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소극장에서 라이브로 펼쳐지는 편지와 음악의 하모니로 음악가의 영혼과 함께 떠나는 여행 ‘산울림 편지콘서트’의 주인공은 안토닌 드보르작(Antonín Leopold Dvořák)이다. 체코가 낳은 세계적인 음악가로 ‘집시의 노래’, ‘유모레스크’ 등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드보르작의 음악이 소극장에서 피아노와 현악 앙상블로 펼쳐지며 떨림을 몸으로 먼저 느끼고 귀로 아름다운 울림이 들리는 듯한 오감으로 음악과 인생 이야기를 마주하는 아름다운 경험을 관객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슬라브 민족의 향토음악을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 드보르작의 언제나 집으로 향하던 그의 영혼까지 재현하는 배우의 열연이 어우러지며 연극과 클래식 음악의 협업을 통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의미 있는 이벤트로 자리 잡아 오고 있는 이번 편지콘서트 “2021 산울림 편지콘서트 드보르작 –Going Home”은 지난해 코로나 상황으로 대면 공연 대신 네이버 TV로 중계되어 뜨거운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지난 15일부터 26일까지 소극장 산울림에서 펼쳐지고 있는 이번 작품을 통해 친숙하고 아름다운 드보르작 음악의 선율을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듣는 경험뿐 아니라 평생 보헤미아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했던 드보르작의 인생을 만나 보는 경험까지 함께 안겨주며 추운 겨울 극장을 찾은 관객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져 주고 있다.
강대국에 둘러싸여 숱한 역사적 시련을 겪은 체코의 역사는 우리의 역사와 많은 면이 겹쳐 보인다. 아픔 속에서도 꺾이지 않고 언어와 문화를 지켜오기 위한 민족의 자립 의지가 우리와 그네가 맞닿아 있기에 그의 음악이 우리에게 더욱 애절하고 안타깝게 호소하는 듯 느껴지면서도 체코의 아름다운 자연이 따사롭게 그려질는지도 모른다. 프라하에서 출발하는 증기기관차가 마지막으로 종착하던 역, 인구 5백 명이 채 되지 않는 몰다우강 기슭 작은 마을 Nelahozeves의 넉넉지 않은 부모 밑에서 태어난 그는 30대 중반까지도 국가에서 연금을 타기 위해 자신이 작곡한 곡을 해마다 출품하며 길고 긴 시간 동안 어렵게 생계를 꾸려나가던 이름 없는 음악가였다.
극단 산울림 예술감독인 임수현 연출가가 재구성해 들려주는 드보르작의 대표곡들과 인생 이야기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속에서 대중적이면서도 지적이고 서정적인 그의 음악을 더욱 매력적으로 들을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오스트리아 지배 하에서 태어나 평생 보헤미아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하였기에 모든 그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체코 민족의 정서가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음악을 위해서라면 미지의 신세계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였지만, 작품의 마지막 말처럼 그의 영혼은 언제나 집으로 향하고 있었기에 작은 소극장 산울림에서 체코의 작은 마을의 향취를 느끼게 되는 것은 당연할지 모르겠다.
어려운 시간 속에서도 오랜 시간 작곡에 대한 정열을 이어나갔기에, 수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음악계에서 인정받게 된 후에도 여타 음악가들의 경우처럼 작곡의 길이 막히거나 하지 않고 꾸준하게 쉬지 않고 작품을 발표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리고 항상 겸손하고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지녔기에, 자기 민족에 대해 무한한 자부심과 뜨거운 사랑을 지녔기에 짙은 향토색이 담긴 그의 음악을 들으며 체코라는 곳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2013년 처음 시작된 ‘산울림 편지콘서트’는 불멸의 음악가들의 삶과 음악을 클래식 라이브 연주와 연극으로 조명하는 프로그램으로, 베토벤을 시작으로 그간 독일권의 대표적 음악가 슈만, 슈베르트, 모차르트, 브람스, 그리고 2019년에는 차이코프스키를 무대로 올리면서 슬라브 문화권 시리즈의 시작을 알렸다. 처음 피아노와 현악 사중주로 시작된 ‘편지콘서트’는 차츰 가곡과 오페라, 관악의 참여로 음악 세계를 넓혀갔고, 2019년에는 소극장 무대에서 발레를 시도하여 더욱 큰 호응을 얻기도 하였다. 멋지고 웅장하지만 조금은 가깝지 않게 느낄 수 있는 클래식의 세계를 더욱 친숙하게 가깝게 느껴지게 만들어 주고 있는 '산울림 편지콘서트'가 계속해서 오래도록 이어가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