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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존엄하고 평등함을 일깨우는 연극 <아일랜드>..
문화

인간은 누구나 존엄하고 평등함을 일깨우는 연극 <아일랜드>

권애진 기자 marianne7005@gmail.com 입력 2019/05/29 00:15 수정 2019.05.29 01:04
이질감의 거리를 메우는 일상언어, 가볍지만 가볍지만은 않다
연극 <아일랜드> 포스터 /(제공=프로젝트아일랜드)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불합리한 현실, 그 때 그 곳의 두 남자가 이야기하는 정의, 연극 <아일랜드>가 오는 31일부터 6월 16일까지 선돌극장에서 재 공연된다. 연극 연출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는 서지혜 연출의 직접 화법은 자칫 어둡거나 무겁게 흐를 수 있는 이 작품의 분위기를 보다 현대적으로 바꾸어 관객이 공감하며 감상할 수 있는 평등한 무대를 만들어 놓았다.

작품을 연출한 서지혜 연출 /(제공=프로젝트아일랜드)

2012년 초연을 시작해 관객과 평론가들의 호평과 함께 재공연에 대한 관심이 끊이지 않았던 젊은 연출가 서지혜(프로젝트 아일랜드)의 연극 <아일랜드>는 남아프리카의 인종차별(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분리’,‘격리’라는 뜻으로, 이 정책의 목표는 백인우월주의에 근거하여 백인과 흑인을 분리시키는 것으로 극단적 인종차별정책으로 악명이 높다) 정책에 저항하다 체포된 수감자들이 모여 있는 로벤섬의 교도소를 배경으로 종신형과 10년형을 선고 받은 수감자 윈스톤과 존이 등장하여 그들의 자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일랜드> CAST /(제공=프로젝트아일랜드)

특히 <아일랜드>공연을 초연부터 함께 한 윈스턴 역 남동진 배우와 존 역 최무인 배우, 두 배우가 모두 합류하여 그들의 농익은 에너지가 무대에 또 다른 매력을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연사진1 /ⓒ김준영(제공=프로젝트아일랜드)
공연사진2 /ⓒ김준영(제공=프로젝트아일랜드)
공연사진3 /ⓒ김준영(제공=프로젝트아일랜드)

"인간이 타인에 대한 책임을 안다면 우린 이 감방에 있지도 않았어."

두 사람은 최소한의 인권도 보장되지 않은 섬에서 세상과 사람들에게서 고립된 채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은 시간을 보내며 얼마 남지 않은 교도소 발표회에서 선보일‘안티고네’를 준비한다. 그러다 발표회를 하루 앞둔 날, 윈스톤은 존의 형기가 줄어들어 3개월 후면 출소하게 된다는 소식을 듣고, 존이 가지게 될 자유에 대한 부러움과 절망, 진정한 자유에 대해 토해내고, 무너진다. 존은 그런 윈스톤의 모습에 자기가 잃어버린 자유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깨닫게 되고 결국 그들은 준비한 연극을 발표한다.

당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극심한 인종차별(아파르트헤이트) 안에서 그 땅의 주인들이 겪어야 했던 현실을 토대로 극 중 인물들의 ‘누구도’, ‘나’를 막을 수 없고 ‘나’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대사가 오늘날의 관객들에게도 큰 울림을 가지고 다가온다. 권력에 맞서 싸울 힘이 없는 인간들이지만 그들의 갈망은 ‘안티고네’처럼 소박하고, 인간적이고, 당당하고 정의롭다. 특히 두 인물이 선보이는 극중극 ‘안티고네’와 ‘법’에 대한 대사들은 오늘날 우리의 현실과 맞물려 자꾸만 되새김하게 만든다. 흑과 백의 인종문제를 넘어 법과 권력, 국가와 개인적 삶, 자유에 대한 갈등을 다각적으로 그린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은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남아공의 국민작가라 일컬어지는 <아일랜드>의 작가 ‘아톨푸가드’는 재판서 서기로 근무하던 당시 접했던 그로토후스키의 ‘가난한 연극을 위하여’를 통해 그 동안 목도했던 인간적 고통의 심연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는 이 세상의 구석, 한줌의 땅인 포트엘리자베스에서 인종차별을 받고 비참하게 살아가는 내일이 없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이들을 통해서 내일을 상상할 수조차 없는 오늘의 냉혹성을 통감하게 된다. 그는 이 현실 앞에서 분노하고, 좌절하고, 절망했지만 그의 작가적 양심은 역사의 오점을 전 세계 인류에게 증언해야 하겠다는 사명감을 부여했다. 그는 그로토프스키의 예술적 방법을 도입해서 무대 위에 그의 결의와 꿈을 실현하였다. 한국에 알려진 아톨푸가드의 다른 작품으로는 <돼지우리>,<메카로 가는 길>,<시즈웨 반지는 죽었다>,<출구와 입구>,<플레이랜드>,<어느 부도덕한 행위로 체포된 여인의 증언>,<보스멘과 레나>등이 있다.

관객의 호응과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연일 매진의 기록을 세웠던, 자유에 대해 이야기하는 연극 <아일랜드>의 공연시간은 평일 오후 8시, 주말과 공휴일 오후 4시이며, 만 13세 이상 관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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