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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낮설어져가는 사회의 단면을 섬세하게 짚어낼 2019 <아르코 파트너>

권애진 기자 marianne7005@gmail.com 입력 2019/08/18 17:16 수정 2019.08.18 19:45
안무가 박순호, 허성임, 권령은 & 연출가 이기쁨, 장우재, 서지혜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낯선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섯 예술가가 질문을 던진다. 본인의 색깔이 분명한 안무가 박순호, 허성임, 권령은 연출가 이기쁨, 장우재, 서지혜가 2019년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아르코파트너’로 선정되어 오는 28일부터 10월 6일까지 대학로에 위치한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관객들과 함께 점차 낯설어져 가는 사회의 단면을 섬세하게 짚어낼 예정이다.

<Gyeong in_경인京人(안무 박순호, 8/28~29,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Gyeong in_경인京人>은 현대인을 상징하는 서울 사람을 뜻하며, 물질적 욕망과 정서적 결핍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현대인에 대해 고찰을 담은 작품이다. 실체를 가늠하기 힘든 ‘욕망’과 ‘결핍’이라는 키워드는, 작품을 구성하는 오브제들의 공감각적 활용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작품에 반영된 안무적 의도는 흥미롭게도 현실에 대한 해학과 풍자를 대표하는 북청사자의 상징성이라는 구체적인 공연사적 레퍼런스에 기초하고 있다. 이 작품을 위해 안무가와 무용수들은 북청사자춤, 소고춤, 마임, 비보잉에 대한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 무용 작품에 맞게 경량화 한 북청사자탈을 비롯해 저울과 비닐봉지를 주요 소품으로 활용되며 삶의 무게를 무용언어로 표현한다. 2017년 국립현대무용단 초청 안무가로 선정되어 초연한 단편(30분)을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풀타임 공연으로 디벨롭 할 예정이다.

박순호 안무가 /(제공=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안무가 박순호는 국내 현대무용계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대표적인 안무가로 손꼽힌다. 현재 브레시트 댄스 컴퍼니(Bereishit Dance Company)의 디렉터 겸 안무가인 그는 “한국 전통을 새롭게 해석하고 이를 정교하고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표현해 내는 안무가”로 국내외에서 두루 인정받고 있다.

<산책하는 침략자(연출 이기쁨, 8/30~9/11,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산책하는 침략자 2018' 공연사진 /(제공=창작잡단LAS)

<산책하는 침략자>는 마에카와 토모히로의 원작 희곡을 국내 무대로 옮긴 연극이다. 일본에서 연극과 드라마,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구로시와 기요시 감독의 영화는 칸 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시체스영화제에 초청됐다. 2018년 6월 산울림 소극장에서 낭독공연을 가졌고, 2018년 11월 미아리고개예술극장에서 초연했다. <산책하는 침략자>는 지구를 침략한 외계인의 이야기를 평범한 부부의 일상을 통해 전한다. 지구 정복을 위해 사전 탐사를 온 외계인들은 인간의 몸에 영혼처럼 침투하여 사람들이 알고 있는 ‘개념’을 수집한다. <산책하는 침략자>는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조차 믿지 못하게 만드는 사회 시스템 속에서 오늘날 우리에게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기쁨 연출 /(제공=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연출가 이기쁨의 작품은 경쾌하다.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보다 못하다고 공자는 말했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즐기는 것이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이기쁨과 창작집단 LAS의 키워드는 ‘즐거움’이다. 그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찾는 공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극적으로 재미를 줄 수 있는 공연을 만들어야 사람들이 보러 오고, 보는 사람이 있어야 계속 공연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은 기존의 정적인 연극을 벗어나는 작업자인 그를 아르코 파트너로 선정했다. 이기쁨은 여러 작품의 무대감독과 조연출을 거쳐 본인만의 작품을 연출해 왔다. 직접 작품을 쓰고 각색하기도 하며 연출가로서 두각을 나타냈다. 연극 뿐 아니라 뮤직드라마, 어린이 국악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로 변주하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좋은 연극을 만드는 건 결국 좋은 사람들이고, 그래서 좋은 연극을 만들기 전에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산책하는 침략자>를 통해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인간의 본질이란 무엇인지,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개념은 무엇인지 묻는다.

<이제 내 이야기는 끝났으니 어서 모두 그의 집으로 가보세요(연출 장우재, 9/1~11,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장우재 연출의 신작 <이제 내 이야기는 끝났으니 어서 모두 그의 집으로 가보세요>는 현대 히브리 문학의 거장이라 불리는 아모스 오즈의 소설 <친구 사이>를 무대화한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저자가 인간의 내외적 갈등과 모습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품은 모순이나 결핍, 아픔을 한 가지씩 갖고 살아가는 인물들을 통해 인간 사회라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인간의 감정을 보여준다.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을 차분하게 담아내며 인간의 외로움은 사랑의 힘으로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2019 아르코 파트너 초연에서는 피 지배인으로서 꿈꾸었던 이상적 공동체에 속해있지만 저마다의 고독과 부조리를 마주하는 개인들의 모습을 절제된 무대 언어로 그려낸다. 작품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지나왔거나 지향하는 공동체의 논리에 질문을 던짐으로써 인간의 비논리적 음영을 사유하고자 한다.

장우재 연출 /(제공=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연출가이자 극작가인 장우재의 작품은 사회에 대한 사유와 성찰을 이끌어낸다고 평가받는다. 2013년 <여기가 집이다>로 대한민국 연극대상과 희곡상을 수상하고, 2014년 <환도 열차>, 2015년 <햇빛 샤워> <미국 아버지> 등 화제를 모으며 동아연극상, 차범석 희곡상, 김상열 연극상 등 주요 연극상을 모두 휩쓸었다. 꾸준히 무대에 올린 그의 작품들은 가치 있는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했다. 인문학적 사유는 깊게, 연극의 표현은 새롭게 하려고 노력해왔다. 장우재가 연출가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내가 말하려는 것이 새로운가, 효과적인가” 하는 것이다. 연출가는 연극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고 그걸 책임져야 하는 만큼 모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그가 처음으로 연극으로 옮기는 <친구 사이>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W.A.Y._we are you(안무 허성임, 9/21~22,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기존작 'NUTCRUSHER 2018' /(제공=공연예술창작산실)

안무가 허성임은 여성으로, 예술가로, 동양계 이민자로서 20여 년간 유럽을 기반으로 한국과 오가며 수많은 안무가, 연출가들과 함께 작업을 해오고 있다. 여성을 소재로 국내외에서 다양한 작품 활동을 이어온 허성임은 여러 작품을 통해 오랜 기간 대중이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고 반복 학습돼 온 고정된 관점에 대해 반문을 제기해 왔다. 신작 <W . A . Y _ we are you>는 성 평등과 인권 사상의 주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안무가 허성임의 최근 창작품인 <NUTCRUSHER 넛크러셔>의 연장선에 있다. 이 작품은 현재 사회적으로 다른 성정체성을 금기시 하여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을 배경으로 한다. 배타적 시선으로 내몰린 이들이 받는 내부와 외부의 압력 속에서 치열하게 저항하는 모습을 그려내며 포용적인 사회로의 한걸음을 도전적으로 짚어보고자 한다.

허성임 안무가 /(제공=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허성임은 대체할 수 없는 에너지와 압도적인 표현력,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현대무용의 성지인 벨기에마저 매혹시킨 퍼포머다. 현재 영국과 벨기에, 독일 등 유럽을 기반으로 한국과 오가며 수많은 안무가, 연출가들과 함께 작업하고 있다. 대체불가의 무용수로 각인되어 있으나 허성임은 자신의 작업을 꾸준히 해온 안무가이기도 하다. 그녀의 안무작으로는 독일에서 활동하는 안무가 장수미와 함께 작업한 <필리아(Philia)>(2012)와 <튜닝(Tuning)>(2014), 벨기에 연출가 스테프 레누어스(Stef Lernous)와 함께 한국 여성을 님프에 비유해 외적 변화와 심리적 갈등 등을 다양한 콜라주 형식으로 풀어내 호평 받은 <님프(Nymf)>(2015),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이야기를 소재로 2년간의 리서치를 통해 이주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You Are Okay!>(2017), 대상화 되고 상품화 되고 있는 여성의 몸에 대해 새로운 보여주기를 제안한 <넛크러셔(NUTCRUSHER)>(2018) 등이 있다.

허성임은 개인 작업 이외에도 다 장르 예술인들과의 협력 작업을 해오고 있다. 독일, 영국, 벨기에, 스위스 등 유럽 다수 국가에 컬래버레이션을 확보해 놓고 있으며 현재 벨기에 니드컴퍼니의 객원 단원이자 조안무로 활동 중이다.

<당신은 어디를 가도 멋있어(안무 권령은, 9/21~22,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케이팝댄스가 유통되고 있는 방식, 과거 유행했던 관광버스춤에 대하여 이 두 사례는 과거와 현재의 다른 춤이지만 춤을 매개로 사람들이 모이고 한 시대의 문화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도덕, 몸의 대상화와 상품화, 오락성 - 이 춤에 대한 이러한 사회적 시선은 어쩌면 춤에 대한 빈곤한 서사일 뿐이다. 춤을 추고 있는 주체의 심장은 빠르게 뛰고 땀을 흘리며 반응한다. 서로를 만나게 하는 그때와 지금의 춤. 메타포와 판타지, 서사에서 일탈한 물리적이고 현실적인 춤의 입장을, 그리고 몸의 목소리를 듣는다.

권령은 안무가 /(제공=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권령은은 주체적인 몸과 움직임에 대해 관심이 많고 현재 사회의 다양한 현상과 제도 안에서 그것들을 조명하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무용씬을 넘어 타 장르에서도 왕성한 창작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11일간 DMZ를 따라 대한민국을 자전거로 횡단하며 거리공연을 하는 다큐멘터리필름 <잊지 않을 행진>을 제작 발표하였다. 이후 2014년 문화역 서울 284 기획 전시 프로그램인 <여가의 기술-언젠가 느긋하게>에 초청되었고 2017년 서울무용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연출 서지혜, 9/21~10/6,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 2018' 공연사진 /ⓒ권애진

2018 서울연극제 대상과 연출상, 연기상과 관객평가단 인기상을, 동아연극상 작품상에 공연과 이론을 위한 모임 작품상까지 휩쓴, 글자 그대로 ‘화제의 작품’을 대학로예술극장에서 다시 만난다. 연기력과 개성을 겸비한 14명의 배우, 철학적인 주제와 발칙한 이야기 전개, 30개의 장면을 속도감 있게 구현한 무대가 관람 포인트다.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는 현대인의 고독한 일상과 광기를 유머러스하면서도 발칙한 대화로 표현한다. 인간 사이의 소통 부재, 존재론적 고독, 현실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꿰뚫는 묘사로 관객을 강하게 끌어들인다. ‘뻬뜨르’의 가족과 주변인들의 이야기로 펼쳐지는 이 작품의 인물들은 빠르게 변화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안한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며 타인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 한다. 그들은 여러 가지 광기들로 자신의 문제들을 해결해보려고 하지만 결국 해결되지 않는 채 고독으로 자리 잡는다.

지금도 20여 개 나라에서 번역되어 무대에 오르고 있는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는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체코로 분리 된 이후를 배경으로 한다. 짧은 시간에 정치, 사회가 빠르게 변화된 그곳의 이야기는 한국의 상황과 많이 닮아 있다. 빠른 시대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의 고민과 소외의식, 세대갈등이 입체적이고 컬트적으로 그려진다. 이 작품을 통해 자신보다 사회 속에 자신을 맞추고 대했던 모든 이들이 자신의 내면 깊숙이 억눌려 있는 그 무엇을 새롭게 인식하고, 자신을 스스로 대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2018년 서울연극제 시상식에서 연출가 서지혜는 세 차례나 시상식 무대에 오르며 한 편의 연극처럼 짠한 수상 소감을 들려주어 화제가 됐다.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 대상 수상소감에서 그는 “절망의 수렁에서 이 작품을 길어 올렸다. 제 인생에 선물처럼 다가온 작품이다”라고 밝혔다.

서지혜 연출 /(제공=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연출가 서지혜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12년 작 <아일랜드>부터였다. 현재는 연극 <아일랜드> <현장검증> <황금밥 식당> 등 한 작품을 여러 차례 공연하는 끈끈한 작업들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연극을 통해 관객들과 감정 공동체를 형성하려고 하며 시간이 흐른 뒤에도 보편적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 흔들리고 방황하던 시절에 연극을 만나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에 책임을 느낀다는 서지혜는 한 사람을 살릴 수 있고 한 사람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일을 연극을 통해 하고 싶다고 말한다. 또다시 무대에 올리는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현대인이 가진 광기 속 인간 존재의 가치를 함께 마주하고자 한다.

2019 ARKO PARTNER 포스터 /(제공=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아르코 파트너’는 예술위의 지원 사업 뿐 아니라 우리 공연예술계에서 두루 인정받은 주목할 만한 안무가, 연출가들과 공동제작을 통해 우수한 창작 작품을 관객에게 소개하는 기획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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