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지구 종말에 비춰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신선하고 진지하고 재미까지 있으면서 할 말 다하는 연극 <그날이 올텐데>가 지난 8월 22일부터 9월 1일까지 대학로 스튜디오76에서 ‘스튜디오76愛서다’ 페스티벌의 세 번째 참가작으로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며 서울 공연의 아쉬운 막을 내렸다.
외딴 사과밭. 공사중인 지하벙커 종말을 대비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종말을 2개월 앞두고 공사비가 부족하게 되자 대책을 논의하는데 대학교수가 자신의 딸을 데리고 와 함께 넣어달라고 부탁한다. 다수결에 의해 교수의 딸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지만 그녀는 종말을 믿지 않는다. 결국, 그녀는 강제로 끌려오게 되는데...각자의 생존을 위해 혈투를 벌이는 사람들, 그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이 말하는 지구의 종말은 과연 올 것인가.
극발전소301만의 특유의 유머코드가 가득한 작품 <그날이 올텐데>는 ‘종말이 온다’ 혹은 ‘오지 않는다’란 단순 논리를 말하려 하는 것이 아니다. 종말에 대처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자들의 자세, 언제나 인간을 위협하는 종말론의 폐단이 오히려 죽음을 불러올 수 있음을 말하려 한다. 인간의 생존본능, 불안한 심리를 이용한 시한부 종말론의 끝은 과연 무엇일지, 우린 종말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2019년 대한민국의 현실에 비추어 짚어보려 한다고 희곡을 쓰고 연출한 정범철 연출이 관객들과 생각을 함께 나누고 있다.
종말이란 소재를 통해 인간의 숨겨진 속마음들을 가감없이 드러내 보여주는 연극 <그날이 올텐데> 서미자 역에 이경미 배우와 유안 배우, 강재신 역에 리민 배우와 박복안 배우, 유재만 역에 공재민 배우와 권겸민 배우, 안상구 배우 역에 김형섭 배우와 유시우 배우, 강현지 역에 박다미 배우와 이현지 배우, 최은희 역에 이새날 배우와 최은경 배우, 박순철 역에 명인호 배우와 안진기 배우, MC 역에 권도헌 배우와 정미리 배우가 참여하려 팀별로 전혀 다른 연기를 보여주며 내용만 같은 다른 매력의 공연을 선사해 주었다.
극발전소301은 젊고 신선한 창작연극을 지향하는 극단으로, 연극의 세 가지(3) 요소를 활용하여 무(0)에서 유(1)를 창조하고자 하고 있다. 2008년 창단한 이 극단은 11년간 창작극 41작품을 무대에 올리며 劇(극)의 발전을 모색 중이다.
- MINI INTERVIEW -
1. 극발전소301의 공연들에서 특히 정범철 연출님의 희곡은 시대상을 반영하면서도 유머코드가 강렬한 듯 합니다. 본인의 작품을 '키치코메디'라고도 표현하셨는데, 키치코메디에 대한 연출님의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키치란 용어는 원래 저속한 예술품, 일상적인 예술, 대중패션 등의 폭넓은 의미로 사용되었으나 틀에 얽매이지 않고 기능적인 것을 추구하는 사회적 경향을 풀이하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저는 후자의 의미로 의도한 것인데 비슷한 용어로 B급 코미디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전형적이지 않은, 틀에서 벗어난 사회풍자코미디이죠.
2. 영화에서 카메라 오작동으로 '스탑모션'이 시작된 걸로 알고 있고, 조명을 활용하여 극적인 효과와 빠른 전개를 위해 무대 위에서 응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정말 미친 듯 제대로 놀고 있다 느껴지는 그 장면을 어떻게 설정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모션들은 어떻게 짜여졌는지 궁금합니다.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어울리는 형식을 나름대로 찾아보려 했습니다. 어차피 텍스트 자체에 의미를 담고 있으니 형식에서 B급 코미디다운 재미를 찾아보려 한 것입니다.
3. 지구가 멸망하는 시간을 알게 되었다면, 연출님과 배우님들은 무엇을 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정범철 연출 ➜ 전 소중한 이들과 함께 마지막을 함께 맞이할 준비를 할 것입니다. 살려고 바둥대기보다 깔끔하게 가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하려구요. (하하)
유안 배우 ➜ <그날이 올텐데> 싶습니다.
리민 배우 ➜ 만찬을 즐기고 싶습니다. 술과 함께~.
최은경 배우 ➜ 지구가 멸망하는 시간을 기다리며 지금처럼 무대 위에서 계속 연기하고, 좋아하는 책과 영화를 실컷 볼 것입니다. 그리고 최후의 순간에는 남편과 꼬옥 껴안고 서로의 뼈가 붙은 화석으로 남고 싶습니다.
권겸민 배우 ➜ 종말을 예측한다면 극에서처럼(물론 우리 극은 코미디지만) 인간의 본성이 드러날거 같아 슬플 거 같습니다. 가족들과의 시간은 당연하지만,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할지는 혼란스러움이 더 클 듯 합니다.
이현지 배우 ➜ 가족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잔뜩 해주고, 나머지는 아들과 놀아줄 것입니다.
정미리 배우 ➜ 엄마가 차려주신 집밥을 가족들과 먹고 이야기 나누면서 소소하게 보내고 싶습니다
안진기 배우 ➜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종말을 맞이하겠습니다
유시우 배우 ➜ 가족들을 만나 제일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고 싶습니다
다채로운 작품과의 만남의 장 ‘STUDIO76 愛 서다’의 세 번째 무대를 선보인 <그날이 올텐데>에 이어 ‘싱싱냉장고+졸혼(좋은희곡읽기모임, 9.5~15)’, ‘최후만찬(극단 바람풀, 9.19~29)’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지방극단과 해외 극단과의 교두보를 꿈꾸는 새로운 페스티벌은 많은 관심과 애정을 기다리고 있다.
춘천연극제 대상수상작 <그날이 올텐데>는 서울 공연을 끝낸 후 쉬지 않고 앵콜기획공연을 이어간다. 춘천 연극바보들 상설소극장에서 오는 9월 4일부터 11일까지 그리고 대전 상상아트홀에서 9월 27일부터 28일까지 지방 관객들과 만남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