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자의 소설-<딱새의 성> 제3회
“장례식 때, 정말 고마웠어. 언제나 너의 신세를 지는 듯하구나!”
“무슨 소리야, 네가 꿋꿋하게 살아가는 것을 보니 역시 서인영이야. 쌍둥이는 잘 자라고 있니? 생활은 어떻고…….”
“장애아 돌보아 주는 일을 하고 있어서 생활은 괜찮아!”
영자를 보면, 그 앞에서 자신이 움츠러들 듯 초라하게 여겨졌다.
“네가 괜찮다면 별장관리인 어떠니? 월급은 넉넉하게 줄께.”
“그래? 별장이 어딘데?”
“이천에 있어. 아주 조용하고 멋진 곳이야. 우리 사교 팀의 모임이 끝나면 청소 겸 관리인이 필요해서 말이야.”
영자는 인영의 얼굴의 표정을 살펴보는 듯하더니,
“자, 잘해달라는 나의 표시야!”
영자는 뻣뻣한 돈 봉투를 인영에게 내밀었다.
취직이 하늘에 별을 딸만큼 힘든 때에 영자 덕분에 ‘별장 관리인’이 되었다. 그것은 ‘관리인’이라는 직업 명칭과 일주일에 한번 근무하는 여건이 맘에 들었다. 게다가 장애아 보조를 하면서도 할 수 있어서 괜찮았다. 영자의 인정어림에 다시 한 번 깊은 우정을 느꼈다.
‘영자는 역시 의리가 있어.’
학교 다닐 때도 영자는 늘 자신에게 우정 어린 모습이 많았다. 소풍을 갔을 때도 마른 오징어 한 마리를 선뜻 가방에 넣어 주었다. 인영은 그런 영자를 부러워하며 황후 곁의 시녀처럼 영자의 들것을 들어주고 따라 다녔었다.
“자, 그럼 다음에 별장에서 보자.”
“그래. 그런데 교통은 어떻게 되지?”
“걱정하지 마. 차를 보내 줄께.”
영자는 여전히 최고였다. 동창회 모임을 파하고 여러 상념 속에 곧바로 집에 도착하였다.
현관 입구 편지함에는 안내장이 꽂혀 있었다. ‘장애아 인형극 공연’에 대한 팸플릿이었다.
“남자, 여자, 엄마, 아빠, 부부…….”
앵무새처럼 지저귀는 소리가 귓가에 윙윙거렸다. 한 아이의 얼굴이 팸플릿의 겉표지에 반짝였다. 사진 아래 작게 ‘표지모델: 맹현’이라고 적혀 있었다. 맹현이라는 그 아이의 우수와 도피와 불안과 모험으로 가득 찬 눈동자가 형광 빛에 반사되었다. 인형극의 공연날짜를 다시 확인하여 보니 다음 주 수요일 오후 2시였다.
아이들은 저녁을 먹고 일찍 잠이 들었다. 잠든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별의 가슴 위에는 동화책이 놓여 있었다. 가만히 들어 한쪽으로 치웠다. 책표지가 보였다. 암수처럼 다정하게 보이는 한 쌍의 새였다. 둥근 둥지에 어미 새가 두 마리의 새끼에게 먹이를 물고 있는 모습인데 새끼들은 먹이를 받아먹으려고 세모의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다. 왕성한 생명력이었다. 갑자기 가슴이 뭉클하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그래, 난 너희들의 어미다. 고단하고 힘들어도 먹이를 물어다 주는 어미…… 너희의 보금자리를 지켜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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