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세종문화회관 개관 41년 만에 최초로 산하 7개 예술단 모두가 참여하는 대규모 창작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이 오는 20일부터 21일까지 양일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을 앞두고 있다. 작품은 올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및 내년 봉오동 전투의 승전 100주년을 기념하며 봉오동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던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의 인간적 면모에 집중해 구현하였다.
1920년 일제강점기 봉오동, 청산리 대첩으로 유명한 독립운동가 홍범도. 한 때 ‘날으는 홍장군’이라는 노래까지 있을 정도로 민중의 지지를 한 몸에 맏으며 일본군을 두렵게 했던 대한독립군 의병 대장이던 그가 카자흐스탄의 ‘고려극장’에서 수위를 하며 말년을 보내게 된다.
생전 처음올 극장에 들어가서 배우를 만나게 된 홍범도는 자신을 알아보는 한 청년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게 되고, 청년은 홍범도 장군의 이야기로 대본을 쓰고 언젠가 ‘고려극장’에서 공연되기를 바라지만 조선의 말과 전통을 지키려 애쓰며 위태롭게 운영되던 극장은 카자흐스탄 공산당 정부로부터 폐관 조치를 당하게 된다. 단원들은 극장의 마지막 공연으로 청년의 작품, ‘날으는 홍장군’을 무대에 올리기로 결정한다. 홍범도는 ‘날으는 홍장군’ 공연을 통해 영웅으로 거듭난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무대에만 300여명이 출연하는 대규모 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은 예술단 통합 창작 브랜딩 공연으로 홍범도 자신의 일대기를 연극으로 상연하게 되는 내용의 메타극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자기 자신을 위한 싸움에서 늘 낙오하고 패배하였지만, 조국을 위한 싸움에서 영웅으로 거듭난 홍범도는 극장이라는 공간을 통해 두려움 속에서도 진정한 싸움의 의미를 찾아간다. 극 내내 흐르는 대중가요, 모던 록, 국악, 재즈 등의 다양한 장르의 총 42곡의 음악들(간주곡 포함)은 내적 흐름을 연결하며 드라마를 더욱 다채롭고 입체적으로 만들고 있다.
이번 작품을 총연출한 김광보 연출은 작품 <극장 앞 독립군>은 “최근 시대 상황을 미루어보아 민족주의적 성향이 짙은 작품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으나 이 작품은 홍범도 장군의 삶에 주목한 음악극입니다. 홍범도 장군은 1940년에 카자흐스탄으로 넘어가 카자흐스탄 고려극장에서 돌아가시던 해인 1943년까지 극장 수위로 생활을 하였습니다. 홍범도 장군의 삶은 굉장히 쓸쓸하고 외로웠던 삶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런 인간적인 삶의 모습에 주목해서 우리 음악극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고려극장에서 홍범도는 태장춘이란 극장장을 만나 자신의 일대기를 이야기하게 되고, 고려극장에서는 ‘날으는 홍범도’라는 연극을 만들어 공연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실화에 착안하여 작품을 만들게 되었습니다.”라며 작품의 제작의도를 전하며 "독립운동가를 다루며 민족주의, 애국심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더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것은 '인간홍범도'의 삶입니다. 그리고 폐쇄직전의 극장과 폐망해 가는 조선, 현대 대한민국이 모두 맞닿아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 연출, 마지막 공연이 그들의 삶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그때나 지금이나 매한가지 많은 부분을 희생하고 감내해야 하는 현대의 대한민국의 연극계는 상당히 닮아 있습니다."라며 작품에 숨겨진 의미를 전하였다.
실제 있었던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희곡을 쓴 고연옥 작가는 “이 작품은 홍범도 장군이 카자흐스탄에서 극장 수위를 하였던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홍범도 장군이 조국으로부터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그곳에서 노인이 되어, 극장을 지키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저는 오히려 극장이란 어떤 곳일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 작품은 홍범도 장군에 관한 이야기이자 동시에 극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때문에 세종문화회관의 첫 예술단 통합공연으로서 이 작품이 의미에 부합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특별한 점을 이야기로 말씀드리자면 이 작품은 홍범도 장군이 화려한 전장이 아니라 극장의 수위로 초라하게 취직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메타극 방식으로) 여러 갈등 속에서 홍범도 장군에 관한 연극이 무대에 올라가고 그 연극을 마지막으로 극장이 폐관되며 극이 끝나게 됩니다. 실제로 고려극장은 19세기 중반 러시아로 이주한 고려인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극장이고 끊임없이 폐관의 위기에 처했습니다. ‘극장 앞 독립군’은 바로 그 때 그들이 당시 ‘의병들’이라는 제목으로 무대에 올렸던 연극에 대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품은 연극 속의 영웅 홍범도와 현실에서 실패한 독립군인 홍범도를 대비시킵니다. 연극 속의 홍범도는 실패를 반복하며 영웅으로 거듭나고 현실 속 홍범도는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어떠한 선택을 하며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인간으로 우리에게 나타납니다. 그 시대 독립군이라고 하는 가장 위태롭고 불안한 길을 선택한 홍범도 장군 같은 분께 극장이 어떤 평화와 위로 같은 것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지금 시대에 중요한 극장의 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들을 모아 이 작품을 쓰게 되었습니다.”라며 작품의 특별함을 전하였다.
여러 장르의 음악을 함께 사용하며 작업을 진행한 작곡 및 음악을 총지휘한 나실인 음악감독은 “극장 앞 독립군은 뮤지컬에 조금 더 가까운 음악극이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음악극이나 뮤지컬에서 다양한 장르와 양식을 사용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한 작품 안에서 펼쳐지는 것은 이 작품의 재미를 위해 필수적이라 생각했습니다. 극 안에서 1900년대 홍범도 장군이 독립군 활동을 했을 시절과 1940년대 극장 수위로 있던 시절로 펼쳐지는데, 음악 내적인 내용을 전쟁이나 나라를 빼앗긴 국민들의 황망함 이런 것들을 상징하는 음악적인 모티프들, 전쟁터와 극장이라는 서로 다른 공간을 연결하는 역할로 음악을 많이 사용하였습니다. 두 가지 상반되는 요소들이 음악을 통해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전쟁을 겪은 이들이 극장에서 연극을 만들며 겪는 느낌과 극장만이 가지고 있는 낭만적 정서를 잘 전환될 수 있도록 작곡하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무엇보다 음악을 통해 우리가 지나쳤던 독립운동가들,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을 음악을 통해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들이 조금 더 기억에 남는 음악을 만들고자 하는 제 스스로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기존 국악과 다른 장르 음악과의 협업들과 다르게 국악이 음색을 주도하는 것이 사뭇 다른 특성입니다. 장르별로 작곡할 때 춘향전의 창극, '에헤야' 국악장면과 오페라 장면, 힙합, 재즈 등의 여러 장르의 음악이 함께 하지만, 중심의 큰 축은 80~90년대 느낌의 발라드 음악입니다. 밴드가 아닌 순수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통해 와일드 혼이나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사운드와 비슷하게 느끼실 것입니다."라고 작품의 음악에 대한 설명을 전하였다.
독립운동을 위한 결의를 배우들의 움직임으로 표현한 안무감독은 “끓어오르는 피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의상 자체가 블랙이라 힘을 함께 모은다는 의미로 ‘레드’를 사용하였습니다. 빨간 천은 부드럽게 날리기보다는, 힘 있게 펴고 매고 하며 힘있는 총칼의 이미지를 보이고자 했습니다."며 작품 속 의상과 소품에 대한 의미를 전하였다. "작품의 한국무용적인 움직임과 호흡법을 드라마에 녹여내여 함께 움직이며 우리의 한을 보여주려 합니다. 작품은 전반적으로 밝은 에너지보다 슬픈 에너지가 더 많습니다. '에헤야'가 가장 다이나믹하고 밝은 축에 속하는데 탈춤을 연상시키는 동작들을 많이 차용했습니다. 잔잔한 우리의 맘을 하나되어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작품의 안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이번 공연은 세종문화회관만의 정체성을 살려 예술단이 함께 하는 창작 레퍼토리 작품을 개발하고, 동시에 독립운동 100주년의 역사적 가치를 되새기는 사회적 분위기를 확산하고자 한다”고 이번 통합공연의 추진 의도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