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2019 MODAFE 국제공동협업작인 안예순 안무가의 <Here There>가 지난 5월 25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전통과 현재, 다양성을 현대적인 관점으로 재해석하여 관객들과 함께 했다.
아시아무용커뮤니티(Asia Dance Community)는 한국 미 아시아 8개국(한국+말레이시아+인도+라오스+대만+싱가포르+태국+베트남) 대표 17인의 무용수로 구성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아시아무용단으로, 아시아 국가 간 문화예술교류 커뮤니티 구축, 아시아무용 자원의 발굴 및 무용콘텐츠 공동개발을 목적으로 창단되었다. 아시아 권역 별 예술 커뮤니티 활성화를 통한 단계적 교류 기반을 확립하고자 하며 상호 문화교류 확대를 목표로 한다.
가장 완전한 도형인 원에 내재된 다양한 형태의 가능성을 발견해 나간다. 이 작업에서 끊임없는 변형과 재창조를 할 수 있는 것은 모든 가능성들을 담지한 원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에 천착하여 원을 이루는 개별들의 몸과 몸짓을 중심으로 원을 움직이게 하고, 다른 의미를 운반한다. 즉 원래의 모습을 다른 것으로 넘겨짐으로써 새로운 실체들로 살아나는 것이다.
<Here There>는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에 퍼져 있는 ‘원무(Circle Dance)’ 중 하나인 강강술래를 차용하여 지금의 춤과 전통, 그리고 우리의 삶에 대해 새로운 관점으로 맞물린다. 변화하는 사회적 맥락 안에서 강강술래의 원형의 모습은 달라졌지만, 몸에서 몸으로 옮겨가고 반복되며 지금으로 건네졌다. 이 작업은 지나간 시간과 사라진 공간을 현존하는 몸과 춤으로 포착하기 위해 한 무리를 이루는 개인들의 몸짓에 밀착해 다가간다.
<Here There>에 출연하는 17명의 아시아 여성 무용수들의 춤은 하나의 이미지로 수렴되지 않는다. 오히려 개별 몸에 담겨있는 경험과 이야기들은 주체적이고 개별적으로 구성되어 누군가로부터 규정되는 아시아의 이미지에 다른 모습으로 대면한다. 무대 위에 펼쳐지는 걷고, 돌고, 뛰고, 들썩거리는 몸짓들을 통해 지금까지 감춰져 있거나 찾지 않았던 다른 모습으로 발견될 것이다. 그리고 몸에 누적된 경험과 기억을 통해서 역사를 작동시키는 것은 하나의 힘이 아니라 사소하고 작은 곳에서 이루어진다는 역사관을 제안한다.
<Here There>는 여기와 거기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연결성과 긴장감에 주목한다. 멀리서 바라볼 때, 하나의 덩어리진 몸들에 밀착해 다가갔을 때 수없이 그것은 다양한 모습으로 생동한다. 여기와 거기가 맺는 장소적인 관계에 대한 탐색은 지금 존재하거나 이미 지나간 것도 새로운 것으로 변환시킨다. 춤추는 무용수에게 한걸음, 혹은 더 가까이 다가갔을 때 발견되는 얼굴 표정의 변화, 손짓의 리듬, 시선 등은 하나의 의미를 작동시키는 표현, 그 자체이다.
<Here There>는 멀리서 보아 아름다운 세상, 가까이 다가갔을 때 발견될 수 있는 의미, 그리고 하나의 대상에 두 개의 장소성이 혼재되는 순간을 포착하여 지금 보고 있는 대상과 사건, 그리고 춤을 새롭게 마주하고자 하였다.
안무가 안애순은 명쾌하고 탄성적인 움직임과 세련된 리듬감, 탁월한 공간 활용력으로 선명한 개성을 지닌 안무가로, 한국적 전통과 동양적 미학관을 바탕으로 컨템포러리 댄스의 다양한 실험과 창작에 집중해 왔다. 안애순무용단, 한국공연예술센터, 국립현대무용단의 예술감독을 역임하며 ‘불쌍’, ‘이미아직’, ‘공일차원’ 등 실험적 안무작을 선보여 왔다. 한국 안무가로서는 처음으로 프랑스 바뇰레 국제안무대회에 참가하였으며 프랑스 샤이오 국립극장, 벨기에 리에주 극장 등에 초청되어 현지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평단으로부터 ‘한국적 정서를 녹여내는 독특한 안무’, ‘탁월한 공간 구성력’, ‘세련된 감각과 통찰력을 통한 주제 선택’, ‘무용수들의 개성과 기능성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집중력’, ‘다양한 아티스트와의 도전적 협업과 성공’ 등을 통해 자신만의 명백한 작품 세계 완성에 성공한 안무가로 인정받고 있다.
안무가 | 안애순, 음악감독 | 김기영, 작곡/사운드 디자이너 | 라인 루소, A PROPIC
조명디자이너 | 후지모토 타카유키(Kinsei), 리허설 디렉터 | 황수현
출연 | 한상률, 강호정, 박관정, 이혜상, 이화선, 차다솜, 한아름, 황다솜, 달릴라 사마드, 메그나 바르드오지, 아닌디타 고시, 솜완펭 케올루앙라트, 야위안 창, 조이 왕, 칸다이스 분주아, 파크하몬 헤마찬드라, 칸 친 후인 트란
의상 | 임선열, 드라마투르기 | 김재리, 음향오퍼레이터 | 강안나, 제작PD | 김보슬, 심온
작품길이 | 60min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현대무용 페스티벌인 국제현대무용제 2019 MODAFE를 통해 무용이란 장르가 일반 관객들에게 친숙한 장르로 자리 잡는 한 편, 우리의 춤이 지속적으로 세계로 뻗어나가며 한국 현대무용의 세계적 위상이 높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