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 유출에 수사 초점 맞췄던 검찰에 큰 타격
‘청와대 가이드라인’ 따라 수사 비판 불가피
검찰이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엄벌 요구에 따라 청와대 문건 유출에 대해 강도 높게 수사해 온 검찰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엄상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1일 새벽 ‘정윤회 문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공무상 비밀누설과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청구한 조 전 비서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조 전 비서관은 전날 오후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 내용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그는 1월에 박관천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경정)이 작성한 ‘정윤회 국정개입 보고서’ 등의 청와대 문건을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이지(EG) 회장에게 건넸다는 혐의는 관련자들 진술에만 의존한 것으로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26일 조 전 비서관을 재소환한 뒤 혐의가 입증됐다며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이 박 회장을 감시하는 역할을 한 게 아니라 청와대 상황을 보고하는 일을 했다며, 그가 1월에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박 경정과 함께 박 회장을 만난 사실을 정황증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구속영장 기각으로 박 경정에 이어 조 전 비서관을 구속시켜 사건을 마무리지으려던 검찰의 의도는 빗나가게 됐다. 또 ‘청와대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사를 진행했다는 비난이 불가피하게 됐다. 앞서 검찰이 청와대 문건 유출자로 지목해 청구한 서울경찰청 정보분실 소속 최아무개·한아무개 경위의 구속영장도 기각된 바 있다. 최 경위는 영장 기각 뒤, 동료인 한 경위가 ‘혐의를 인정하면 기소를 면해 주겠다’는 회유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