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박찬욱 감독의 첫 미니시리즈 연출작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이 20일 수요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공개되었다.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은 1979년 이스라엘 정보국의 비밀 작전에 연루되어 스파이가 된 배우 ‘찰리’와 그녀를 둘러싼 비밀 요원들의 숨 막히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 스릴러이다. 여기에 현실 세계의 스파이로 캐스팅된 무명의 배우 ‘찰리’ 역의 플로렌스 퓨, 정체를 숨긴 채 그녀에게 접근한 비밀 요원 ‘가디 베커’ 역의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이 모든 작전을 기획한 정보국 고위 요원 ‘마틴 쿠르츠’ 역의 마이클 섀넌까지 실력파 배우들의 강렬한 연기가 더해졌다.
실제 옥스퍼드 시절 영국정보부 M15, M16을 도와 좌파학생들 중 스파이를 색출한 이력을 시작으로 졸업 후, M16에서 실제로 첩보활동을 한 첩보원 출신의 소설가로, 스파이 소설 작가로는 드물게 보수적 문학계의 지지까지 이뤄낸 독특한 작가 ‘존 르 카레’의 1983년 작 ‘The Little Drummer Girl’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드라마이다.
총 6편의 작품 중 1편과 2편의 언론시사회가 끝난 후, 박찬욱 감독과 기자간담회가 진행되었다.
박찬욱 감독은 간담회에서 “각색할 때 주의를 기울인 것은 처음에 저를 매료시켰던 것, 첩보스릴러인 동시에 로맨스라는 특징이 사라지지 않게 그 요소가 다른 총격전 등 자극적인 장면들에 압도돼서 희석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라 설명하며 “원작의 배경은 1987년 초로 되어 있지만 1979년으로 옮긴 이유는 유럽의 극좌파 테러조직들이 팔레스타인 조직과 연계해서 많은 사건을 저질렀던 시기가 그 때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촬영 중 가장 힘들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영국, 그리스, 체코 세 나라의 도시들에서 영리하게 부분들을 잘 포착해 최소한의 경로로 마치 여러 나라, 여러 도시인 것처럼 다양한 지방색을 나타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도전이었다”며 잘 나와서 다행이라고 만족감을 표하였다.
한국과 외국에서의 작업들의 차이점에 대해서 “김우형 촬영감독과 프로듀서만 한국사람(조영욱 음악감독은 후반참여)이었고 나머지는 현지 제작진들이었다. 예전부터 미술감독이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시대를 구현하는 문제가 컸기에 예전부터 일하고 싶었던 마리아 듀쿄빅 감독과 함께 할 수 있게 된 것은 행운이고 영광이었다. 6시간 넘는(영화 세편) 분량을 80회(예전에 찍었던 영화 1편 당 횟수보다 적은)로 찍은 것이 제일 힘들었다“고 말했다.
감독판과 드라마판의 차이에 대해 “꼼꼼히 집중해 본다면 거의 같은 게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디테일이 모두 다르다” “BBC는 폭력묘사에, AMC는 욕설, 노출에 엄격하여 제 입장에서는 (제가 원래 하던 것들을) 다 못하는 것이었다. 감독판에서는 의도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장면을 제한들 때문에 들어낼 필요가 없었다.”고 말하며 “정신없이 편집해 방송하기 바빠서 방송에서 아쉬웠던 부분들을 제 뜻대로 돌려놓았다”고 자신감을 드러내었다.
드라마 마무리 부분에 대해서는 “에피소드 마무리는 다음 회를 보고 싶다고 만들어야 하기에 중요한 문제이다. 각색할 때부터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문제로 찰리가 하나의 이정표가 되는 새롭고 중요한 대상을 맞닥뜨리면서(이 영화가 찰리의 성장이야기라고 이야기한다면) 고비마다 마주치는 변화의 계기가 무엇인지 집어주는 역할을 하게 만들었다. 에피소드4의 마무리를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한다. 짜릿하면서 중요한 의미를 담은 결말이 되기를 바랬다"며 잘되었다 생각한다 하였다.
영화와 드라마 중 어떤 것에 우선을 두었냐는 질문에는 “원작을 120분이나 130분으로 줄이면 너무 작품이 훼손될 것 같아서 드라마 형식을 탰했다“ 이것도 많이 줄인 것으로 10개 정도이면 좋았을 것이다. 작품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서 TV형식을 택했다. 감독판이 온전하게 구현된 서비스판을 제공할 수 있기에 왓챠를 택했다." "요즘에는 시리즈 드라마를 몰아서 보는 시청 방식이 많지 않나. 만든 사람입장에서는 그게 더 좋은 것 같다. 물론 한회가 끝날 때 다음 회를 궁금해 하는 것도 좋지만 영화를 하던 사람이라서 그런지 한 번에 보시는 게 더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인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작가의 책 그리고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문제들에 대해 어떻게 표현하려 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문학이나 영화, 드라마가 좋은 것은 몰랐던 세계를 알게 되는 것도 중요한 이유이다. 전혀 관심 없고 몰랐던 팔레스타인 분쟁을 이 소설을 통해 알게 되었고, 이후 영화나 다큐 등을 찾아보게 되었다. 제가 겪었던 이런 과정을 ,시청자들도 저와 같은 기회를 가지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나라가 분단 등으로 전쟁위험을 겪고 있는데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외로울 것이다. 수십 년 동안 그리고 현재도 계속 되풀이 되는 폭력의 악순환 속에 있는 그들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전하며 “에피소드들은 뒤로 갈수록 재미있어진다 참고 보시면 별로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당부하였다.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은 전반적으로 복잡하고 느리게 가는 듯하지만, 이야기의 구조들은 촘촘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몰입도가 커진다.
박찬욱 감독의 새로운 뮤즈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플로렌스 퓨’는 정치적으로 비극적인 진실들로 묵직한 드라마 전반에 ‘사랑’이라는 주제를 낭만적이고 절실하게 그려내며, 2편이 끝날 즈음에는 1편에서 보이지 않던 매력들이 보이기 시작하며 그 다음 편을 더 기다리게 만든다.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은 3월 29일 전 세계 최초로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왓챠플레이’를 통해 6편 전편이 한꺼번에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