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어떤 인간을 길러내고 있는가? 학교가 길러내겠다는 인간상은 ‘홍익인간’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 31조는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 능력과 민주 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여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 국가의 발전과 인류 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데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헌법은 정부가 ‘능력에 따라 국가가 균등하게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지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 뿐만 아니다. 하위 법인 교육기본법은 이런 헌법의 이념을 바탕으로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신념, 인종,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교육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자주적인 사람, 창의적인 사람, 교양 있는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을 길러내야 한다고 했다. 헌법과 교육기본법이 또 교육과정을 통해 이를 구체화 하고 있다. 학교는 이런 인간을 길러내고 있는가?
우리나라는 헌법이나 교육기본법 혹은 교육과정을 통해 길러내겠다는 인간상과 학교가 길러내고 있는 인간상은 다르다. 학교가 헌법이나 교육기본법 혹은 교육과정을 어기고 있다는 말이다. 국가는 헌법을 통해 ‘홍익인간’을, 교육기본법이나 교육과정을 통해 그런 인간을 양성하라고 했지만 정작 학교는 목표와는 전혀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헌법이나 법은 사회적인 존재, 이타적인 인간(홍익인가)을 길러내라고 하는데, 학교는 개인적인 존재, 이기적인 인간을 길러내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공부는 왜 하지?”라고 물어 보면 어김없이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라고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학교가 길러내겠다는 인간상은 인류학교가 교육의 목표다. 그런데 그 일류학교를 졸업한 과학자들, 교육자들과 언론학, 경제학, 정치를 전공한 이들은 일류가 지향하는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가? 인간의 욕망이 지구촌의 인류를 살상할 가공할 무기를 만들어 놓고, 지구촌은 하루가 다르게 오염되고 있고 유전자변형식품(GMO)으로 인간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데… 숨 쉬는 공기조차 어려운 세상을 만들고 있지 않은가?
목적전치현상. 특히 교육에서 목적전치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홍익인간, 사회적인 존재로 길러내야 할 인간을 개인적인 존재, 이기적인 인간으로 길러낸다면 그런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이성을 잃은 사회지도층 인사와 지식인들… 특히 언론인과 교육자들. 종교지도자들의 모습을 보면 정상이 아니다. 겉으로는 인류평화와 4차산업혁명을 말하면서 자본이 만드는 세상은 살맛 나는 세상일까?
‘학생의 정당한 이유 없는 출석, 수업, 또는 시험의 거부도 사형에 처할 수 있고 학교는 폐교시킬 수 있다’. 지난 1972년 유신 헌법 제 53조에 명시한 대통령의 권한 중의 하나인 ‘긴급조치권’이다. 1974년 4월 3일 발표한 이 긴급조치 제 4호의 명분은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고 했지만, 학생의 출석거부, 수업 또는 시험의 거부, 학교 내외의 집회, 시위, 성토, 농성, 그 외의 모든 개별적 행위를 금지하고 이 조치를 위반한 학생은 퇴학, 정학처분을 받고 해당학교는 폐교처분, 심지어 사형에 처할 수 있다고 협박하고 있다.
교육이 무너지면 히틀러나 숭례문 방화범 혹은 묻지마 범법자를 길러내기도 한다. 지금 학교는 어떤 인간을 길러내고 있는가? 내게 이익이 된다면…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로 승패를 가리는 교육은 헌법이 길러내겠다는 인간상이 아니다. 경쟁이 필요하지만, 그것은 공정한 규칙이 전재될 때 의미가 있다. 시합 전에 승패가 가려진 경쟁은 경쟁이 아니다. 우리교육은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이기적인 인간을 길러내면서 이를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다.
주권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알지 못하면 노예로서 살아가야 한다. 헌법은 기득권자를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국민이 주인으로서 함께 살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다.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공부가 아니라 암기한 지식의 양으로 사람의 가치까지 서열매기는 교육, 헌맹(憲盲)교육으로 무한경쟁을 시키고 있는 것이다. 헌법이 보장한 ‘모든 인간이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란 정부가 져야 할 의무다. 자신의 삶의 목적이 행복이 아니라 상대방을 이겨야 살아남는 경쟁교육은 반민주교육이요, 반인간교육이요, 우민화교육이다. 무너진 교육을 방치하고 어떻게 민주주의를 말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