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소시민의 삶을 통해 대한민국의 원조적폐를 이야기하는 연극 <馬山>이 지난 24일부터 28일까지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관객들과 함께 과거의 마산을 천천히 회상하는 시간을 가지며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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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여성이 중년의 남성기자 앞에 앉아있다. 그녀는 이야기한다 그 때 그 시절을...
세상을 몰랐다고...진짜 몰랐다고...
민주주의가 밥먹여 주냐고...
세상을 내한테 맞추려고 하면 안 된다. 사람이 세상에 맞춰 살아야 한다고...
그녀는 과거 1960년 3월의 마산을 천천히 회상한다.
작품 <마산>의 희곡을 쓰고 연출한 김경빈 연출가는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 살고 있다. 대한‘민국’의 적폐 시작은 대한민국의 정권이 시작 된 순간부터 봐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한국 헌정사 이례 국회의결을 통해 정식으로 무표처리 된 유일한 대한민국의 대통령 선거와 부통령 선거로 한국선거사 사상 최악의 흑역사로 기록되는 3.15부정선거’, ‘집권에만 몰두해 부정부패들로 국민의 신뢰를 잃은 이승만 정부의 적폐’를 이야기하며 그 안에 살고 있는 ‘소시민들의 삶’을 통해서 원조적인 적폐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장마가 한 차례 지나가고 폭염이 소시민들의 삶을 더욱 핍박하고 있다. 직장에서는 내 자리를 보전해야 하고, 몸 하나 쉬이 누울 수 있는 공간을 지켜야 하고, 매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그네들에게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조차 쉽게 말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깨어 있어야만 나를 지키고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온전히 시킬 수 있을 것이다.
2008년 창단한 ‘극단 산수유’는 인간에 대한 통찰과 세상에 대한 반문을 현대적이며 감각적인 창작활동으로 무대화하고자 하고 있다. 수년 간 여러 작품 속에서 호흡을 맞춰 온 단원들은 다양한 개성을 자랑하며 대표이자 상임연출인 류주연은 예리한 통찰력과 작품분석력으로 우수한 작품을 향한 욕구를 추구하고 있다.
- MINI INTERVIEW -
1. 보통 정치적인 우민화 정책에서 우선되어야 할 것은 시민 스스로 깨어있는 것일 것이라 여길 것입니다. 연출님은 그 해결책으로 어떤 것부터 우선해야 한다고 여기시는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우선 우리 스스로 깨어있는 것 자체가 중요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역사를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지금 우리가 아는 역사가 얼마나 제대로 된 역사일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역사가가 객관적이고 중립적일 수 있나 의문이 계속 생겨 왔습니다. 그래도 역사에 대한 우리가 살아온 것에 대한 것들에 대해서는 많이 깨어져 있어야 하겠죠? 우리들은 지금 현재를 살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바라보는 사회들, 우리를 대하는 잘못된 것들에 대해서 정확한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틀린 건 없다 여깁니다, 그저 다 다른 거니까요. 조금 더 우리가 역사나 사회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날카로운 제대로 된 눈빛으로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2. 연출님의 고향이 마산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당시를 연출님이 직접 겪어보지 못 하였지만 그 지역에서 다른 지역에서는 듣지 못한 사실을 어느 정도 듣고 자랐을 듯합니다. 일반인들이 어떤 점에 대해 더 알았으면 하는 것들이 특별히 있나요?
작품을 만들기 전부터 느꼈는데, 마산 사람(?)들이 지역부심이 상당히 강합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하하). '마산에 대해서 더 알았으면 하는 것'은 특별히는 없습니다. 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산에서 3.15 부정선거가 일어나면서 큰 시위를 하게 되고, 4.19혁명의 도화선이 되었기 때문에 마산이 '민주화의 시발점', '어떤 성지'라고 아시는 분은 알고 계실 텐데,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부정선거 전에 '학원의 자유', '학생들의 자유'를 외친 2.28 대구 학생시위도 있고, 충정도 지역, 전라도 지역, 다양한 곳에서 먼저 시위가 일어났었습니다. 비록 학원에 대한 것들이라는 게 한계라고도 하지만 여기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딱히 특별히 다른 지역 사람들이 더 알았으면 하는 건 없습니다. 아! 그래도 마산이라는 지역이 민주화를 위해 되게 많이 힘썼던 곳이라고 설명 드리고 싶습니다. 3.15 부정선거 이후 부마항쟁도 크게 일어났었고. 앞으로 또 그런 일이 생긴다고 하면 다른 지역 사람들 모두 그러겠지만 마산도 '당연히 열심히 싸울 곳'이라는 것 이 있습니다(하하. 약한가요). 경상도가 지금은 다 새누리당이 강세인 곳으로 많이들 알고 있지만 마산은 좀 예외인 것 같긴 합니다. 도시 분위기가.
4. 아마 어린 시절 연출님도 지역적으로 어떤 정당이나 어떤 인물에 대한 암묵적인 지지를 겪으셨을 듯합니다.(전 고향이 전라도였던 터라 실제 민주당 지지율이 80~90%를 넘었고 광주는 99%를 넘는 것을 봐 왔고, 선거날은 부모님께 누차 당부전화를 받기도 했었습니다^^) 부모세대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희 부모님은 제 나이에 비해 어리신 축에 속합니다(저도 어리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지역적인 정당에 대한 암묵적인 지지를 겪은 경험은 없었습니다. 제 주변 친구들도 그렇고요. 저희 부모님 세대라고 하면 87년 6월 민주항쟁 때 고등학교 3학년이였습니다. 부모님도 마산역 앞에서 시위하고 아빠도 막 뛰어다녔다고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옛날부터 역사를 공부해오면서 생각했던 거지만, 60년부터 80년대 말까지 이어온 민주화 운동 시대에 있는 고등학생들은 지금 고등학생들과 우리 20대랑은 차원이 다를 정도로 깨어있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저희 부모님도 제가 이런 것들을 물어보면 나보다 더 깨어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구요. 마산은 옛날 박정희 정권 때 급격하게 발전이 되어서 7대 도시까지 들어갔었던 곳입니다(자유무역이 생기면서). 지금은... 많이 늙은 도시입니다. 그 때 열심히 살아오셨던 분들이 그대로 마산에 다 계시는 곳입니다. 비록 겉으로 보기에는 부산보다 사투리도 더 쎄고, 우기고, 더 급해 보이고, 말만 해도 싸우는 것 같고 하지만 지금의 우리보다 더 열심히 더 깨어있으면서 사셨던 분들 같습니다. 존경합니다. 그분들이 없었으면 지금의 우리도 없으니까요.
5. 1950년 3.15부정선거와 정적제거, 민간인학살 등에 대해 지금은 우호적으로 이승만과 박정희 전대통령들을 지지하고 있는 그 당시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지금과는 달리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우민화에서 언론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입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한 연출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언론이라는 것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문제라 여깁니다. 계속해서 반복되어 온 검열이나 보도지침들도 계속되어 왔고, 지금도 남아있을지도 모릅니다(권리장전 강연회 때 들었는데 아직도 있을 것 같더라고요, 하하). 옛날에는 언론이란 것이 힘이 엄청 컸겠죠? 지금이야 다 눈에 보이고 들리고 접할 수 있는 게 많으니까 언론의 기능이 옛날처럼 쎄다고 할 순 없는 것 같습니다. 일본은 언론신뢰도가 거의 99%라고 들었습니다.(아닌가요...? 하하...) 지금 우리나라는 그렇지는 않지만.. 지금을 이야기 하자면 언론은 영화를 봐도 그렇고 다큐를 봐도 그렇고 어쩔 수 없이 부패한 부분들이 있을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지금 살고 있는 우리가 휘둘리지 않고 정확한 시선을 가지고 바라보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6. 연출님이 작품의 희곡을 쓰고 연출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이 무엇인가요?
희곡을 쓸 때는,,, 음,,, '계몽을 하지말자' 를 우선해서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우린 사람들을 깨우치려고 가르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가 첫 번째 생각이었습니다. 사건의 나열식으로 역사를 알려주기만 한다면 그냥 공연을 한 번 보여주고 끝, 여기까지가 한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니까, 저 땐 저랬구나로 끝이 나는 게 되게 싫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우리는 드라마로 우리 이야기를 하자', '우리들', '소시민들의 삶', '일상', 그리고 '관객들이 어떤 지점에서 자신과 비슷한 것들을 느끼며 우리가 하고자 하는 말을 느낄까'라는 것을 제일 신경 썼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산에서 일어났던 일로 이야기를 하지만 마산이라는 동네로 한정시키기 싫었습니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면 좋겠으니까요....
연출은... 그냥 소통입니다, 소통. '우리끼리부터 소통을 못 하면 관객들과 어떻게 소통을 할 수 있을까'하는 것이 제일 큽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사투리', 사투리 때문에 많이 힘들었습니다. 저야 고향이 마산이니 일상의 언어지만 배우들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사투리에는 사투리만의 특성이 있는데, 그걸 어떻게 안 튀게 살릴까라는 고민을 되게 많이 했습니다. 당장 배우들과 저와의 말의 정도가 달라서(하하)... 그래서 솔직히 아쉬운 부분도 많았습니다. 위에서는 마산이라는 동네로 한정시키기 싫었지만,' 이게 그 말의 특성을 살린다고 마산이라는 동네만 이야기하게 보일까?'라는 것과 많은 부분에서 혼자 부딪혔었는데, 그래도 배우들과의 소통으로 정도를 잡아서 만들어 갔습니다.
‘권리장전 2019 원조적폐’의 여덟 번째 작품 <마산>에 이어, ‘홍길 동(動) 전(창작집단 동이문, 7.31~8.4)’, ‘403호 아가씨는 누가 죽였을까?(종이로 만든 배,8.7~11)’, ‘월하의 공동묘지를 보며(작은 곰, 8.14~18)’, ‘하녀들(극단 노마드, 8.21~25)’, ‘THIS IS HAMLET(극단 송곳, 8.28~9.1)’, ‘진짜 진짜 마지막 황군(공놀이클럽, 9.4~8)’의 공연들이 연우소극장에서 관객들과 탐구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