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뉴스프리존

북한 GPS 교란 사흘째 계속..전파 세기는 예전 수준..
정치

북한 GPS 교란 사흘째 계속..전파 세기는 예전 수준

[북한] 허 엽 기자 입력 2016/04/02 15:02

▲ 작전 마친 F-16 전투기 한국과 미국 양국이 사상 최대 규모의 키리졸브(KR)·독수리(FE) 연합훈련을 개시한 지난 3월 7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 F-16 전투기가 작전을 마치고 착륙하고 있다. 이번 훈련에서 양국 군은 유사시 북한 최고 수뇌부와 핵ㆍ미사일 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집중적으로 배양할 계획이다.

북한의 GPS 교란이 우리 측의 강력한 항의에도 사흘째 계속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오늘 오전 9시30분 기준으로 북한의 GPS 교란 전파가 계속 유입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미래부는 전파의 세기는 별다른 변화 없이 기존의 범위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수준이라 아직 항공기와 선박 등 민간 영역에서 이 교란으로 인명피해 등 실질적 피해를 당한 사례가 신고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주요 언론은 '북한이 해주와 연안, 금강, 평강 등 4곳에서 GPS(인공위성 위치정보) 교란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앞다투어 보도했다. 북한이 해당 지역과 군사분계선 부근에서 GPS 교란 행위를 한다는 내용이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 정부는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해 대책 마련에 들어가는 한편 북한을 향해 '도발을 즉각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북한이 공격을 지속할 경우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역시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 익숙한 풍경이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바는 명확하다. 남쪽으로부터 불어오는 훈풍이 봄이 머지않았음을 알려주듯, 북한으로부터 전해지는 도발 소식은 선거가 가까워졌음을 알려준다. 훈풍이 '봄의 전령'이라면 북한의 도발은 '선거의 전령'이다.

총선 앞둔 북한 도발, 이젠 식상한 언론 대응

총선을 불과 12일 앞두고 벌어진 북한의 도발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도 북한발 변수가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북한의 도발에 주류 언론과 정치권이 대응하는 방식은 수십 년 전 그 모습 그대로다. '뻔한 도발'에 '판에 박힌 대응'이다. 저들의 모습이 식상한 이유다.

그렇다고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세월이 흘러도 원형의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는 저들과 달리, 시민들은 이제 어지간한 북한의 도발에는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방독면을 구입하고 생필품을 사재기하며 불안에 떨던 시민들이었는데 말이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19세기 독일의 심리학자였던 헤르만 에빙하우스는 '망각 곡선(Forgetting curve)'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이 가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남는 기억 감소의 정도를 말하는 것으로, '기억을 유지하려는 시도가 없을 때 정보가 손실되는 정도'를 나타낸다. 그의 가설은 북한의 도발에 동요하지 않는 시민들의 심리를 이해하기에 아주 효과적이다.

사람은 망각에 익숙한 동물이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흐릿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북한의 도발은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난다. 한마디로 시민들이 망각할 틈을 주지 않는 것이다. 시간을 멀리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제네바 합의' 파기와 핵시설 재가동을 선언한 것을 시작으로 북한은 선거 때마다 연례행사처럼 도발을 일으키거나 각종 이슈를 양산해왔다.

그 결과 시민들은 북한의 도발에 아주 익숙해졌다. 극도로 두려워하거나 불안에 떠는 시민들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도발에 담긴 정치적 의미를 헤아릴 수 있는 이성적인 분별력까지 생겼다. 시민들의 차분한 대응을 '안보 불감증'으로 볼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시대가 바뀌고 세상이 바뀌자 시민들의 의식도 그에 발맞춰 진화한 것이다.

반면 시민들의 달리 주류언론과 정치세력들은 여전히 과거의 의식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일부 언론과 정치인은 북한의 도발을 선거와 연계하고 그를 통해 정치적 이득을 도모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이는 그들이 시민의 불안과 공포를 유발해 체제 안정을 도모하는 매카시즘을 여전히 전가의 보도처럼 여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들이 믿는 매카시즘의 효력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북한의 도발에 '쿨'하게 반응하는 시민들의 모습은 저들이 의도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을 것을 예고하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도 불구하고 차분하게 일상을 영위하는 시민들과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신이 난 주류언론과 정치세력. 2016년의 대한민국은 이렇게 대비되는 두 부류가 서로 공존하고 살아간다.

물론 저들 중 누가 더 옳고 그른지는 개별 주체들이 알아서 판단할 일이다. 그러나 시민이라면 구시대적인 낡은 통념에 사로잡힌 자들에게 새 시대를 열어갈 자격이 있는지 반드시 곱씹어 봐야 한다. 이는 민주주의와 시민권, 그리고 공동체의 미래가 걸린 중차대한 문제다.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