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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마주한 민주주의의 민낯, 연극 <데모크라시>..
문화

우리가 마주한 민주주의의 민낯, 연극 <데모크라시>

권애진 기자 marianne7005@gmail.com 입력 2019/05/29 01:49 수정 2019.05.29 07:25
제 40회 서울연극제 공식 선정작
연극은 썬글라스에 중절모를 쓴 남자가 귄터 기욤에게 지령을 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권애진

                                                           “정치에 있어서 영원한 벗과 절대적인 지지는 없다.

오늘의 적과 내일의 적이 있을 뿐이지.“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초연 당시 거대한 장벽을 배경으로 세련되고 감각적인 무대 연출로 관객과 평단의 뜨거운 호평과 지지를 받았던 <데모크라시>가 제40회 서울연극제 공식 선정작으로 5년 만에 한층 더 커진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다시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선사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연극 <데모크라시>는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와 그의 비서로 침투했던 동독 스파이 귄터 기욤의 실화를 극화한 작품이다. 작가인 마이클 프레인은 50년 전 분단시기 독일의 정치적 사건들을 씨줄과 날실처럼 촘촘하게 재구성하여 오늘날, 이 시대의 ‘정치’ 그리고 ‘민주주의’가 과연 무엇인지 묻는다. 급변하는 한반도의 정세 변화 속에서 우리는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 우리가 마주한 민주주의의 민낯에 대해 뜨겁게 이야기했다.

빌리 브란트의 수상 집무실을 주 무대로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마치 어항 속을 들여다보듯 끊임없이 서로를 관찰하고 견제하며 정치적 욕망을 드러내는 무대연출은 극의 입체감과 몰입도를 높였을 뿐 아니라, 중후하고 매력적인 연기파 남자 배우 십여 명이 한 자리에 모여 수상, 국무위원, 비서관, 중앙정보국 책임자 등 걸출한 인물을 연기하며 최고의 무대를 선사했다.

빌리 브란트(김종태), 귄터 기욤(권태건)_커튼콜 때 귀여운 모습 /ⓒ권애진
커튼콜 사진_빌리 브란트(김종태), 귄터 기욤(권태건) /ⓒ권애진

성공적으로 초연을 이끈 김종태 배우와 권태건 배우가 다시 한 번 빌리 브란트와 귄터 기욤 역을 맡아 비서실장 및 연방법무장관 역 선종남 배우, 지령자 역 이승훈 배우, 헬뮤트 슈미트 수상 역 강진휘 배우, 서독 정보국장 역 김하라 배우 등의 초연 멤버와 함께 완벽한 앙상블을 선보였다.

커튼콜사진_헤르베르트 베너(선종남) /ⓒ권애진
커튼콜사진_지령자 아르노 크레츠만(이승훈) /ⓒ권애진
커튼콜 사진_헬뮤트 슈미트(강진휘) /ⓒ권애진
커튼콜 사진_한스 디트리히 겐셔(박기륭) /ⓒ권애진
커튼콜 사진_호르스트 엠케(김성환) /ⓒ권애진
커튼콜 사진_라인하르트 빌케(박경찬) /ⓒ권애진
커튼콜 사진_귄터 놀라우(김하라) /ⓒ권애진
커튼콜 사진_울리히 바우하우스(김진복) /ⓒ권애진
커튼콜 사진1 /ⓒ권애진
커튼콜 사진2 /ⓒ권애진

여기에 새롭게 의기투합한 자민당의원 역 박기륭 배우, 수상집무실 수장 역 박경찬, 수상경호원 역 김진복 배우, 김중기 배우의 합류로 한층 더 빈틈없고 원숙해진 연기는 190분의 긴 공연시간에도 불구하고 관객을 매료시켰다.

<데모크라시>를 연출한 몽씨어터의 이동선 연출은 히틀러에 의해 쫓겨나서 노르웨이로 망명해 떠돌다 독일에 돌아온 후에도 여러 견제 세력에 대항하며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고립되고 외로운 싸움을 이어간 ‘빌리 브란트’와 동독의 장교지만 고정 간첩으로 오랜 시간 활동하면서 동독으로 돌아가도 있을 공간이 없고, 서독에서도 간첩이기에 적을 둘 수 없는 ‘귄터 귀욤’, 두 인물에 대해 일종의 경계인으로서 자신의 뿌리가 모호해진 ‘난민’의 입장과 같다고 생각했고 바로 이 지점이 두 사람을 연결시켜준다고 여겼다.

작가인 마이클 프레인은 배꼽을 잡은 상황희극 ‘노이즈 오프’와 과학연극의 붐을 일으킨 ‘코펜하겐’으로 우리에게 소개된 바 있는 유명 극작가이다. 마이클 프레인은 종종 희극적인 상황 속에 철학적인 질문을 담는데, 이처럼 부조리하면서도 코믹한 작품들을 내놓았던 초, 중기를 거쳐 1998년에 발표한 ‘코펜하겐’으로 토니상을 비롯한 무수한 상을 휩쓸며 거장의 반열에 올라선다. 이후 마이클 프레인의 인간에 대한 관심이 정치행위와 염탐활동에 대한 독특한 서사기법을 통해 한층 더 성숙하게 발전되어 독일의 실제 정치사를 따라간 일종의 정치 다큐드라마인 <데모크라시>에서는 중량감 있는 등장인물들을 무려 10여명이나 한 무대에 올리고 이들 사이에 끊이지 않는 대화와 사색을 통해 연극서사에 새로운 한 획을 그었다.

1970년 12월, 비가 내리고 있는 폴란드 바르샤바 유대인 학살 위령탑에서 역사상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가 무릎 꿇고 ‘침묵의 연설’로 씻을 수 없는 죄에 대해 그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빌리 브란트’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베를린 장벽이 걷히며 백라이트가 객석으로 쏟아지는 장면은 유일한 분단국가에서 살고 있는 우리네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부러움을 자아 낼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터그 이단비, 조연출 박현지, 무대 임건수, 소품 김혜정, 의상 우영주, 조명 김성구, 분장 이지연, 영상 정병목, 음향 엄태훈, 사진 서원경, 그래픽 황가림, 무대감독 강민영, 기획 임성덕 김연빈 그 외 제작진들의 열정과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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