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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비박 ‘주도권 다툼’ 노골화..
정치

친박-비박 ‘주도권 다툼’ 노골화

김경욱 서보미 석진환, 사진 이정우 기자 입력 2014/12/31 07:42

친박 송년모임서 김무성 비판
“정부 발목잡고 당직 인사 사유화”
김대표 “공천권 행사 않겠다는데
무슨 사당화냐” 불쾌감
박대통령 19일 친박중진 불러 만찬
김대표 등 당직자 초청안해 ‘뒷말’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의 좌장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30일 낮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친박계 의원모임인 국가경쟁력포럼 송년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 3년차를 앞두고 여권 내부에서 ‘친박’(친박근혜계)과 ‘비박’(비박근혜계)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 7·14 전당대회 참패 이후 침묵하던 친박계 주류가 본격적으로 김무성 대표를 성토하기 시작했고, 비박계를 대표하는 김 대표가 친박 의원들의 공격을 맞받아치면서 두 진영 사이의 갈등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내년에 임기 5년의 반환점을 도는 청와대도 친박계를 중심으로 확실한 당내 친정체제 구축에 나서고 있다.

 


친박계 의원들의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 소속 의원 30여명은 30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송년모임을 열어 김무성 대표에 대한 불만과 비판을 노골적으로 쏟아냈다. 포럼 간사인 유기준 의원은 김 대표를 겨냥해 “선명하지 못한 당청 관계, 국민 역량과 관심을 분산시키는 개헌 논쟁, 당직 인사권을 사유화하는 모습 등 갈 길 먼 정부와 우리 여당의 발목을 잡는 일들이 끊임없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윤상현 의원도 “지난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의) 득표율은 29.6%였는데, 지금 당을 운영하는 데 있어 당대표의 모습은 92%를 ‘득템’(수확이란 뜻의 인터넷 은어)한 것 같다는 목소리가 많다”며 “당청은 한배를 탄 공동 운명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는데 전례 없이 당청 관계가 삐거덕거리고 금 가고 있다”고 김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말을 전해 들은 김 대표는 출입기자들과 함께 한 송년 오찬에서 “(대표로서)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데 무슨 ‘사당화’냐”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당대표의 가장 큰 권력이 공천권인데 나는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런데도 ‘당을 사당으로 운영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그는 공천권을 내려놓는 방안으로 ‘여론조사’를 들었다. 공천권을 행사하는 대신, 조직(당협)위원장을 100% 여론조사로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친박들의 세 결집은 당청 관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9일 대선 승리 2주년을 맞아 새누리당 3선 이상의 친박 중진 의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송년 만찬을 함께 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 자리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서청원 최고위원을 비롯해 정갑윤·김태환·서상기·안홍준·유기준 의원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공식적인 당청 관계에 있는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은 초대받지 못했다. 이 자리에선 공무원연금 개혁 추진 방안과 ‘정윤회씨 국정개입’ 문건 파문에 따른 국정쇄신 방안 등이 논의됐으며, 최근 최 부총리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기업인 가석방 문제 등에 대한 의견도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이 이른바 친박계 중진 의원들을 따로 불러 의견을 나눈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당내 주류세력의 확실한 협조를 기반으로 3년차 국정의 고삐를 바짝 죄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그 사흘 뒤인 22일 서청원 최고위원이 친박계의 거부감이 강한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의 여의도연구원장 임명안을 두고 김무성 대표와 정면으로 충돌한 것도 이번 청와대 만찬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친박들이 김 대표를 흔들며 연일 파열음을 내고 있는 것은 다음 총선을 앞두고 박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친정체제를 구축해 당내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 집권 중반기에 접어드는 내년에는 ‘미래 권력’인 김 대표의 입김이 커질 공산이 크고, 총선마저 1년 앞으로 다가오게 되면서 두 계파가 생존을 건 주도권 싸움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전망이다. 친박들 입장에서는 우위를 점하기 위해 지금부터 김 대표 ‘힘빼기’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당대표가 되면서 당내 차기 유력 대선 주자로 떠오른 김 대표에 대한 견제 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일부 강성 친박 의원들은 “김 대표가 2016년 7월로 예정된 임기를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흘리며 김 대표를 자극하고 있다.

 


여권 안팎에선 내년 5월께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가 친박-비박 간 주도권 갈등이 격화되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청와대는 대외적으로 ‘엄정중립’ 입장이지만, 청와대 안팎에선 최근 해양수산부 장관직에서 물러나 당으로 복귀한 이주영 의원(친박)을 지원사격하는 듯한 말들이 자주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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