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극단 산수유가 만들어나가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상기시키는 드라마, <12인의 성난 사람들>이 올해 역시 전회 매진을 기록하며 표를 구하지 못한 관객들의 아쉬움들을 남기며 지난 3일부터 12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다.

참고기사☞ 정당하고 정확한 선택의 가능성을 묻는다, 연극 <12인의 성난 사람들 작품 속에 12명의 주인공들은 ‘배심원’들이다. 배심원단은 정부가 그리고 법원이 시민들을 억압하는 것을 견제하며 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미국에서는 배심원으로 선발되면 참여해야만 하는 의무를 띠고 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미국의 배심원 선정은 대체로 18살 이상의 미국시민권자로 영어를 잘 구사하고 범죄 경력이 없는 일반 시민 가운데 선발하고 있다. 배심재판은 배심원 12명의 의견이 갈리는 것에서 출발하며 의견이 갈리는 한 유죄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의거한다. 권고 효력만을 가진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미국 배심재판에서 법관은 배심원들의 평결에 따라 판결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그 재심을 명령할 수 없다.

어쩌면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라고도 할 수 있을, 배심원들의 회의실만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는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열띤 토론, 토론 그리고 토론들뿐으로 이루어졌지만 12명 각각의 배역들에 대한 배우들의 섬세한 묘사와 반대하고 부딪히고 설득하는 과정들의 영리한 연출과 이야기배치로 관객들은 회의실 안에 있는 배우들에게 감정적으로 공감하며 함께 소년의 유무죄 여부에 대해 함께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피고인이 범인이 아닐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존재한다면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는 ‘합리적 의심 없는 입증의 원칙’은 판결의 매우 중요한 잣대이다. 또한 유ㆍ무죄의 판단은 배심원 뿐 아니라 법관들조차 ‘편견’의 굴레를 쉽게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법정에 ‘배심원’들의 ‘합리적 의심’이 존재하길 바란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무전유죄 유전무죄’ 아래 효용성을 상실한 지 오래일 뿐 아니라 ‘증거의 채택’ 조차 법관의 주관성에 의해 선택부터 편견을 지니고 있는 대한민국의 법정에 ‘의심’을 가진 이들이 스스로 사회의 정의를 찾는 날을 기대해 본다.

“전 항상 민주주의가 위대하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이 평결 때문에 득이나 실을 얻을 게 없죠.

그래서 우리가 강한 거예요.”

인간만상의 혼란 속에 진실을 찾아헤메는 이야기, <12인의 성난 사람들>의 공연시간은 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3시와 7시이며 만13세(중학생) 이상 관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