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자신의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삶을 살았던 러시아 작가 니콜라이 고콜의 작품을 무대 위에서 박장대소와 동시에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작품 <니콜라이 고골 : 욕망의 메커니즘>이 지난 7월 24일부터 8월 4일가지 소극장 산울림에서 관객들에게 새로운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코가 사라졌다! 이건 꿈일까? - EP1. 코
모두 속고 있다. 나만 알고 있는 사실이 있다는 걸 오늘 깨달았다. - EP2. 광인일기
러시아 문학 사상 지금까지도 가장 큰 오해를 받는 외투의 주인공!? - EP3. 외투
1809년 4월 1일, 우크라이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고골은 중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명성을 떨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신도시 ‘페테르부르크’로 향한다.
나름대로 야심 찬 계획을 갖고 상경했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뜻대로 되지만은 않는 법, 무엇 하나 계획대로 되는 것 없이 실패만 거듭하다, 끝내 좌절하고 만다.
고골은 자신의 계획이 모두 물거품이 되자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미국행을 결심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떠나는 것마저 포기하고 러시아로 돌아가는데...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
그가 우크라이나 시골촌뜨기에서 위대한 작가가 되기까지 또 위대한 작가에서 문단의 퇴물로 추락하고 비극적인 죽음을 맞기까지 그의 삶과 그가 남긴 작품들을 통해서 욕망의 메커니즘을 파헤쳐 본다!
극단 키르코스의 최호영 연출은 우리의 삶 깊숙이 내재되어 있지만 누구도 입 밖으로 잘 꺼내지 않는 단어, ‘욕망’을 무대 위로 끌어내었다. 최호영 연출과 배우들, 제작진들은 무대 위에서 고골의 삶과 그의 작품들을 통해 욕망의 유형과 작동원리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통해 1800년대의 러시아를 현대의 대한민국에서 선보인다. “과연, 욕망은 어디에서 오는 것이고, 어떻게 우리 삶 속에서 작용하는 것일까요?”라고 그들은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키르코스(KIRKOS)’는 원, 원형(circle, ring)을 뜻하는 그리스어로 원형광장을 의미하는 Circus(서커스)의 어원으로, 원의 속성과 상징을 지향하고자 하는 마음이 ‘극단 키르코스’가 지향하는 점이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작가 안톤 체호프가 “러시아가 낳은 위대한 소설가”라 격찬하고, 도스토예스키가 “우리는 모두 고골의 <외투>에서 나왔다.”라 칭하는,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의 문학적 스승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은 속물적이었던 1800년대 당시 러시아 사회를 예리한 풍자로 그려내어 러시아 리얼리즘의 시조로 평가받으며 러시아 문학사에 의미 있는 한 획을 그은 작가이지만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이다.
이번 작품 <니콜라이 고골 : 욕망의 메커니즘>은 천재와 광인 사이의 비운의 작가 니콜라이 고골의 세계를 많은 이들에게 소개하는 동시에, 작품세계의 밑바닥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사색의 기회까지 제공해 주었다. 지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 당시와 무엇이, 어떻게, 얼마나 바뀌었을까? 많은 것들이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지고 버려지고 있는 시대에서, 편의를 위해 인간이 버려지지 않는 시대를 꿈꾸어 본다.
극단 키르코스는 연극에 기반을 둔 예술작업을 하는 창작단체로, 2016년 11월 각자의 위치에서 예술에 대한 꿈을 품고 살아온 젊은 청년예술가들이 모여서 기존 주류의 높은 문턱, 좁은 길에서 벗어나 시스템의 도구나 부품이 아닌, 개개인이 주체가 되는 예술을 하고자 ‘지속, 발전 가능한 예술’을 모토로 예술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MINI INTERVIEW -
1. 니콜라이 고골의 생애를 따라가면서 단편 작품들의 세계를 따라가는 길은 안내자를 동반한 여행길 같았습니다. 연출님은 니콜라이 고골의 생애와 작품들을 현대의 관객 앞에 선보이기 위해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었을지 궁금합니다.
산울림 고전극장 취지에 맞게 고전을 연극으로 읽어낼 수 있도록 원작이 가진 매력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지루하게 느끼지 않도록 각색하는 데 노력했고, 제목에서 드러나 있듯이 '욕망'이라는 주제로 세 작품과 고골의 삶을 엮어내는데 가장 중점을 두었습니다.
2. 이번 작품 <니콜라이 고골 : 욕망의 메커니즘>은 여러 극단의 배우님들이 함께 모여 각 극단의 색깔이 합쳐지며 시너지 효과가 더 커진 듯 보였습니다. 어떻게 이런 배우님들의 조합이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각 배우님들의 디렉팅 과정이 궁금합니다.
극단 키르코스 소속 배우가 몇 없기도 하고 이번 작업에 스케줄상 참여를 못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주변에 함께할 배우들을 알아봐야 했고, 작년 서울연극센터 연출수업에서 연이 있었던 신진호 연출이 속한 극단 비밀기지와 함께 팀을 꾸리게 되었습니다. 각색을 완료해 놓고 배우 캐스팅을 한 것이 아니었기에, 작품이 아직 어떻게 나올지 확실한 대본이 없는 상태에서 캐스팅을 먼저 진행하게 되었고 처음에는 극단 키르코스의 유민경 배우, 극단 비밀기지 신진호, 설준수, 서지영, 조정화 배우 이렇게 5명의 배우로 팀이 꾸려졌습니다. 하지만 각색 과정에서 광인일기의 포프리신 역을 맡을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극단 고래의 홍철희 배우가 가장 마지막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배우진이 꾸려진 후에는 배우 하나하나가 가진 매력이 제대로 관객들에게 보일 수 있도록 각각의 배우에게 맞춰서 각색을 진행했습니다. 디렉팅 같은 경우 작품이 고전인 데다가 난해한 점이 있어서 같이 작품을 연구하고 배우가 믿고 움직일 수 있는 당위성 들을 찾는데 시간을 많이 들였고, '욕망'이라는 주제로 이 작품들을 엮어내는 이유에 대해서 많이 토론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가졌습니다.
또 세 가지 작품을 하나에 담는 무모한 시도였기 때문에 작품별 표현양식과 장르적인 차이와 구분을 두어야 한다는 점을 배우들에게 요청했습니다.
3. 니콜라이 고골의 '코', '광인일기', '외투' 작품 모두 인물의 이름이나 지칭하는 단어들에서 언어유희를 통해 소소한 웃음을 선사하는 작품일 것입니다. 이런 부분의 표현들을 무대 위에서 표현하는 데 있어서 어떠한 고민들이 있었을지 듣고 싶습니다.
실제로 고골은 작품의 여러 가지 설정이나 장치를 해 두었는데요. 그런 점을 이번 연극에서 다 말로 풀어내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장면에 녹아들어 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첫번째 작품, ‘코’ 같은 경우 러시아어로 ‘нос’ 인데 이 철자를 뒤집으면 ‘сон’ (꿈)이 됩니다. 그래서 하룻밤의 꿈과 같이 벌어지는 일처럼 구현하려고 했습니다. 두번째 작품, ‘광인일기’는 유독 계급이나 지위에 대한 언급이 많은 작품인데, 세 작품 중 인간의 정체성과 지위에 대한 고찰이 가장 많이 담긴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작품의 주제와 인물이 가지는 가장 큰 욕망을 중점적으로 생각해서 마지막 장면에 “어머니의 아들은 스페인 왕, 나는 9급 관리로 태어나지 않았어요.”라고 하는 원작에는 없는 인간 정체성과 지위, 계급에 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대사를 추가했습니다. 세번째 작품, ‘외투’의 경우는 아까끼 아까끼 예비치라는 주인공의 이름 자체가 언어 유희적인 의미를 지니는데요. ‘아까끼’라는 단어가 러시아어 как (어떻게, 어째서) 라는 의미를 품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야기 끝에 보면 아까끼의 죽음에 대해서 언급하는 내용이 있는데 그 부분에서도 ‘어째서’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이런 점을 살리기 위해서 실제 작품에서는 외투를 잃어버리고 찾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이 며칠에 걸쳐서 노력하는 모습으로 나오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마치 하룻밤에 벌어진 일처럼 압축되어 있습니다. 힘들게 외투를 얻자마자 하룻밤 사이에 잃어버리고 말 그대로 비명횡사하게 되는 아까끼의 삶의 모습 자체가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삶에 던지는 질문 “어째서?”, “어떻게?” 와 같다고 생각해서 그런 점을 생각하고 장면을 구성하였습니다.
러시아의 문학을 연극으로 읽는 ‘2019, 산울림 고전극장’은 지난 6월 12일부터 9월 1일까지 소극장 산울림에서 6개의 작품들이 관객들과 만남을 가졌고, 계속해서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니콜라이 고골 : 욕망의 메커니즘>에 이어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을 각색/작창한 작품 ‘죄와 벌, 8.7~18, 내가언제어디서소리를어떻게왜’과 영국 작가 존 골즈워디가 19세기 세계 문학에서 가장 슬프고 감동적인 이야기라 말하던 작품 ‘무무, 8.21~9.1, 극단 시선’의 작품들 또한 기대가 모아진다. 수준 높은 고전 작품들을 절목 열정 있는 예술가들의 참신하고 다양한 언어로, 좀 더 쉽게 그리고 보다 감성적으로 무대 위에서 만날 수 있는 ‘2019, 산울림 고전극장’은 100권을 목표로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