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미스터리장르의 스타일리쉬한 고수들이 펼치는 중고시장 살인마에 대한 이야기, 극단 동네풍경의 <The trader : 위험한 거래>가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2019 제3회 미스터리스릴러전’에 작년에 이어 참가하여 흠잡을 데 없는 무대와 연기를 보여주며 관객들의 열띤 호응을 받고 있다.
인터넷 중고품거래 사이트를 통해 살해할 타깃을 고르는 연쇄살인마 수인은 자신에게 살인을 의뢰하며 찾아온 세 사람을 만나게 된다. 살인청부의 대가로 아끼던 중고 물품을 내어놓는 셋 .수인은 그 물건들을 트로피 삼아 간직하기로 결심하고 셋의 요구대로 그들이 죽이고 싶은 사람들을 한 명씩 살해하기 시작한다.
<The trader(위험한 거래>의 희곡을 쓰고 연출한 김규남 연출은 “연쇄살인마 수인과 수인의 손을 빌려 살인 목적을 이루려는 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질투와 탐욕 앞에서 인간의 내면이 얼마나 나약하고 추악해질 수 있는지를 조망해 보았다”고 작품에 대한 설명을 전하였다.
극단 동네풍경에서 오랫동안 함께 호흡을 맞춰온 정훈 역 이연준 배우, 연주 역 이정은 배우, 수인 역 이두아 배우와 은미 역 서세린 배우가 가면을 소품으로 사용하여 여러 배역을 넘나들며 능숙한 연기로 공연의 스릴을 한껏 높여 주었을 뿐 아니라, 기본 조명 외에 사용한 손전등은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리며 작품에 몰입하게 만들어 주었다.
극단 동네풍경의 김규남 연출은 장르적 완성도에 있어 뛰어난 기량을 증명했다. <위험한 거래>는 일상에서 흔히 이뤄지는 인터넷 중고거래 진행 중에 섬뜩한 사건에 휘말리며 서스펜스를 증폭시킨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기에 극한 몰입감을 가지고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한 채 장르적 재미를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 김규남 연출 Mini Interview - |
1. 세 가지 사건을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 어디서 소재를 얻었는지 궁금합니다.
평소에 중고 거래 사이트를 자주 이용하는 편입니다. 한 번은 운동화를 팔기 위해 사진을 올렸는데 구매하겠다는 사람이 새벽 2시에 자기 동네로 오라며 주소를 찍어줬습니다. 늦은 시각이긴 했지만 물건을 빨리 팔아치워야겠다는 마음에 갔습니다. 구매자가 젊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위아래로 검은 옷을 입은 중년의 아저씨 한 분이 나오는 겁니다. 가로등 불빛도 없는 캄캄한 골목에서 스마트 폰 손전등을 켜고는 제가 가져온 운동화를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언제 샀는지, 얼마에 샀는지, 몇 번 신었는지 묻더군요. 그러다 대뜸 ‘혼자 왔어요?’라고 묻는데 갑자기 오싹해지면서 등 뒤에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친구랑 같이 왔어요, 친구는 차에’ 라고 둘러댔죠. 운동화 값을 받고 골목을 빠져나오며 슬쩍 돌아보니 그 아저씨가 계속 그 자리에 서 있는 겁니다. 핸드폰 손전등은 그대로 켜져 있고. 아주 인상 깊은 ‘직거래’ 순간이었어요. 그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 언젠가 이 에피소드를 모티브로 스릴러 한 편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연쇄살인마 수인은 그 아저씨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입니다.
본격적으로 이 희곡을 써야겠다고 마음먹고 한 일은 중고 거래 사이트를 뒤지는 일이었습니다. ‘수인이 거래할 물건’을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바로 극 중 등장하는 세 가지 물건입니다. 더 이상 들고 다닐 형편이 안 된다며 내어 놓은 유명 브랜드의 명품백, 발레를 그만두게 돼서 판매한다던 발레슈즈, 항암치료를 받던 어머니가 쓰던 인모 가발.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을 보며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상상하며 구상했습니다. 마치 제가 수인이 된 것 처럼요.
2. 안산에서의 공연(갯벌엄마 담담이, 고수를 찾아서 등)과 서울에서의 공연(독살식구, The trader 등)은 색깔이나 느낌이 같은 극단의 공연일까 싶을 정도로 다른 듯 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극단 동네풍경은 ‘안산’의 지역 극단입니다. 삶의 가장 가까운 터전인 ‘동네’ 가까이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담아내어 보자는 마음으로 2013년 안산에서 창단되었습니다. ‘갯벌엄마 담담이’, ‘별망엄마’, ‘선감학원’, ‘로맨틱 니콜라이’, ‘학교 가는 길’, ‘어느 멋진 날’, ‘스프링 어드벤처 온라인’ 등등의 안산을 스토리텔링하고 지역의 정서를 담아내는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왔습니다. 극단의 정체성이 곧 ‘안산’입니다.
'소극장 혜화당' 같은 공연 전문 민간 소극장이 안산에는 없습니다. 그 점이 너무 아쉽지만 '안산'에도 언젠가는 서울의 '대학로' 처럼 공연예술의 거리가 만들어지는 날도 꿈꿔봅니다. 안산에는 좋은 극단들이, 재능 있는 연극인들이, 다양한 예술인들이 정말 많습니다.
극단 동네풍경에게 서울에서의 공연은 '여행'입니다. 특히 ‘소극장 혜화당’에서 열리는 장르 연극 페스티벌은 극단의 예술적 세계를 확장하고 다양한 연극적 시도를 할 수 있는 귀한 시간입니다. 저희는 이 ‘여행’을 최대한 즐기려고 노력합니다. 떠나온 곳을 모두 잊고 오감을 최대한 열어 ‘여행’에 집중 합니다. ‘여행’이 끝나고 ‘안산’으로 돌아가 지역의 관객들을 만날 때, 이 ‘여행’에서 받은 영감과 경험들이 큰 에너지가 됩니다.
하지만 다른 색깔, 다른 느낌을 내려고 특별히 애쓰지는 않습니다. 저희 공연에 함께 해주시는 ‘관객’ 분들이 어떤 기대감을 가지고 극장을 찾을지, 그들과 무엇을 나눌 것인지, 어떤 정서를 교감할 것인지, 어떻게 연기를 하고 연출을 해야 우리와의 만남이 재미있고, 흥미롭고, 또한 의미 있는 시간이 될지에 대해 배우들과 함께 고민을 많이 합니다. 그래도 늘 정답은 알 수 없죠. ‘관객’은 ‘배우’만큼이나 신비롭고 경이로운 존재인 것 같습니다. 그저 매 공연마다 만나게 될 새로운 관객들을 생각하며 최선을 다 해 고민 할 뿐입니다.
3. 작품의 기획의도 외에 관객들에게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극 중 인물들의 이중적인 모습과 내면에 감추고 있는 나약함과 추악함을 관객들에게 어떤 형식으로 보여 줄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서 고안해 낸 방법이 배우들이 랜턴을 이용해 서로를 비춰 실체와 그림자를 대비시키고 강조하는 연출 형식이었어요. 공연을 관람하실 때 인물들의 실체가 무대의 벽과 바닥, 천정에 만들어내는 그림자도 함께 감상 하신다면 여러 가지 다양한 의미를 찾으실 수 있는 즐거운 공연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4. 다음 작품 계획이 어떻게 되나요?
9월에는 광명에서 ‘별망엄마’ 라는 공연을, 10월에는 안산에서 ‘학교 가는 길’ 공연을 준비 중입니다. 두 작품 다 ‘세월호’의 아픔과 치유를 담고 있는 연극입니다. ‘별망엄마’는 안산시 고잔동의 ‘별망설화’를 각색한 작품으로 바다로 나간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세월호의 아픔을 담아낸 연극입니다. ‘학교 가는 길’은 단원고 아이들이 걷던 학교 앞 동네를 관객들이 함께 걸으며 관람하는 마을 투어 연극입니다. 두 작품 다 무겁고 슬프지만은 않습니다. 웃음과 감동, 유쾌함과 따듯함이 함께하는 공연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매년 여름 대학로를 찾는 관객들에게 서늘한 시원함을 안겨주고 있는, 올해 3회를 맞는 소극장 헤화당의 ‘미스터리스릴러전’은 귀신이 출몰하는 호러물을 제외한 모든 형식에 자유로운 미스터리스릴러 장르의 깊고 새로운 장을 넓혀가고 있다. 금일 마지막 공연을 하는 극단 동네풍경의 ‘The trader : 위험한 거래’를 잇는 다음 공연은 극단 드란의 ‘나의 이웃(7.24~28)’으로 미스터리스릴러전의 작품을 선정한 김세환 프로그래머가 ‘스토리텔링의 고수’라 일컫는 만큼 다음 작품도 기대되고 있다. 지난 3일부터 4주 동안 개최되고 있는 제3회 미스터리스릴러전이 내년에도 참신한 작품으로 많은 관객들과 마주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