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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아픔에 대한 기억, 연극 "검둥이"..
문화

사랑과 아픔에 대한 기억, 연극 "검둥이"

권애진 기자 marianne7005@gmail.com 입력 2021/12/20 01:43 수정 2021.12.20 18:59
빅재미-극단 Soulmate 이어달리기 Ⅰ

[서울=뉴스프리존] 권애진 기자= 연인과 이별한 상처가 있는 여자와 주인에게 버려진 개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검둥이”가 2016년 재연 이후 5년 만에 더욱 탄탄해진 무대로 관객들에게 다시 찾아왔다. ‘빅재미-극단 Soulmate 이어달리기’의 첫 번째 작품으로, 2015년 무죽페스티벌에 참여해 관객과 평론가들에게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검둥이” 공연사진 | /(사진=Aejin Kwoun)
“검둥이” 공연사진 | 외로운 사람 서현과 거리에 버려진 검둥이가 우연히 만났다. 그리고 그들은 함께 하려 한다. /(사진=Aejin Kwoun)

극단 소울메이트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남겨짐에 관한 이야기 “검둥이”는 지난 8일부터 19일까지 후암씨어터 7층에서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과 공감을 선사하고 있다. 연극 ‘소심한 가족’, ‘사람을 찾습니다’, ‘양벌리 미스타 김’ 등을 통해 소외된 인간의 삶에서부터 인간의 본성을 극대화한 작품을 섬세하고 입체적으로 선보여 온 극단 소울메이트는 이번 작품을 통해서 한 번도 사랑받지 못했던 기억과 이별 후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기억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검둥이” 공연사진 |  서현과의 삶에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검둥이에게 예전부터 서현이 이사온 집에 살고 있던 고양이들과 쥐 한마리가 나타나고...그들은 티격태격 함께 공생하는 듯 했지만... /(사진=Aejin Kwoun)
“검둥이” 공연사진 | 서현과의 삶에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검둥이에게 예전부터 서현이 이사온 집에 살고 있던 고양이들과 쥐 한마리가 나타나고...그들은 티격태격 함께 공생하는 듯 했지만... /(사진=Aejin Kwoun)

투견용 개로 길러진 검둥이는 싸움에서 진 후 거리로 버려진다. 거리를 떠돌던 중 사랑하는 연인과 이별했던 기억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서현이 검둥이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와 기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검둥이는 서현에게서 사랑이 무엇인지 배우게 된다. 무대 위에서 독특한 몸짓과 섬세한 심리묘사를 펼치는 개와 고양이, 쥐의 몸을 사리지 않는 실감 나는 동물 연기와 ‘빅재미’의 대표로 이번 작품에 제작으로도 참여한 박정미 분장디자이너의 세세한 분장은 관객들의 몰입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검둥이” 공연사진 | 서현과 헤어졌던 옛연인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그들의 일상에 작은 파문이 번지기 시작한다. 그리고...그 작은 파문은...점점...커져간다... /(사진=Aejin Kwoun)
“검둥이” 공연사진 | 서현과 헤어졌던 옛연인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그들의 일상에 작은 파문이 번지기 시작한다. 그리고...그 작은 파문은...점점...커져간다... /(사진=Aejin Kwoun)

극단 소울메이트의 대표이자 연극은 물론 방송과 영화 등 장르를 넘나들며 관객들의 눈에 익은 안상우 배우가 애절하고 슬픈 사랑을 이야기하는 이번 작품의 작·연출을 맡아 섬세함이 가득한 감성 연기를 책임지고 있다. 그는 이번 작품을 찾은 관객들에게 “이런 시국에...관객에게 찾아주는 걸음을 바라는 것도 욕심인듯한 마음이 들기도 하면서 비어있는 객석에 허전함을 함께 느낍니다. 멈춤이 우선이지만 또한 가야 하는 것도 있기에 무거운 마음을 안고 공연을 만들어갑니다. 다음 공연 때는 객석에 앉아있는 관객의 얼굴에 마스크 없이 때론 웃고 눈물짓는 모습을 더 잊기 전에 보고 싶다는 생각...그런 날이 오겠죠? 더욱더 귀한 걸음이 된 관객에 발자국을 소중히 생각하며 마음을 다해 공연을 올립니다. 함께 웃으며 마주할 시간을 위해...”라고 솔직담백한 감정을 전하며 힘든 시기에도 공연을 올리는 극단의 심정을 전하였다.

“검둥이” 공연사진 |  /(사진=Aejin Kwoun)
“검둥이” 공연사진 |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며 충격에 빠졌던 검둥이는...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일까? 그저...사랑받고 싶었을 뿐일까? /(사진=Aejin Kwoun)

‘애완동물’이라는 말 대신 ‘반려동물’이라는 말에 익숙해지고 있는 우리 삶 속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발표한 ‘2020년 반려동물 보호와 복지관리 실태에 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구조된 유실·유기동물은 13만 마리로 그중 21%는 안락사되고 있다. 인간만의 기준으로 그들의 생명을 자연의 순리와 어긋나게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르다고 할 수 있을까? 자연 생태계 교란종 중 가장 치명종은 ‘인간’이란 사실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쉽게 변치 않을 것이다.

“검둥이” 공연사진 | 우리가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는 없는 걸까? /(사진=Aejin Kwoun)
“검둥이” 공연사진 | 우리가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는 없는 걸까? /(사진=Aejin Kwoun)

삐뚤어진 사랑의 행보가 연쇄적으로 펼쳐지는 작품 “검둥이” 속 사람들 그리고 동물들 모두 아프지 않은 이들이 없다. 크든 작든 상처가 없는 이들은 세상에서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아프게 하고 상처를 주는 사랑은 본인에게도 상처와 아픔만이 남을 뿐이다.

프랑스 출신 사진작가 'Sophie Gamand'의 화관을 쓴 핏불들 "Flower Power" 프로젝트 /(출처=소피 가먼드 홈페이지)
프랑스 출신 사진작가 'Sophie Gamand'의 화관을 쓴 핏불들 "Flower Power" 프로젝트 /(출처=소피 가먼드 홈페이지)

맹견과 투견으로 교배되어 투견이라는 인식 때문에 많은 이들이 입양을 꺼리는 핏볼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게 하는 프로젝트 ‘Flower Power’의 사진을 바라보면 서로가 행복해지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코로나 이후 유기동물의 수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아픈 현실 속에서, 사람 간 교류 또한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어떤 시선의 변화를 통해 서로 ‘사랑’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쉽지 않겠지만 어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방법을 우린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검둥이"를 함께 만든 사람들 /(사진=Aejin Kwoun)
"검둥이"를 함께 만든 사람들_빅잼대표/분장디자이너(박정미), 나비(최담), 미키(김유신정), 주관사 투비원디자인대표(이종일), 두리(권나영), 차서현(문규비), 검둥이(이준), 민성욱(배용근), 소리(김미혜) /(사진=Aejin Kwoun)

‘빅재미-극단 Soulmate 이어달리기’는 극단 소울메이트의 작품을 연달아 올리는 시리즈로, 이번 연극 “검둥이”에 이어 웃음을 잃어버린 섬의 비밀을 파헤치고자 섬으로 들어가게 된 유진과 태진, 그리고 비밀을 지키려고 하는 섬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운소도”로 오는 22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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