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22일 오전 10시 30분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여균동 감독의 ‘낯선시리즈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블랙 코미디 ‘예수보다 낯선’의 언론/배급 시사회와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예수보다 낯선’은 전작에 실패한 위기봉착의 ‘영화 감독’이 베스트셀러 ‘예수를 만나다’를 영화화하자는 제안을 받는다는 내용으로 시작해, 자칭 ‘예수’라 우기는 사람과 만나 영화를 찍기 위해 떠나는 엉뚱한 로드 트립 블랙코미디이다.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아 시네마스코프에 초청되어 일상 속에서 특별함을 찾아내는 독창적인 시선과 연출, 해학적인 웃음이 담긴 대사들로 호평 받은 바 있다.
‘도어락’, ‘쎄시봉’, ‘궁합’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와 뮤지컬, 연극 등에서 개성 있는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배우 조복래가 ‘예수’ 역으로 분해 또 한 번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또한 1994년 개봉 당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며 대종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영화 ‘세상 밖으로’의 여균동 감독이 10년 만에 외도에서 돌아와 연출과 ‘감독’ 역을 맡았다. 영화 ‘너에게 나를 보낸다’의 주연을 맡아 청룡영화상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는 자전적 이야기를 함께 담아내며 현실감 넘치는 연기를 선보인다.
기자 간담회는 여균동 감독과 조복래 배우가 함께 해 주었다. 대화의 내용들은 몇 마디만 남기기보다는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대화의 대부분을 지면에 옮긴다.
조복래 배우에게 이 영화에서 ‘예수’라는 역할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물어보았다.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 감독님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와 예수에 관한 이야기를 쭉 말하시는데 그것들을 듣고 있으니까, 나도 배우로서 이런 부분에서는 좀 채우고 싶었던 인문학적 지식 등을 그냥 넋을 잃고 듣게 되더라.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예수란 역할이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영화 속 감독 대사 중에 ‘예수도 영화의 한 이야기일 뿐이다’를 듣고 예수란 역할에 부담이 덜어진 것 같고 (전 기독교가 아니라 무신론자에 가까운데) 기독교 신자분들이 안 좋게 볼 수 있지 않을까 걱정돼서 꽤나 많은 분들에게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보여드렸는데 그 분들이 괜찮다는 평을 하기도 했고 재미있다는 의견들도 많아서 재미있고 긍적적으로 영화 촬영을 결심하게 되었다.
‘예수’역에 조복래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를 물었다.
김조광수 감독이 내가 실의에 잠겨 있으니까 조복래 배우를 소개시켜 줘서 만나게 되었다. 예수의 생김새라고 하는 것이 참 주는 의미가 크다. 여하튼 우리 모두가 신의 형상을 지니고 있지 않을까. 그 중 편파적이지만 멀쩡하고 잘 생긴 사람이 주인공이 되지 않나. 나도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세상이 그렇더라구요. 굉장히 불공평하기는 한데 온 사람 중에 제일 배우 같고 그냥 혹시 흥행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한 가지 이런 것은 있었다. 지금도 그것은 아주 어려운 과제인데 배우들한테 주인공을 한다는 것은 좀 다른 것 같다. 조연이나 맛깔 나는 역할을 하는 것은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인간으로 치면 태어난다는 것과 비슷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그 기회를 조복래 배우한테 준 것이죠. 조복래 배우가 굉장히 열심히 했고 또 그것을 받아서 주인공으로 태어날 수 있는 어떻게 보면 그런 자격이 있었던 것 같다.
상업현장과 ‘예수보다 낯선’ 촬영현장과 다른 점들을 물었다.
촬영현장은 굉장히 춥긴 했으나 감독님도 그렇고... 촬영감독님, 조명감독님, 음향감독님 저희 진짜 극소수로 찍었거든요. 그래서 타이트한 촬영일정 이런 건 없었습니다. 하루 찍고 하루 쉬고 (나이가 들어서 힘든가 하셔서 그래서 쉬고) 다음 날 쉬고 그 다음 날 다시 모여서 정말 놀면서 찍었어요. 놀면서 찍었는데 정말 촬영 들어가기 직전까지는 정말 준비를 열심히 했습니다. 매일 모여서 연극 공연 준비하듯이 카페에 모여서 대본에 대한 이야기 하고 대본리딩을 쭉 하고 또 밥 먹고 그 작업을 (상업)영화 하면서는 단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는, (그래서) 연극했을 때의 추억도 많이 생각나고 배우로서 지금도 너무 값진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그 후에도 지금까지 작품 하는 것들 중에 그 정도로 준비를 하지 않거든요. 상업영화라든지 드라마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갖고 있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재미있는 일화는 이렇게 찍다가 감독님이 그린 예수를 촬영할 때 (그래도 처음에는 말투, 표정 등을 많이 잡아 주셨어서) 매번 이렇게 하셔서 호흡하면서 파트너로 위축되면 어쩌나 걱정을 했었는데 촬영이 막상 들어가니깐 감독님이 본인대사와 본인연기에 신경 쓰시느라 촬영할 때 제 연기를 하나도 안 봐주시더라고요. 이게 좀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전 더 자유로워지는 그게 감독님이 그린 큰 그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부분들이 재미있었다.
겨울바다씬에 대해 감독에게 의미를 물었다.
바닷물 속으로 물 위로 걷는 장면...원래는 물 위를 걸었어야 해요. 바다 위로 걸어가서 저 멀리 사라지는 게 CG가 없어서 걸어가는 게 아니가 그냥 빠져버리더라구요. 저는 그 장면을 찍으면서 부활을 생각했어요. 죽었는데 계속 살아나잖아요. 그래서 제일 종교적으로 어려운 문제인데 저는 부활의 의미가 뭘까 대체 왜 부활을...죽었는데 자꾸 태어났다고 할까 음...그것은 날 것 그대로의 사라짐... 사라져야 하는데 사람들은 왜 부활했다고... 여기에 대한 질문에 대한 나름의 해석이었던 것 같다. 장면의 해석은 아닐꺼구 제가 그걸 던지면서 결국은 퀵서비스처럼 계속 오는 이유가 우리들의 기억 속에 우리들이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 있는 낯선 자. 그게 신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영원히. 그 장면이 나는 그런 맥락으로 해석하고 싶다고 현재까지도 우기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바다씬 그 전까지는 머 연기를 저렇게 하냐, 예수를 저렇게 하냐, 등등 배우에게 애정이 별로 없었는데 바닷물 속에 빠졌다나 나오니깐 그 다음 장면 찍는데 예수처럼 잘하더라고요 아 저것을 처음에 했으면 좋았을 텐데 라고 생각했었어요. 내 마음이 변한 거죠. 전에는...사실 감독이란 놈들은 불만투성이에요. 아무리 잘해도 저것밖에 못하나 그런 생각들 없다면 거짓말이다. 아마 그다음 장면 연기했을 때 비슷하게 했을 텐데 굉장히 잘해 보여요 대사에도 있지만 ‘내가 입이 달면 세상이 달게 보인다’ 고 내가 변하니깐 세상이 달라지는구나 그런 실질적인 경험을 했다.
겨울바다씬에 대한 배우의 심정을 물었다.
정말 입수하면서 감독님이 원망스러웠던 씬이였습니다. 아주 편안한 톤으로 야 겨울에는 부산에서 알몸으로 뛰어드는 축제도 있고 그렇대. 너 그거 아니? 겨울 바다는 따뜻해.라고 하셔서 많이 원망스러웠었다. 어쨌든 잘 나와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종교인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에 대해 물었다.
지구상에 한 이천 개의 기독교가 있대요. 역사적인 경험은 하나일 텐데...기독교 뿐 아니라 우리의 생각도 그런 것 같아요. 이천 개의 기독교가 있다는 것은 이천 개의 다른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거니깐. 이게 절실하게 복음주의로 믿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굉장히 해방신학적으로 믿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 다음에 신비주의로 믿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야기는 제각각일 것 같아요. 그런데 현대에 들어와서 기독교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하나의 현상이 된 것은 사실이다. 복잡하고 긴 이야기가 될지 모르겠지만 저는 예수를 종교적으로 접근할 생각은 거의 없었어요. 그냥 하나의 중요한 사상, 철학적 사상가, 생각하는 자로 접근하고 싶었고, 그 이전까지 ‘예수’는 굉장히 무서웠던 신의 위치를 지상으로 초대한 최초의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아마 지금은 너무 쉬운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는 그게 목숨 걸고 하는 생각이거든요. 결국 그것 때문에 죽은 거구. 항상 구약성서를 보면 위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잖아요. 머머 하지 마라 아들을 갖다 바쳐라 신, 보편자에 대한 생각들이... 일반적으로 보편자에 대한 생각이 예수가 뭐라 그랬냐며는 '당신과 나 사이에 말씀이 있다' 그랬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말씀이 있다고. 목소리가 위가 아니라 바로 여기에 있다고. 그 위에 있던 목소리를 무서움, 번갯불 치고 처벌하던 목소리를 너와 나의 따뜻한 목소리 속으로 초대한 거거든요. 저는 이게 굉장히 인류역사에 있어서 인류이야기 역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전환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구가 동그랗다는 것을 발견한 것보다 천만 배 커다란 사상의 전환이었던 거다. 2천개가 넘는 기독교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는 정도인데 그 중 1900여개는 동의하지 않을 것 같다. 생각은 이렇게 복잡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편하고 속되고 속세적이고 일상적인 그런 곳에 우리의 보편자가 있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을 제가 가지고 있는 상식적 수준에서 얘기를 해 보고 싶었던 게 이번 영화이다.
감독에게 가장 마음에 든 대사나 씬에 대해 물었다.
문제적인 거긴 해요. 여성분이 나와서 '야 그러지 말고 내가 예수할래' 하는 그 말이 제겐 매우 복잡해요. 그런데 바로 반응이 뭐라고 나왔냐 하면은 ‘앗, 여자예수’, ‘그것 괜찮다’. ‘와 여자예수 대박 나겠는데’. ‘한 번도 그런 생각해 본 적이 없어’. 그런데 사실 말이 안 되거든요. 자기가 예수를 하겠다 했는데 왜 여자예수가 나왔냐 하면은 여자가 이야기했기 때문에 여자예수라는 말이 나온 거에요. 이게 이제까지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이죠. 남자가 예수한다고 했을 때, '야 남자예수 재미있겠다' 아무도 안 그러잖아요. 그런데 여자가 '너희들이 안 되면 내가 예수할께' 그러니깐 '어 여자예수?' 이게 현재 우리의 생각이라는 거에요. 우리 모두가 예수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여성분이 한 거에요. 그러니깐 나도 예수가 될 수 있겠네 라고 얘기했는데 현재 우리의 반응은 뭐냐 하면 '앗, 여자예수다'...이게 지금 갇혀 있다는 생각이죠. 근데 복잡한 대사였는데 전달은 물론 표현이 잘 안돼서 실패했지만 여하튼 다시 한 번 말을 한다면 그런 좋은 의도가 숨어 있는 내 나름대로의 새겨들을 대사가 아니었는가 생각합니다.
배우에게 가장 마음에 드는 대사나 씬에 대해 물었다.
지금 말씀 들으면서 감독님이 작업하시면서 말씀하신 것 중에 꽤 뇌리에 박혀 있는, 기억에 많이 남아 있는 말씀이 하나 있는데 무언가 중요한 대사를 할 때 힘을 주는 순간 들켜버린다. 지나가는 말로 사람들 가슴에 박히게 만들어야 된다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그런 부분들이 있는 대사들이 이 영화에 굉장히 많아요. 스쳐지나가지만...그래서 아마 좀 다시 보고 싶은데 하는 부분들이 꽤 있고 그래서 그것을 몇 번 다시 보시면(곱씹으시면) 좀 향이 좀 많이 퍼질 것 같은 대사들이 좀 있는데...방금 말씀하신 이런 부분들도 저도 찍으면서 좀 아 이게 좀 편견에 갇혀 있는 부분 같기도 하다 그런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기억에 남는 대사 중에 하나는 “네 입이 달콤하면 세상이 달콤하다”라는 말이 제일 기억에 남는 것 같다.
향후 작품 활동 다시 시작하게 된 계기를 이 영화로 봐도 되는지 물었다.
제2의 기회를 갖듯이 영화를 시작하면서 영화현장에서 사람들이 ‘마치 영화힐링학교 같다’ 했어요. 영화를 막 하다가 상처받은 사람들이 모여서 위로받듯이 영화를 찍었거든요. 그래서 앞으로 전 이런 영화를 계속 해봐야겠다는 출발점이 됐었고, 실제로 지금 똑같은 시스템으로 (이 영화는 배우까지 9명) 지금 두 번째 ‘살아있다는 것’이 믹싱준비중인데 배우까지 7명으로 찍었다. 돈도 비슷하게 들고. 그리고 세 번째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데 아마 이 세 개까지가 하나의 영화작업이 될 것 같다. 제 나름대로 3개를 ‘낯선시리즈’라 부르는데 낯선자가 타인이잖아요. 다른사람...왜 우리 안에 다른 사람이 있는가? 왜 타자와 살아야 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3부작으로 아마 계속 될 것 같다. 관심있게 지켜봐줬음 좋겠다.
마지막 인사로 여균동 감독은 “지나가는 영화, 지나가는 기억 일 수 있는 영화를 사려깊게 봐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조복래 배우는 “저는 이 영화를 개인적으로 만족한다. 재미있게 나온 것 같다. 개봉한단 소리를 듣고 뜻밖에라 여겨 감독님을 만나자 마자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을 했었다.”고 전하며 여균동 감독님의 다음 작품들도 기대 부탁드리며 ‘예수보다 낯선’ 영화를 많이 사랑해 주시라고 당부했다.
조복래 배우의 차기작은 3ㆍ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MBC에서 사전제작된 시대극 '이몽'으로, 약산 김원봉(유지태 분)의 오른팔 의열단원 김남옥 역할을 맡아 기대를 모으고 있으며 오는 5월 중 방송 예정이다.
'예수보다 낯선'은 끊임없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러기에 한 번 볼 때와 두 번 볼 때의 느낌이 많이 달라질 수 있기에 조복래 배우는 N차 관람을 관객들에게 자신있게 권했다. 영화 속 대사처럼 여균동 감독의 모차르트의 환생 같은 이야기를 펼쳐 볼 수 있도록 다양성 영화에 대한 다양한 지원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예수보다 낯선’은 4월4일 따뜻한 봄에 관객들에게 웃음을 안고 만나러 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