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주요연극상을 휩쓸었을 뿐 아니라 매 공연마다 연일매진을 기록하며 예술성 뿐 아니라 상업성까지 두루 검증 받은 연극 <그게 아닌데>가 지난 12일부터 28일까지 대학로 혜화동1번지에서 우리 사회의 계층, 세대, 집단의 단절을 영리하게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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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다섯 마리가 도시 중심지로 탈출했다. 이 중 두 마리는 선거유세장에서 정치인을 다치게 만들었다. 의사와 형사, 어머니는 모두 조련사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강요한다.
하나의 사실에 대해 모두가 다른 시선으로 자의적으로 해석을 내린다.
폭력에 익숙해진 형사는 자신의 폭력적인 행동을 훈장마냥 떠벌이며 조사 중인 피의자를 범인 취급하며 압박한다. 그는 조련사가 대선 출마를 앞 둔 시점에서 부상을 당한 임태규 의원의 경쟁자인 김창건 의원의 사주를 받고 주도면밀하고 잔인하게 계획한 범행이라고 해석하고, 보좌관에게 책임소재를 추궁 받았다는 사실로도 무작정 화를 낸다.
정신과 의사는 단어에 의미에 대한 집착을 보이며 그 사람에 대해 한눈에 모두 파악할 수 있는 것 마냥 행동한다. 그는 조련사가 어머니의 강압으로 인한 성도착증에 걸린 변태성욕자라고 단정 지으며, 모든 사건이 환자의 환상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정상이 아닌 상태라 금치산자에 적용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한 의사 또한 헬리콥터 맘이었던 어머니 때문에 어두운 청춘을 보냈던 인물이다.
조련사의 어머니는 아들의 행동들을 자신의 기준으로 해석하며 자신이 아들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조련사가 어렸을 때부터 갇혀 있는 모든 것들을 풀어주고 싶은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이유를 만들었다 이야기하며, 당당하게 형사를 골탕 먹임을 자랑스러워한다.
조련사의 동료는 조련사의 하나의 행동을 보고 자신의 기준으로 해석한다.
또 다른 우연의 일치로 사고를 당한 의원은 비리를 저지른 사람이다. 임태규 의원에 대해 시민단체는 건설부장관시절 빼돌린 세금과 그 사용처를 밝히고 후보직을 사퇴하라고 맞선다. 또한 정신과 의사는 정치인들을 자기애성 인격 장애자라고 칭한다.
조련사는 처음에는 거위가 우는 소리에 비둘기가 날자 촉각만으로 16킬로미터 떨어진 것에서 다른 존재를 알아차리는 예민한 코끼리가 겁먹고 놀라서 달려간 것뿐이라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중에는 세 명의 논리에 지쳐가며 모든 것을 포기한 듯 한 느닷없는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는 사람이 코끼리로 변했다고 이야기한다. 일코부터 오코의 이야기를 모두 알아듣기에, 코끼리들이 도망가는 것을 모른 체 했다고 이야기한다. ‘오코는 가족이 보고 싶다고, 이코는 애인이 보고 싶다고, 삼코는 아들을 보고 싶어 한다고’
소통단절의 시대에 직격탄을 날리며 웃음과 함께 많은 문제들을 던지고 있는 연극 <그게 아닌데>의 이미경 작가는 “상대가 이해되지 않을 때, 어리석게도 누군가를 설득하고 싶은 충동이 들 때, 아무리 생각해도 내 말이 맞을 때, 답답해 돌아버리려 할 때, 말다툼이 슬슬 지겨워질 때, 비상식적인 발언에 혀를 내두를 때, 저 머릿속에는 당최 뭐가 들었는지 의아할 때, 말이 안 통해 죽고 싶을 때, 그럼에도 대화는 멈출 수 없을 때, 조심하세요!”라고 이야기한다. 순간 ‘코끼리’가 출몰할 수 있기에.
플라톤은 절대적인 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소크라테스는 인간은 오직 인간의 안경을 통해 사물을 볼 수 있다고 하였다. 인간이란 존재는 자신이 ‘진리’라 여기는 것에 대한 부정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그게 아닌데‘라고 수십 번 외쳐보아도 돌아오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뿐이다. 이 작품의 모든 배역들의 주장이 그 중 하나는 진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모두가 부정일 수도 있다. 우리 시대는 ’진짜‘ 대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