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송년모임서 김무성 비판
“정부 발목잡고 당직 인사 사유화”
김대표 “공천권 행사 않겠다는데
무슨 사당화냐” 불쾌감
박대통령 19일 친박중진 불러 만찬
김대표 등 당직자 초청안해 ‘뒷말’
박근혜 대통령 집권 3년차를 앞두고 여권 내부에서 ‘친박’(친박근혜계)과 ‘비박’(비박근혜계)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 7·14 전당대회 참패 이후 침묵하던 친박계 주류가 본격적으로 김무성 대표를 성토하기 시작했고, 비박계를 대표하는 김 대표가 친박 의원들의 공격을 맞받아치면서 두 진영 사이의 갈등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내년에 임기 5년의 반환점을 도는 청와대도 친박계를 중심으로 확실한 당내 친정체제 구축에 나서고 있다.
친박계 의원들의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 소속 의원 30여명은 30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송년모임을 열어 김무성 대표에 대한 불만과 비판을 노골적으로 쏟아냈다. 포럼 간사인 유기준 의원은 김 대표를 겨냥해 “선명하지 못한 당청 관계, 국민 역량과 관심을 분산시키는 개헌 논쟁, 당직 인사권을 사유화하는 모습 등 갈 길 먼 정부와 우리 여당의 발목을 잡는 일들이 끊임없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윤상현 의원도 “지난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의) 득표율은 29.6%였는데, 지금 당을 운영하는 데 있어 당대표의 모습은 92%를 ‘득템’(수확이란 뜻의 인터넷 은어)한 것 같다는 목소리가 많다”며 “당청은 한배를 탄 공동 운명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는데 전례 없이 당청 관계가 삐거덕거리고 금 가고 있다”고 김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말을 전해 들은 김 대표는 출입기자들과 함께 한 송년 오찬에서 “(대표로서)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데 무슨 ‘사당화’냐”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당대표의 가장 큰 권력이 공천권인데 나는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런데도 ‘당을 사당으로 운영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그는 공천권을 내려놓는 방안으로 ‘여론조사’를 들었다. 공천권을 행사하는 대신, 조직(당협)위원장을 100% 여론조사로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친박들의 세 결집은 당청 관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9일 대선 승리 2주년을 맞아 새누리당 3선 이상의 친박 중진 의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송년 만찬을 함께 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 자리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서청원 최고위원을 비롯해 정갑윤·김태환·서상기·안홍준·유기준 의원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공식적인 당청 관계에 있는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은 초대받지 못했다. 이 자리에선 공무원연금 개혁 추진 방안과 ‘정윤회씨 국정개입’ 문건 파문에 따른 국정쇄신 방안 등이 논의됐으며, 최근 최 부총리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기업인 가석방 문제 등에 대한 의견도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이 이른바 친박계 중진 의원들을 따로 불러 의견을 나눈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당내 주류세력의 확실한 협조를 기반으로 3년차 국정의 고삐를 바짝 죄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그 사흘 뒤인 22일 서청원 최고위원이 친박계의 거부감이 강한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의 여의도연구원장 임명안을 두고 김무성 대표와 정면으로 충돌한 것도 이번 청와대 만찬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친박들이 김 대표를 흔들며 연일 파열음을 내고 있는 것은 다음 총선을 앞두고 박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친정체제를 구축해 당내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 집권 중반기에 접어드는 내년에는 ‘미래 권력’인 김 대표의 입김이 커질 공산이 크고, 총선마저 1년 앞으로 다가오게 되면서 두 계파가 생존을 건 주도권 싸움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전망이다. 친박들 입장에서는 우위를 점하기 위해 지금부터 김 대표 ‘힘빼기’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당대표가 되면서 당내 차기 유력 대선 주자로 떠오른 김 대표에 대한 견제 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일부 강성 친박 의원들은 “김 대표가 2016년 7월로 예정된 임기를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흘리며 김 대표를 자극하고 있다.
여권 안팎에선 내년 5월께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가 친박-비박 간 주도권 갈등이 격화되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청와대는 대외적으로 ‘엄정중립’ 입장이지만, 청와대 안팎에선 최근 해양수산부 장관직에서 물러나 당으로 복귀한 이주영 의원(친박)을 지원사격하는 듯한 말들이 자주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