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대학로 소극장에서 지갑을 많이 걱정하지 않고도 오페라 아리아를 아주 가까이서 맘껏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연극 <렌드미어 테너>가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의 열띤 호응을 받으며 뜨거운 열정을 이어가고 있다.
관객들은 알고 있지만 극 중 인물들만이 모르는 상황을 통해 웃음을 전달하는 작품 <렌드미어 테너>에서 마리아가 부르는, 소프라노들 사이에서도 가장 어려운 곡으로 꼽히고 있는 오페라 마술피리 ‘밤의 여왕 마리아’ 아리아를 통해 놀라운 기교로 격분을 표현하는 장면은 객석의 모든 관객들은 탄성을 자아냈다. 당당한 자신감을 내비치는 오페라 투란토트 ‘공주는 잠 못 이루고’ 칼라프의 아리아는 티토와 맥스의 듀엣을 통해 듣는 이들 모두의 가슴을 달달하게 녹아내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맥스가 매기에게 불러주는 오페라 사랑의 묘약 ‘남 몰래 흐르는 눈물’ 아리아는 극 중 맥스와 매기의 상황과 묘하게 맞닿으며 관객들의 미소를 자아낸다. 마지막으로 불렀던, 고음의 여왕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가 불렀던 요나스 카우프만의 유쾌한 미망인의 ‘입술을 침묵하고’ 아리아를 맥스가 부르는 상황은 아리아의 제목만으로도 연극의 상황을 짐작케 만든다.
이태리 유학파 성악가인 테너 이승원과 한국의 대표적 성악가 모임 ‘The Men’s Choir’에서 국내외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테너 강형모가 세계적 테너 티토 메렐리 역을 맡아 관객들이 쉽게 마주하기 어려운 멋진 고음으로 놀라움을 넘어선 경이로움을 선사하며 관객들의 귀를 호강시키고 있다. 글 쓰는 성악가로도 잘 알려진 테너 이승원은 창작 오페라 ‘나인테일즈’, ‘어사 박문수’, ‘정순도, 마태수난곡을 말하다’ 등의 다수의 오페라와 뮤지컬 대본도 쓰고 있으며, 이들 성악가의 대학로 나들이는 관객들에게 단비와 같은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
뮤지컬과 오페라를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소프라노 김주현과 콘서트드라마, 뮤지컬, 연극에서 멋진 가창력을 뽐내고 있는 권보미 배우가 티토의 아내 마리아 역을 맡아 ‘밤의 여왕 마리아’ 아리아로 섬세한 표정들과 함께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하고 있다.
국제성악콩쿠르 등에서 수상한 바 있는 바리톤 장철준과 뮤지컬배우 정우빈이 테너를 꿈꾸는 오페라단 조수 맥스 역을 맡아 좌충우돌 극적인 상황들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며 맥스의 마음을 절절히 표현하고 있는 아리아를 통해 관객들의 가슴 속으로 파고든다.
세계적인 성악가 앞에서 10대 팬처럼 좌충우돌 직진만 하는 매기 역은 박소담 배우와 장윤정 배우가 맡아 귀엽고 통통 튀는 매력을 보여준다.
한국 뮤지컬 1.5세대라 불리며 뮤지컬과 드라마를 섭렵하며 탄탄하고 빈틈없는 연기를 다져온 최낙희 배우와 뮤지컬 배우 이정구는 30년 경력의 벨보이인데 성악가를 꿈꾸고 있는 듯한 벨홉 역을 맡아 미국식 특유의 과장된 몸짓과 우스꽝스러운 대사들을 능청스레 소화하며 적재적소에 웃음을 던져주며 극 중 조금은 늘어지는 전개 부분들과 조금은 엉뚱한 전개에 활력을 더해주고 있다. '오텔로'라는 발음에서 알 수 있듯이 이탈리어 악센트가 가득한 대사들은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지만 어색함들은 능청스러움에 금새 가려진다.
야망의 소프라노 역이지만 의외로 아리아를 들을 수 없어 조금은 아쉬웠던 매력 가득한 다이아나 역은 뮤지컬배우 최윤정과 연극판에서 꾸준히 활동 중인 서송희 배우가 맡아 눈빛만으로도 관객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치명적인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적 테너 티토 덕분에 몸부림치는 다혈질 오페라단 단장 선더스 역은 연극과 드라마, 영화를 오고가며 다양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이승원 배우와 이민한 배우가 맡아 맥스와 함께 극의 중심을 잡으며 이야기를 끌고 간다.
‘아리아’는 오페라에 등장하는 독창곡 혹은 2중창곡으로, 인물의 감정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할 때 등장하는 음악이다. 조금은 어렵다고 여기는 오페라와 달리 오페라의 아리아는 인물의 극적인 상황이나 인물의 감정이 고조된 순간들을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화려한 기교를 사용하여 가수의 기량을 뽐내는 것이 중점으로 영화나 TV 등에서 멜로디가 많이 익숙한 경우들이 많아 더욱 쉽게 다가갈 수 있다. 그리고 오페라의 전개와는 다를 수도 있는 오페라 속 아리아와 달리, 연극 <렌드미어 테너>는 뮤지컬식 전개를 빌어 주인공의 마음을 유명한 오페라 아리아를 통해 뿜어내며 독특한 매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올해 데뷔 26년을 맞는 임호 배우의 첫 연출작, 오페라의 매력이 가득 담긴 음악극을 꿈꾸는 연극 <렌드미어 테러>는 7월 31일까지 대학로 굿씨어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