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세계 유명 무용단과 한국의 무용수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현대 무용 축제, 모다페(MODAFE)의 ‘Spark Place’는 신예안무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그들의 재능을 관객들에게 알리는 장으로, 올해에도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신인 안무가들이 자신의 끼와 재능을 맘껏 뽐냈다.
모다페 스파크 플레이스는 지금까지 현재 현대무용계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김설진(2007), 이재영(2009), 홍셩화(2008)와 김광민(2012), 이준욱(2009), 박순호(2005), 이영찬(2006), 이동원(2008), 정수동(2013), 도황주(2014) 등을 배출하며 명실상부 대한민국 현대무용계 인재등용문으로, 모다페 스파크 플레이스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모다페 국내초청작 정식 무대 기회는 현대무용 안무가로 길을 걷기 시작하는 신인안무가들에게는 꿈의 무대이다.
정규연 <Never-Never Land> |
아무도 갈 수 없는 땅 Never-Never Land는 호주 퀸스랜드 북쪽의 불모지를 말한다. 황량하고 척박한 사막과도 같은 오지라고 할 수 있다. 요즘 같이 급변하고 복잡한 현실과 대비되는 공간은 오히려 정규연 안무가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으로 다가오면서도 동시에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극한의 공간임을 자각하게 해 주었다고 한다. 결국 ‘Never Land’는 환상적인 제3의 공간으로써 이상향 혹은 미지의 세계를 상징하며 사막을 형상화시킨 오브제를 통해 공간의 이미지를 구현했다. 현실 세계에서 오염되지 않은 완전한 곳을 실현하기란 불가능하기에 의도적으로 미지화된 공간 안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부터 꼭대기까지 움직임을 탐색하며 정규연 신인안무가의 안팎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의 표현과 동시에 마음 속 깊이 담아내는 과정을 그려냈다.
짐승인지 인간의 형상을 가진 그 무엇인지 모를 존재와 우주복을 입은 듯한 존재가 하얀 산을 떠오르게 하는 고깔모자의 형상을 태곳적 몸짓으로 가지려 한다. 그 존재는 둘일 수도 있고 어쩌면 안팎의 존재를 표현한 하나일 수도 있을 것이다. 독특한 음악과 함께 어우러진 몸짓에서 고독의 그림자가 자욱하게 느껴진다.
안무 정규연/출연 정규연, 김명선/음악 도재명/작품길이 13분
김성현 <거북섬> |
왕이 상소를 받어 보니 별주부 자라라. “너의 충성은 기특코 고마우나 세상에를 나가면 인간의 진미가 되어 왕배탕(王背湯, 자라탕)으로 죽는다니 그 아니 원통허냐.?"
별주부 여짜오되,
"소신은 수족이 너이라 강상에 둥실 높이 떠 망보기를 잘하와인간의 봉패(逢敗, 낭패를 당함)는 없사오나(위험을 잘 피해 다니므로) 해중지소생(海中之所生, 바닷속에서 태어남)으로 퇴끼 얼굴을 모르오니 화상(畵像, 얼굴을 그린 그림)만 하나 그려 주시면 꼭 잡어다 대왕전에 바치겠나이다.“
왕이 이리 대답하거늘
"기특고 고맙다. 그럼 글랑은 그리 하여라. 여봐라 화공을 불러라~“
일등 화공을 불러들여 퇴끼 화상을 그리는디,
‘수궁가’를 기초로 하여 춤과 영상미디어와의 콜라보를 보여준 안무가 김성현은 힙합과 현대무용이 어우러진 독특한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걸출한 소리꾼의 창과 어우러진 슬프고 복잡한 표정은 수궁가의 느낌을 잘 전달해 주었다. 하지만 ‘수궁가’의 별주부 이야기를 모르는 외국인들에게는 조금 전달이 부족해 보였고, 초반에 직접 읊은 대사들이 전달이 미흡했던 점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거북섬'은 커튼콜이 없었다)
안무 김성현/무대 조일경/작곡 김형민/출연 김성현/작품길이 13분
정소희 <미.로.식.사> |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본질적 욕망인 의식주가 변질되었다. 이러한 사회 안에서 타인과의 관계성에 의해 발생되는 불필요한 예절행위를 과장된 몸짓으로 풍자하고자한다.
“나는 무엇을 욕망하는가?”
그 욕망이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관계성에 부딪힐 때, 스스로의 정신과 육체가 욕망이란 이름아래 자율성의 상실로 이어진다면 그 딜레마의 고독함 속에서 존재 할 수 있을 것인가..?
무용과 연극을 주 무대로 활동하였던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젊은 아티스트들이 모여 설립한 ‘파노라마아츠컴퍼니’의 일원인 정소희 안무가와 주성진 배우의 조합은 언어와 움직임을 영리하게 조합하며 일상과 판타지를 넘나들며 관객들의 몰입을 이끌었다. 뿐만 아니라 잔향효과까지 느껴지던 가사의 반복과 흥겨운 멜로디는 무용인지 연극인지 모를 공연의 매력을 더욱 극대화시켰다.
안무 정소희/출연 주성진, 정소희/스텝 이정섭/작품길이 13분
심재호 <Downside Up> |
꿈을 가진 사람들에게 현실은 가장 마주하고 싶지 않은 대상이다. 꿈과 현실의 양립, 이것은 꿈꾸는 모든 사람들이 겪는 가장 큰 난제 중 하나이다. 결국 그 양립이란 것은 현실과의 타협 그리고 절충이라고 생각한다. 삶을 버텨내기 위해 현실을 수용하다 보면 마음속에 자리한 꿈의 공간을 어느 정도 내놓아야 할 상황이 찾아오고 다른 이들이 보기에 그것은 현실 감각에 충실하고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것이지만 꿈을 가진 사람에겐 마음이 아픈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같은 세상에 살고 있지만 우리 앞에 직면한 현실은 저마다 다르다. 꿈과 현실, 냉정과 열정, 의식과 무의식, 그 사이에서 자신만의 존재적 가치를 찾는 애매하고 모호한 전혀 다른 두 가지 모습과 이야기 안에서의 교감과 동행. 그 위에는 분명 꽤나 달콤한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두 사람이 하나인 듯 머리끝부터 발가락 끝까지 섬세한 움직임과 긴장감을 보여주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동작과 갈구하는 표정은 독특한 개성을 가진 무대를 만들었다. 사다리와 모래를 이용한 깔끔한 설정 또한 매력적이다.
안무 심재호/출연 심재호, 양승관/작품길이 13분
매년 신인 안무가를 발굴하며 현대무용의 내실 있는 발전 토대를 마련해 온 제 38회 국제현대무용제 MODAF 2019 ‘Spark Place’는 3년 이상의 안무 경력을 가진 세계를 가슴에 담은 뜨거운 열정을 가진 신인안무가들을 매년 초청하여 제작지원금을 지원하고 있다.
'제38회 국제현대무용제 2019 모다페(2019 International Modern Dance Festival)’는 지난 16일부터 30일까지 대학로의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및 소극장, 이음아트홀, 마로니에 공원 일대를 비롯 이음아트센터 앞 야외무대에서 펼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