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유명 영화 속 장면들을 모방하여 살인을 저지르는 ‘카피캣’ 스토리를 지닌 독립영화 현장과 이 과정에서 벌어진 진짜 범죄를 쫓는 과정을 교차하는 블랙코미디를 박진성 감독의 스타일로 완성된 결기가 엿보이는 최신작 <영화광 연속 살인사건>이 지난 11일 성황리에 막을 내린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아시네스케이프 부분에서 많은 영화광들과 함께 했다.
유명 스릴러 영화에 익숙한 이들에게도, 그런 것을 모르더라도, 한국 독립영화의 현장과 그 뒤에 놓인 씁쓸함을 안다 해도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는 작품 <영화광 연속 살인사건>은 ‘유명 영화 속 장면들을 모방하는 연쇄살인범과 그를 쫓는 형사들이 있다‘라는 내용의 독립영화에 출연 중인 유명배우 정승길(정승길 분)은 예술가인지 양아치인지 몹시 애매한 감독과 힘겨운 촬영을 이어가던 중 모종의 사고를 친다는 이야기이다. 자신이 맡은 형사 역할과 여러모로 닮은 듯 하면서도 어딘가 나사가 헐거워 보이는 아줌마 형사(김혜나 분)에게 쫓기게 되면서 그의 운명은 종잡을 수 없이 꼬이기 시작한다. 영화 속 현실은 흑백, 영화 속 영화는 컬러의 오래된 영화기법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영화를 만드는 고충을 이야기하는 대사는 너무나도 현실적이고 도전적이다.
4천만 원의 말도 안 되는 예산으로 장편영화를 만들어낸 이야기는 독립영화계에서는, 슬프지만 전혀 흔하지 않은 이야기가 되고 있는 현실이다. 부산아시아영화학교의 촬영장비 지원 덕분에 동의대학교 영화학과와 주식회사 고앤고필름의 산학협력프로젝트로 제작된 영화 <영화광 연속 살인사건>은 박진성, 박진석 형제가 각본을 맡아 특유의 스토리텔링으로 장르적 즐거움은 물론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들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우리 시대의 가장 재능 있는 감독 중 하나인 박진성은 데뷔작 <마녀의 관(2008)>을 포함해 4편의 작품을 연출했다. 김영하 작가의 소설 '마지막 손님'을 각색 및 연출한 <THE BODY(2013)>와 제임스베리 희곡 ‘메리로즈’ 원작을 창조적으로 번안한 흑백 톤의 물 흐르는 듯 한 이야기 <아일랜드: 時間의 섬(2015)>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어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기도 하였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코리아시네스케이프는 두 편 이상의 영화를 연출한 감독의 신작들과 경쟁섹션에 다 수용하라 수 없었지만 주목할 만한 완성도나 주제의식을 갖춘 신인감독들의 영화를 선정하여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