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역사 속에 잠들어 계신 그 분들을 기억하고 감사를 전하는 연극 <1950, 결혼기념일>이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관객들에게 눈물과 진한 여운과 감동을 전하며, 관객들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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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걱정하지 않고 오늘을 살 수 있는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평화는 절대로 거저 얻은 것이 아니건만, 그 평화를 있게 만든 그네들에 대한 기억, 분단의 아픔 그리고 전쟁의 고통을 현시대의 우리는 사실 체감을 잘 하지 못한다.
한국전쟁은 근대 국가 체제가 형성된 1,500년부터 현재까지 발발한 전쟁 가운데 군인 사망자가 일곱 번째로 많았던 전쟁이다. 그러나 한국전쟁은 당시 남북한 전체 인구의 1/5이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 있을 정도로, 군인보다 민간인 사망자가 더 많은 전쟁이었다. 세계대전이라 불리울만치 규모가 컸던 6개 전쟁들의 바로 뒤를 잇는 사망자를 발생시킨 한국전쟁은 좁디 좁은 한반도에서 3년간에, 그리고 다른 민족이나 나라가 아닌 같은 민족간에 이뤄졌기에 그 처절함을 단지 숫자로만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리 하나 두고서 멀어져 간 형제여, 형제여.
핏물이 강물 되어 흘러 흘러 가버린 형제여 형제여.
아, 아, 끊겨버린 한강다리야.
어찌하여 우리 인연 끊으려 하느냐.
아, 아, 둘로 나뉜 한강 다리야.
너와 함께 우리 인연 둘이 되었구나.
다리 하나 두고서 멀어져간 형제여, 형제여.
연기와 함께 재가 되어 날아가 버린 형제여, 형제여.“
- 연극 <1950, 결혼기념일> 속 '형제여' 가사
극 중 주인공 김근태의 직업은 기관사였다. 기관사들은 6ㆍ25전쟁 당시 철도청 직원 중 1만 9,300여 명이 교통부 산하 전시군사수송본부에 배속돼 참전했고 이들 중 287명이 전사했다. 이제까지는 철도관계자들에 의해서만 기억되고 있는 ‘6ㆍ25참전 철도전사자 287위 추모식’이였지만, 이젠 잊혀진 영웅들에 대해 정부관계자 뿐 아니라 일반 관객들도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을 이 공연 <1950, 결혼기념일>은 우리에게 만들어 주었다. 마지막 엔딩 때 군번줄을 보며 모든 배우들이 묵념을 했듯이, 우리도 짧은 시간이나마 그들을 기억하고 묵념을 하는 시간을 잠시 가져보길 바란다.
“서울 시민 여러분, 안심하고 서울을 지키시오. 적은 패주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여러분과 함께 서울에 머물 것입니다. 국군의 총반격으로 적은 퇴각 중입니다.
우리 국군은 점심은 평양에서, 저녁은 신의주에서 할 것입니다. 이 기회에 우리 국군은 적을 압록강까지 추격하여 민족의 숙원인 통일을 달성하고야 말 것입니다.
......국민은 군과 정부를 신뢰하고 조금도 동요함이 없이 직장을 사수하십시오“
-1950.06.27. KBS 제1라디오에서 방송됐던 이승만의 육성 녹음 내용
정부를 믿고 그대로 서울에 남은 이들 중 많은 이들이 부역자 혐의로 처벌을 받기도 하였다. 이유도 영문도 모른 채 그저 살기 위해 무언가를 선택해야 했던, 억울한 모든 사건들에 대한 정확한 해명은 이제라도 모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많은 관객들을 눈물짓게 만들며 지난 가슴 아픈 기억을 절절하게 연기했던 배우들의 열연에 박수를 보낸다. 너무 짧은 공연으로 아쉬움을 자아낸 감동 어린 작품 <1950, 결혼기념일>이 다시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작품 <1950, 결혼기념일>을 통해 6월 25일이 결혼기념일인 근태의 이야기를 빌어 비극적인 한반도의 역사를 다룬 윤진하 연출은 역사 속 이름 없는 민초들의 가슴 속 이야기에 계속해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차기작으로 아직 제대로 다뤄지고 있지 않은 여순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 중이라는 윤진하 연출의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우리의 역사는 아름답고 당당한 부분들만은 아닐 것이다. 지난 과오들도 잊지 말고,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기억을 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 절대 나 혼자만의 힘에 의한 것이 아님을 기억하고,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모든 분들과 이념의 탈에 희생당하신 모든 분들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조그만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