한다는 사실, 그리고 이후 방공진지와 해안초병이 폭음을 청취한 사실 등을 국방부가 깡그리 무시한 것은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호도하고 왜곡하는 첫 시발점이었던 셈입니다.

저 상황일지를 누가 어떻게 발췌하여 MBC에 제보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관련 기사가 채널A(동아) 보도로 나와 있습니다.

[ dongA.com ] ☞ 천안함 침몰, 군기밀 전산망에 있던 상황일지 내부인이 출력해 방송사에 건넌듯 2010-04-10

한 방송사가 공개해 천안함 침몰 사건 발생 시간을 둘러싼 의혹을 증폭시켰던 ‘상황일지’(사진)는 군 작전 관련 전산망에 있던 자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상황일지는 비밀취급 인가를 받은 사람이 유출시킨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군은 보도 직후 군에서 쓰는 문서 형태가 아니라며 그런 상황일지의 존재 자체를 부인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나 국가정보원 문서일 가능성이 크다”며 책임을 돌리기까지 했다. ‘거짓 해명’도 문제지만, 기밀 문건이 통째로 유출될 정도로 군 기강이 해이해지고 보안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는 게 군 안팎의 지적이다.

정부 소식통은 9일 “군 당국의 조사 결과 이 상황일지는 육해공군이 함께 볼 수 있는 한국합동지휘통제시스템(KJCCS·‘케이직스’로 읽음)에 올려져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보안상 이동식 저장매체(USB 메모리)로 저장을 할 수 없게 돼 있어 케이직스에 접속할 수 있는 사람이 화면을 띄워놓고 프린트로 출력해 유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중략)

군 관계자는 “케이직스에는 군의 인사, 군수, 정보, 작전 등 중요 현황을 비롯해 작전이나 훈련 때의 보고 및 지시 내용이 담겨 있다”며 “케이직스 접근이 군 당국으로부터 ID와 패스워드를 받은 사람으로만 한정되기 때문에 여기에 담긴 내용은 최소 대외비 이상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동아닷컴은 “국방부의 ‘거짓 해명’도 문제지만 ‘문건의 유출’이 더 큰 문제” 라며 물타기식 보도를 했지만 제보자인 군 관계자가 핵심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지위에 있다는 사실을 알려줌으로써 제보의 신뢰성을 상당히 입증해주는 말하자면 진실규명에 도움이 되는 기사였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잠수함’이라는 단어가 텍스트로 처음 등장하는 문건, 소위 ‘VIP 메모’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덧글 : 독자님들께

‘좌초’로부터 시작하여 ‘프로펠러손상’ 그리고 ‘충돌’로 이어지는 글들을 연일 쏟아내고 있으니 독자님들께서 따라잡으시는데 버거우실지도 모르겠습니다. 8년을 이어왔던 천안함 재판이 이제 증인 다섯 명에 대한 증인신문만 남겨두고 있으며 내년 4월 18일 모든 항소심 공판이 종료하게 됩니다. 이후 대법원 심리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만 법정에서의 공방은 내년 4월로 종결되는 것이지요.

저는 그동안 제가 알고 있는 사실, 분석하여 알게 된 사실 그리고 재판과정에서 새로이 드러난 사실들 그 모두를 모든 독자님들과 공유하기 위해 세상 마지막글 쓰는 심정으로 키보드 자판 하나하나를 찍어누르고 있습니다. 거짓과 부패의 세력들이 벌였던 조작과 은폐의 진실이 세상 끝까지 전해질 수 있도록..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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