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아픔의 시간에 대한 기억의 흐름을 유유히 흐르는 시간의 강물의 흐름 속에서 16㎜ 필름의 따뜻함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 <쁘띠 아만다>가 금일 27일 개봉을 하였다. 개봉에 앞서 <쁘띠 아만다>의 미카엘 허슨 감독이 내한하여 지난 23일 CGV 명동씨네라이브러리에서 관객들과 오랜 시간 동안 따뜻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애도와 상실의 주제를 치유와 행복의 메시지로 전하는 차세대 거장 감독 미카엘 허스의 이 작품은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을 극복하고 서로 의지하면서 일상으로 돌아가는 치유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파리에서 민박집을 관리하는 스물네 살 ‘다비드(벵상 라코스테 분)’는 어느 날 갑자기 누나 ‘상드린(오필리아 콜브 분)’이 세상을 떠나자 슬픔을 뒤로 한 채 일곱 살 조카 ‘아만다(이조르 뮐트리에 분)’를 오롯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평화로웠던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삼촌과 조카의 뭉클하면서도 씩씩한 발걸음이 시작된다.
<쁘띠 아만다>의 연출과 각본까지 맡은 미카엘 허스 감독은 세 편의 단편과 두 편의 장편에서 애도와 상실이라는 주제를 심층적으로 다루면서 특유의 연출력으로 이미 전 세계인들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고 있다. 특히, 단편 '몽파르나스'를 제와하고 나머지 작품을 모두 슈퍼 16mm와 35mm 필름으로 촬영해 70년대 프랑스 영화의 계보를 잇는 프랑스 차세대 거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미카엘 허스 감독은 단편 작품으로 칸영화제 비평가 주간 초청 상영, 칸영화제 감독 주간에서 장 비고상과 SFR 수상, 클레르몽페랑 단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등을 거머쥐며 천재적인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메모리 레인(로카르노국제영화제 공식초청)’, ‘디스 썸머 필링(로테르담국제영화제 공식초청)’을 잇는 세 번째 장편 <쁘띠 아만다>는 2018년 베니스국제영화제 오리종티 경쟁부문에 초청되어 매직랜턴상을 수상했고, 제31회 도쿄국제영화제에서는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그랑프리와 최우수 각본상의 2관왕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상용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와 조경의 영화학 박사와 함께 영화에 대한 심도 깊은 대화의 장을 펼친 미카엘 허스 감독은 “이 영화는 ‘테러’를 다루지만 ‘개인과 가족의 비극 영역’이 중심이다. 굳이 서스펜스처럼 만들고 싶지 않았다”라고 영화를 설명하며, 정치적으로 국가의 책임 소재를 굳이 직접적으로 묻지 않는 건 생각이 없어서가 아니라고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부재와 상실의 주제의 경우 오히려 새로운 희망의 분위기를 이야기하며 역설적인 슬픔을 이야기하기에 ‘여름’의 생명력은 실용적이다. (그리고 적은 팀으로 이동이 용이한 것도 있다).”며 본인의 작품에 주로 등장하는 계절에 대한 설명도 해 주었다.
프랑스인들이 겪었던 고통만이 아니라 (일상의) 프랑스 거리의 아름다움도 영화에 담고 싶었다는 감독은 “자신은 빛에 대해 예민한 편이다. 디지털의 경우 선명하지만 색이 뚜렷하고 차가운 반면, 슈퍼 16㎜ 필름의 투박한 색감은 생각을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본인의 향수가 담겨 있다. 결말에서 따로 사용한 슈퍼 35㎜ 필름의 경우 세 개의 시간대와 장소에서 촬영을 하여 특수효과를 넣기 위해 사용했다.”
“삶의 속도는 (인위적으로) 빨라질 수가 없다. 그러기에 도시의 모습들을 자전거를 타거나 걷거나 하는 느린 속도감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당시 파리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러했다. 정지 장면처럼 멈춰있거나 먹먹한 침묵이 가득했다. 초현실과 현실 사이에서 (보통 사람들은) 뇌가 바로 반응을 할 수가 없다. 핸드폰 진동조차 너무 크게 느끼고 놀랄 정도로.”
아만다 역 ‘이조르 뮐트리에’ 배우 캐스팅에 관해서는 “아역배우와 성인배우에 대한 디렉팅의 차이는 없다. 3시간 법적 연기 시간에 따라 일정표를 챙겨야 할 뿐이다. 시나리오 표현과 설명도 그 배우를 어른처럼 대해야 한다”고 아역배우에 대해 이야기하며, “볼이 통통하고 정말 아이 같아 보이지만, 자기 생각을 뚜렷이 표출하는 배우를 원했다. 한부모 가정의 자녀들은 아무래도 또래보다 성숙한 면이 있을 거라 여겼다. 연기를 완벽하게 해낸 후 인형을 찾으며 본래 나이의 아이로 돌아가는 모습은 너무 매력적이었다.”고 배우에 대한 애정을 한껏 드러냈다. 자신의 상처와 인생 그 자체만으로도 버겨운 삼촌 다비드와 일곱 살 조카 아만다는 어쩌면 존재 그 차제로 슬픈 기억의 재생 버튼을 플레이 시키기도 하지만, 서로를 지탱하며 치유의 에너지를 함께 나누는 장면들은 통해 작은 아이조차도 슬픔을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어디서도 볼 수 없던 굉장히 긴 토론이었고, 인물의 심리에 대한 관심과 해석이 흥미로웠다는 느낌을 전하며 많은 질문들에 감사를 표한 미카엘 허슨 감독은 “이 영화가 비극적인 내용을 다루지만 관객들이 극장을 나설 때, 비극적 상황에 머무르지 않길 바란다. 인생은 슬퍼도 어찌 보면 상관이 없다. (지금이) 또 다른 시작이기에 빛과 희망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관객들에 자신의 바람을 전했다.
시나리오를 쓸 때 (구조보다는) 직관에 따른다는 미카엘 허슨 감독이 애도의 시간과 즐거운 시간이 혼재될 수밖에 없는 ‘실제 삶’을 보여주고 있는 영화 <쁘띠 아만다>는 오늘의 행복을 찾아가는 치유의 여정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섬세한 감동을 전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