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극단 가변의 이성구 연출작 <패밀리 리어(Family Lear>가 2019 루마니아 바벨 페스티벌에서 연출상(Best Director)과 무대미술상(Best Scenography) 2관왕 쾌거를 기록했다. 한국 극단의 작품이 2부문의 상을 수상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올해는 극단 유목민의 <메데아 환타지>도 2관왕을 차지하며 한국 연극을 유럽에 성공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쾌거는 대한민국 연극계의 유럽진출의 교두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벨 페스티벌은 지난 2007년에 시작해 올해로 9회를 맞이했으며 공연예술을 매개로 다양한 문화와 종교를 아우르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루마니아에서는 시비우 국제연극제(Sibiu International Theatre Festival)에 버금가는 연극축제다.
이성구 연출의 <패밀리 리어>는 죽음을 직전에 둔 한 노인의 삶을 구현한 작품으로, 노인의 머릿속 풍경을 셰익스피어의 희곡 ‘리어왕’을 바탕으로 현대적으로 재창조한 공연이다. 공연은 현지 시각 6월 8일 7시에 시작해 90분간 진행됐다. 페스티벌 측에 따르면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치며 환호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페스티벌 측은 “극단 가변의 <패밀리 리어>는 리어왕의 이야기를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와 폭력성을 침투시켜 재구성한 연극으로, 원작의 모든 배신과 결투, 성적 이미지가 마치 그림처럼 표현되어 관객의 마음속에 스며든 파격적이고 아름다운 작품”이라면서 “장면의 전환은 텍스트를 최소화한 배우들의 움직임과 조명에 의해서 만들어지며, 특히 비눗방울로 표현되는 상징적 이미지는 가히 천재적이다”라고 극찬하며, "붉은색과 회색의 조화가 감각적이고 은유적이었다"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본 공연을 기획, 연출하고 무대디자인까지 총괄한 이성구 연출은 “연출가로서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었으며, 연극을 통해 국경과 언어를 초월해 많은 이들과 소통할 수 있고 연극예술의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해보고 경험해볼 수 있어 행복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성구 연출은 서울연극제에서 작품 '햄릿이야기'로 '젊은연출가상', 작품 '메데이아 콤플렉스'로 '연출상'을, 대한민국연극제에서 작품 '인생 오후 그리고 꿈'으로 서울대회 '연출상', 작품 '검정고무신'으로 서울대회 '대상', '연출상', 본선 '금상'을 수상하였으며, 작년에는 작품 '페인킬러' 로 2인극페스티벌 '대상'을 수상하는 등 매 작품마다 뛰어난 성과를 내며 주목받고 있는 연출이다.
이해동 공연 프로듀서는 “유럽에서 인정받는 큰 축제에서 2관왕을 기록한 국내 작품은 이례적이다”라며 “극단 가변의 유의미한 성과는 국제 시장에서 국내 작품의 활로를 모색하는데 큰 힘이 될 것”라고 기대했다
바벨 페스티벌(Babel F.A.S.T.)은 루마니아 왈라키아 지방에 있는 트르고비슈테시에서 매년 여름 진행하는 국제연극제로, 주고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작품들이 초청된다. 올해는 ‘이미지’를 주제로 열렸으며 무대극, 야외극, 거리극, 서커스 등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이 준비되었다. 바벨이라는 이 축제의 이름은 성서에 나온 바벨탑에서 가져왔고, 우주의 진리, 완벽에 다다르려 했던 인간의 바람이 이 축제에서 추구하는 방향과 맞닿아 있기에 ‘바벨’을 이 축제의 이름으로 삼았다고 한다. (연극In_장병욱 연출가의 글 발췌)
체코, 폴란드, 러시아, 인도, 이탈리아, 벨기에, 그리스, 크로아티아, 독일, 불가리아, 스페인, 리투아니아 등 전 세계 22개국 37개 작품이 참여한 2019 바벨 페스티벌은 6월 2일부터 9일까지 루마니아 도시 트르고비슈테(Târgovişte)에서 개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