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우리 마음 속 청춘을 깨우는, 모든 시대의 청춘에게 바치는 연극 <청춘일발장전>이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2관에서 관객들의 심장을 뜨겁게 뛰게 만들며 아쉬운 막을 내렸다.
때는 1970년대 후반, 열혈청년 장호, 예술가 지망생 종만, 책별레 봉필, 그리고 배우다방의 마스코트 수지와 로맨틱가이 민, 다방 종업원 경아, 사랑과 우정, 꿈과 젊음...두려울 것이 없었던 이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찾아온다.
“내 눈이 널 보고 있고, 내 귀가 널 듣고 있다. 너와 내가 있고 우리가 있는데, 그 무엇이 두려우랴! 듣고 있느냐, 나의 목소리는 저 하늘에 닿을 때까지 쉬지 않고 울릴 것이다!”
사랑과 우정, 꿈과 열정을 지키기 위해 그들은 오늘도 외친다.
“청춘, 일발장전!!!!!!! 발사!!!”
청춘이 상처투성이이던 1970년대, 대학 캠퍼스엔 학생들이 아닌 탱크가, 학생들의 손엔 책과 연필이 아닌 돌멩이와 화염병이, 생활전선에 뛰어든 어린 소녀들의 가녀린 어깨엔 꿈과 희망이 아닌 무거운 삶의 짐이...이 작품을 통해 시대적 아픔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는지도 모른다. 사회적 해결책을 찾자는 것도 아닐는지 모른다. 그저 그 시대와 지금의 청춘들, 그저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그저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지를 이야기할 뿐일는지도 모른다.
끓어오르는 청춘과 이해할 수 없는 사회구조에 대한 답답함을 이야기하는 연극 <청춘일발장전>의 장호 역은 배우 이시강과 민진홍이, 종만 역은 배우 정현호와 이대은이, 봉필 역은 배우 원경수와 최우석이, 경아 역은 배우 주서은과 송주희가, 수지 역은 배우 정애연과 서유리가, DJ민 역은 배우 윤성업과 김판규가, 형사 역은 배우 유상훈과 백주환이 맡아 관객들에게 웃음과 함께 뜨거운 울분을 함께 나누었다.
극단 배우다방은 2012년 창단 후 30명의 단원들과 함께 꾸준히 창작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창단공연 ‘더파이팅’을 시작으로 ‘1950결혼기념일’, ‘민초: 횃불을 들어브러’ 등 역사적 배경을 담은 작품, 그리고 ‘공장장 봉작가’, ‘사랑해 엄마’ 등 인간 본연의 고민을 담은 작품을 매년 쉬지 않고 공연하고 있다.
- MINI INTERVIEW -
1.연출님은 작품들을 통해 시대적 아픔을 직접적으로 말하려는 건 아니라 이야기하셨습니다. 하지만 매 작품마다 잊혀진 과거의 아픔을 잊지 말자고 외치는 듯 한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은 동일방직 사건 그것들을 중앙정보부가 배후 조종했다던 과거 기사들이 다시 떠올리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들을 작품화하게 된 배경이 알고 싶습니다.
극단 이름을 '다방'으로 짓고 난 후 언젠가는 다방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써 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지방으로 공연투어를 하게 된 적이 있었는데 어느 시골동네 한켠에 아주 낡은 다방이 있었습니다. 약속시간도 남아있고 해서 망설임 없이 그냥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나이가 지긋하신 아주머니가 그곳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아주머니 저도 다방 하는 사람인데 ... 옛날다방은 어땟나요?"
아주머니는 젊은 사람이 다방을 한다하니 못 미더운 듯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 했습니다.
" 옛날? 음.... 재밌었지... 이런 일...저런 일.... 멋쟁이들도 많이 있었고 예쁜이들도 많이 있었고 젊음이 있었지"
그리고 나서 집으로 돌아와 아주머니가 멋있었다는 70년대를 공부하기 시작 했습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그냥 아팠습니다. 답답하고..무언가가 계속 제 맘을 억눌렀습니다.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동일방직 똥물사건'이라는 사진 한 장이 저의 마음을 잡고 놓아 주지 않았습니다. 궁금했습니다.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그 안에 숨겨진 아픔들이..연극을 통해 배우들과 공부하고 표현해 관객들에게 제가 느낀 것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조심스레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 시작 했습니다.
2.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대사 그리고 책벌레 봉필, 열혈청년 장호, 예술가 지망생 종만 세 인물 뿐 아니라 배우다방의 마스코트 수지의 모습에서 연출님의 모습과 닮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연출님이 이번 작품에서 캐릭터를 만들 때 본인의 모습이 얼마나 투영시켰는지, 캐릭터가 태어난 과정들이 궁금합니다.
'때로는 뜨겁게 나서서 아닌 건 아니라고 맞는 건 맞다고 용기 있게 말하고 싶고, 때로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내 직업으로 통해 말하면 되지....때로는 이래나 저래나 나만 잘살면 되지..내꺼나 잘하자...하루에도 수십 번씩 고민하고 망설이고...그래서 이러한 감정들을 캐릭터들에게 나누어 씌우기 시작 했습니다.
뜨거움은 장호에게... 예술은 종만이에게 ... 망설임과 두려움은 봉필이에게...
3. 이번 작품은 정치적, 사회적 배경들을 무시할 순 없다 여겨집니다. 연출님은 작품을 통해 해결책을 찾자는 것은 아니라고 하셨지만, 연출님과 배우님들이 생각하는 '예술'이 정치, 사회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다 여기시는지 생각들이 궁금합니다.
음...예술을 통해...정치적, 사회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글쎄요....정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냥 예술은 예술인 것 같습니다. 그저 무대 위에서 말할 뿐입니다.선택하고 생각하는 건 보는 사람, 관객 몫이라 여깁니다. 우린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그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이 공연을 보고 웃고 감동하고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창피한 이야기 이지만 역사를 잘 몰랐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잘 아는 건 아니지만요. 그래서 계속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작품 색깔이 계속 지난 한국사 이야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
흔하지만 거창한 이 말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는다 여깁니다.
그저 우리는 과거를 통해 배우고 현재를 살아가며 미래를 잘 맞이하려는 것을 연극이라는 예술로 하는 것 뿐입니다.
4. 극단 배우다방과 연출님, 배우님들의 차기작도 궁금합니다.
아직 특별히 정해진 건 없습니다. 하지만 언제든 무대를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작품이 없을 때도 항상 단원들과 글을 쓰고 새로운 이야기를 찾고 있습니다. 기존에 극단의 래퍼토리도 기회와 상황이 맞게 되면 언제든 공연할 준비도 하고 있고요. 저 개인적으로는 연극과 더불어 영화 쪽 공부도 하고 있습니다. 연극이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표현되는 장르다 보니 조금 더 확장된 플랫폼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이번 '청춘일발장전'에 출연한 배우들, 우리 단원들에게는 앞으로 작품을 해나가는데 좋은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고, 선뜻 함께 해준 객원멤버들은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을 통해 많은 관객분과 만나고, 더불어 잘 준비하여 다음 배우다방의 작품에도 다시 모실 수 있었으면 합니다. 또 처음으로 연극이라는 장르를 접한 배우들도 있는데 그 배우들을 앞으로도 연극무대에서 자주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1번출구연극제’는 대중을 지향하는 연극제, 이 시대 관객들의 1번째 출구를 꿈꾸는 연극제의 2번째 작품으로 참가한 <청춘일발장전>의 희곡을 쓰고 연출한 윤진하 연출은 “어릴 적 대학로에 첫발을 디뎠을 때 많은 극단들이 왕성한 활동들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떠한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느 순간 하나둘씩 활동을 멈추거나 그들의 행보를 찾아볼 수 없었다. 아마도 그 이유는...어찌 됐건 오늘날 대학로에도 기존 극단 및 신생극단들이 꾸준한 창작활동을 어렵사리 이어나가고 있다. 그 극단들이 연극문화의 발전을 위해 좋은 작품으로 선의의 경쟁을 해나갈 수 있도록 ‘1번출구연극제’가 더욱 발전하고 연극인들과 대학로를 찾는 관객 분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연극제의 발전을 기원하는 소망을 전했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가을의 설렘과 연극의 향기를 가든 담아 다가온 ‘1번출구연극제’는 <청춘일발장전>에 이어서 ‘3日(작 안상우, 연출 김정팔, 안상우, 8/28~9/1, 노을소극장)’, ‘적의 화장법(작 아멜리 노통브, 연출 이재윤, 9/4~8, 노을소극장)’, ’生(작 이유리, 연출 임창빈, 9/11~15, 노을소극장)‘의 폭넓은 시선이 돋보이는 참가작들이 관객 곁에 다가설 채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