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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아주 중요한 욕구를 일깨우는, 연극 <마음의 범죄..
문화

인간의 아주 중요한 욕구를 일깨우는, 연극 <마음의 범죄>

권애진 기자 marianne7005@gmail.com 입력 2019/06/23 01:11 수정 2019.06.24 08:16
1981년 퓰리쳐상 수상작, 베스헨리의 <마음의 범죄>를 한국식으로 재구성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베스 헨리의 남부고딕문학 <마음의 범죄>가 프로덕션 IDA에 의해 1974년 미국 남부에서 현재 대한민국 제주로 넘어오며 재탄생되어 오는 27일부터 30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관객들과 마주한다. 베스 헨리의 작품 <마음의 범죄>는 1981년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던 작품이다.

'마음의 범죄' 공연사진 /(제공=프로덕션IDA)

진주의 각색/번안과 황세원의 연출로 현재의 제주로 시대와 배경을 옮긴 <마음의 범죄>는 막내 동생이 남편에게 총을 쏜 사건으로 오랜만에 세자매가 집에 모이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할아버지 병간호를 하며 일상을 보내고 있는 첫째 순진(이도연 분), 가수가 되려 서울로 떠나 연락이 두절됐던 둘째 가진(백지선 분), 잘나가는 시의원 전진격과 결혼해 살고 있던 셋째 아진(곽정화 분), 오랜만에 모인 세 자매는 아빠의 가출, 엄마의 자살, 할아버지에 대한 애증, 불행한 결혼 생활 등 잊고 싶었던 과거와 대면하게 된다. 누구도 기억하지 못한 첫째 순진의 생일,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막내 아진의 사건 속에서 늦게라도 순진의 생일 파티를 계획하지만 모든 상황을 꼬여만 간다. 과연 이들은 무사히 생일파티를 할 수 있을까?

'마음의 범죄' 포스터 /(제공=프로덕션IDA)

베스 헨리의 초기작품 <마음의 범죄>의 배경이 되었던 1970년대 후반의 미국남부는 보수적인 미국사회 중에서도 극단적으로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며 서로가 서로를 간섭하는 게 당연하다 여기던 지역으로 어쩌면 우리네 시골 풍경들과도 그리 다르지 않던 곳이다. 사실 지금 화두로 되고 있는 ‘래디컬 페미니즘’ 또한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이어진 미국의 페미니즘 운동을 일컫는 단어이기도 하다. ‘래디컬 페미니즘’이란 이론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는 것도 종교, 인종, 성별, 문화, 교육수준 등 차별을 초래하는 모든 요건들로부터 평등함을 위하는 이론인 ‘페미니즘’에 다가서는 작은 시작이 될 것이다.

18세기 고딕문학이 현실에서 동떨어진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을 주로 다뤘다면, 20세기 남부 고딕은 미국 남부 지방의 전형적이면서도 일상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하여 처음에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었지만, 가난과 차별 등 남부의 사회적 문제점을 드러내며 사회에서 고립된 외로운 인간들을 그리며 당시 많은 독자들의 지지를 얻게 되었다. 이들이 지향하고 있는 것은 지엽적으로는 여성 해방일 수도 있겠지만, 근원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휴머니즘’이라 할 수 있겠다.

얼마 전부터 대한민국에서 ‘페미니즘’은 쉽지 않으며 뜨거운 화두이다. 하지만 일단 무턱대고 페미니즘에 대해 불편해 하거나 멀리 할 필요는 없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불편하다고 느끼고 있는 ‘래디컬 페미니즘’은 사실 50여개의 페미니즘 이론 중 하나로, 그 하나의 이론이 불편함을 초래한다고 ‘페미니즘’이 불편하다고 느낄 필요는 없다. 사실 공연계에서도 여성들이 주축으로 이뤄지는 경우, 주제와 크게 상관없이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경우도 있어 왔기에 여성이 아닌 성이 공연을 함께 하는 데 주저할 필요는 전혀 없다.

'페미니즘'에 대해 꾸준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강남순 교수(미국 텍사스 크리스천 대학교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는 한 강연장에서 “피해자라는 패러다임으로 스스로를 가두는 것은 여성을 위함도 본인을 위함도 아닐 것이다”라면서 ‘타자에 대한 혐오’를 지양(止揚)하며 ‘모든 사람이 인간’임을 지향(志向)하고 있다. 개개인의 잘잘못이나 구조의 문제점들을 어떤 군집 전체의 문제로 단순화 하거나 전체화 하는 것은 문제의 해결에서 더욱 멀어질 뿐이다.

“인간의 욕구니까. 

자기 삶에 관해 얘기 하는 거, 

그건 아주 중요한 인간의 욕구야.”

'제2회 페미니즘 연극제' 포스터 /(제공=프로덕션IDA)

공동 작업을 하는 연극의 안에서 서로에게 손을 내밀어 ‘연대’를 꿈꾸는 페미니즘연극제 참여 작품 <마음의 범죄>는 지금 대한민국은 작가의 시대보다 무엇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관객들과 함께 고민하려 한다. 올해 2회를 맞이한 ‘페미니즘 연극제’는 지난 20일부터 7월 21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음, 서울연극센터, 마로니에공원다목적홀에서 ‘페미니즘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민의 시간을 함께 하기 위해 총 5편의 공연과 4개의 부대프로그램들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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