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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웅스러운' 뜨거운 울림, 연극 <낙타상자>..
문화

'고선웅스러운' 뜨거운 울림, 연극 <낙타상자>

권애진 기자 marianne7005@gmail.com 입력 2019/06/01 10:35 수정 2019.06.01 12:06
40th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
'낙타상자' 커튼콜_상자(임진구) /ⓒ권애진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관객들을 위한 진심이 가득 담긴 특유의 페이소스와 유머로 관객들을 웃고 울리며 평단의 호평을 받은 연출가 고선웅의 중국 희곡 시리즈 2탄 <낙타상자>가 제40회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 중 마지막 작품으로 6월의 첫날 마지막 공연을 올리며 관객들에게 뜨거운 울림을 선사하였다.

“인력거꾼은 바람이라네. 바람을 닮아서 바람처럼 된다네.”

“인력거가 멋지니 내 마음도 흐뭇해라.

두 다리로 바람소리 슁슁슁, 못 갈 데가 그 어디랴.“

'낙타상자' 공연사진_이강(장용철), 춘녀(박별) /ⓒ양동민(제공=극공장소마방진)

가난하지만 성실한 인력거꾼 상자에게 인력거를 산 그날을 자신의 생일로 정할만큼 인력거는 특별하다. 그러나 상자의 인생은 끊임없이 추락한다. 자비 없는 전쟁, 혼란한 사회, 자본가의 착취. 20세기 초 중국의 인력거꾼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흙수저 인생은 여전히 닮았다.

“상자야. 죽고 나면 흙 한 줌이야. 그게 다야.”

'낙타상자' 공연사진_딸보(김영노), 상자(임진구) /ⓒ양동민(제공=극공작소마방진)
'낙타상자' 공연사진_복자(최하윤) /ⓒ양동민(제공=극공작소마방진)

형편은 다르지만 누군가에게는 똑같이 반복되는 상황이 있다. 시공간이 달라도 마찬가지다. 하층민에게 삶은 언제나 부조리하고 불합리하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삶을 비관하지 않는다. 희망을 말하기 위해 절망을 먼저 살피며 우리로 하여금 그 다음을 생각하게 한다. 감정의 카타르시스는 희극과는 다른 감정의 정화를 가져다주기에 관객들은 고선웅 연출의 비극을 기다리고 열광할는지도 모른다.

1937년 발간 후, 라오서의 창작 목표와 지향점을 가장 잘 드러낸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중국‧미국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원작에 중원눙과 고선웅의 각색을 더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화류비련극홍도>, <탈춤-날숨의 시간> 등 다양한 작품에서 넘치는 에너지와 합을 보여준 극공작소 마방진이 2010년 서울연극제 3관왕 수상작 <들소의 달> 이후 9년 만에 서울연극제에서 신작을 선보였다.

'낙타상자' 커튼콜사진_상자(임진구) /ⓒ권애진
'낙타상자' 커튼콜사진_호호(홍자영) /ⓒ권애진
'낙타상자' 커튼콜사진_복자(최하윤) /ⓒ권애진
'낙타상자' 커튼콜사진_이강(장용철) /ⓒ권애진
'낙타상자' 커튼콜사진_마씨(서창호) /ⓒ권애진
'낙타상자' 커튼콜사진_유사장(장재호) /ⓒ권애진
'낙타상자' 커튼콜사진_손가(이정훈) /ⓒ권애진
'낙타상자' 커튼콜사진_조선생(조영규) /ⓒ권애진
'낙타상자' 커튼콜사진_고씨네(손고명) /ⓒ권애진
'낙타상자' 커튼콜사진_딸보(김영노) /ⓒ권애진
'낙타상자' 커튼콜사진_춘녀(박별) /ⓒ권애진
'낙타상자' 커튼콜사진_갈비(원경식) /ⓒ권애진

원작 | 라오서, 번역 | 오수경, 각색 | 중원눙, 연출 | 고선웅

출연 | 서창호, 장용철, 장재호, 이정훈, 조영규, 김영노, 손고명, 원경식, 박별, 임진구, 홍자영, 최하윤

프로듀서 | 고강민, 음악감독 | 김동욱, 안무 | 안미경, 무대디자인 | 김종석

조명디자인 | 류백희, 의상디자인 | 최인숙, 분장디자인 | 장경숙

아트웍 | 김수진, 백승지, 조연출 | 서정완, 한정윤, 제작PD | 이은경

홍보, 티켓 | 김은영, 김유경

'낙타상자' 커튼콜 사진_고선웅연출과 배우들 ⓒ권애진

상자와 인력거꾼들은 1924년 잡지 ‘개벽’에 발표된 현진건의 단편소설 ‘운수 좋은 날’의 김첨지와 어떤 면에서는 많이 겹쳐진다. 정말 열심히 살아보려 하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는데 급급한 그들의 인생에 미래는 그려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비극들은 ‘고선웅스러운’ 경극 대본 특유의 단순하게 반복되는 운문체의 대사들에 음악적 에너지가 덧씌워져 허공에 뿜어지고, 유머스런 안무를 가미한 움직임들은 대사들과 엇박자를 이루며 억지스런 눈물을 강요하지 않는다.

공식선정작 10작품의 99회 공연, 48회차 매진을 기록하며 37일간 달려온 제40회 서울연극제가 내일 2일 오후 5시,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시상부문은 공식선정작 중 대상, 우수상, 연기상, 연출상, 희곡상, 관객인기상, 신인연기상, 무대예술상을 그리고 특별공로상과 프린지 창공상이다.

오늘, 6월의 첫 날 오후 2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제37회 대한민국연극제’의 개막식이 열리며 또 다른 연극제의 시작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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