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세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 <앙상블(Ensemble)>이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뉴트로 전주섹션에서 프리미어 상영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지난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성혜의 나라>로 한국경쟁에서 대상을 수여했던 정형석 감독의 신작으로, 단편영화들에서 구조를 설계하고 그 구조로부터 흥미로운 주제를 도출하는 극명한 색채가 드러나는 정형석 감독의 재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10회차의 빠듯한 일정 속에 전주와 서울을 오고가며 촬영을 진행한 많은 배우들과 제작들의 열정이 녹아들어간 영화 <앙상블>은 전주의 한 극단을 배경으로 세 남녀가 사랑을 시작했거나, 실패했거나 아니면 모색하고 있는 상황들을 담고 있다. 그들은 같은 공간이지만 상이한 시간대에서 함께 한다. 이쪽에서 본 삶의 단면이 저쪽에서 보면 전혀 다른 단면으로 보이고 그들 각각의 삶의 단면은 서로 다른 영향을 주고받는다.
연출가 영로 역 김승수 배우와 조연출 세영 역 서윤아 배우가 함께 '로망'을 이야기하는 첫 번째 일화 ‘행복한 시간은 반복하고 싶다’는 정형석 감독의 본인의 이야기가 가장 투영되어 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세영 같은 여자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냐”는 말에서 현재 배우, 감독 그리고 연극의 연출을 함께 하고 있는 정형석 감독의 꿈이 느껴지기도 한다.
싱어송라이터를 고집하는 민우 역 유민규 배우와 공연팀 기획을 담당하는 막내 주영 역 최배영 배우 통통 튀는 독특함이 담긴 두 번째 일화 ‘운명은 제 갈 길 따라’는 풋풋한 청춘들을 이야기한다. 요즘 청춘들은 꿈이 없고 사랑을 쉽게 한다는 오해를 비켜가며, 독특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이 일화는 정형석 감독이 가장 애정을 가진 부분이라 말하기도 하였다.
극단의 배우 만식 역 이천희 배우와 배우였던 그의 아내 혜영 역 김정화 배우의 슬픈 일화 ‘마음은 무엇으로부터’는 이전의 두 개의 일화들과는 다른 색의 묵직한 무게감을 보여준다. 세계적으로 손꼽힐 정도로 하루에 수많은 연극이 공연되어지는 연극판에서 소수인원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꿈을 위해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이 대부분인 슬픈 그네들을 현실감 있게 조명하고 있다.
이 영화의 대단원은 야외에서 벌어지는 공연이다. 숱한 연습 끝에 극단 단원들이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하나의 점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다름을 유지하면서 상대의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가운데 사랑과 예술의 ‘앙상블’을 만들어 가며 시공간을 초월한 인연을 보여준다.
세 개의 만남을 이야기하는 작품 <앙상블>에서는 정형석 감독의 전작, 연극과 영화의 경계를 허문 작품 <여수밤바다>와 청춘들을 관조하는 작품 <성혜의 나라>에서 인연을 함께 한 배우들이 ‘카메오’로 출연하여 그들의 전작 연기를 떠올려 볼 수 있는 소소한 재미도 숨어 있다.
매년 참신하고 신선한 영화 기획을 지원하고 있는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JPM(전주프로젝트마켓)에서 영화의 인연으로 만난 정형석 감독과 한호정 프로듀서는 신작 <소년들> 피칭을 진행하며, 많은 제작/투자/배급사와의 새로운 인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쟁이 아닌 '피칭(3~5분의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의 작품/서비스를 소개하는 시간)'을 통해 선발된 모든 프로젝트가 고르게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전주프로젝트마켓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영화 <앙상블>은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중 5월6일 오후 8시 CGV전주고사7관(GV)과 5월10일 오후 4시30분 CGV전주고사4관에서 만나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