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여배우들에게도 보다 폭넓고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들이 주어지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여배우들의 기(氣)살리기 프로젝트, <제1회 여주인공 페스티벌>이 오는 25일부터 10월 27일까지 대학로 공유소극장에서 화려한 막을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1년에 여배우가 주인공인 작품이 몇 개나 올라갈까?‘
‘기억에 남은 여자주인공이 얼마나 되나요?’
‘난 언제쯤 주인공으로 작품에 참여 할 수 있을까?’
‘왜 여자들을 역할이 다양하지 않지?’
‘여배우가 주인공인 작품이 얼마나 있지?’
<여주인공 페스티벌>을 주관한 극단 행복한 사람들의 대표이자 배우로 활동 중인 원종철 프로듀서는 “약 20년 동안 연극을 하면서 많은 선후배들로부터 여자들을 할 역할이 별로 없고 특히나 여자 주인공으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는 더욱 희박하다고들 한다”며 페스티벌을 기획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또한 “언젠가 여배우들이 할 수 있는 배역을 많기를 바라며, ‘여주인공 페스티벌’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기회의 공간을 열고, 향후 여배우들도 다양한 캐릭터의 여주인공 작품으로 무대에 많이 설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라며 본인도 배우로서 무대에 서길 열망하는 마음이 큰 배우의 한 사람으로서 여배우들을 응원하고픈 마음을 담아 회차가 거듭날수록 좀 더 좋은 시스템에서 페스티벌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올해 관객들에게 다양한 캐릭터를 선사할 제1회 <여배우 페스티벌>은 네 개의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
<바닷물맛 여행> 극단 키르코스, 9.25~29 |
“바닷가 허름한 민박집에서 보내는 하룻밤, 당신의 여행은 어떤 맛인가요?”
남인 듯 아닌 듯 데면데면하게 살아 온 세 모녀가 서로 그다지 원치 않는 여행을 오게 되었다. 뭔가가 터질 듯 말 듯 아슬아슬한 가운데 이 여행의 목적이 밝혀지고 20년 만에 서로 다른 모습으로 온 가족이 모이게 되는데...
기존 주류의 높은 문턱, 좁은 길에서 벗어나 개개인이 주체가 되는 예술을 하고자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극단 키르코스’의 작품 <바닷물맛 여행>은 장정아 작가의 작품으로 극 중 큰딸이 오디션을 준비하는 대사는 이강백 작가의 1974년 작 ‘결혼’의 일부 대사를 인용하기도 하였다.
<살아있냐> 극단 주다, 10.9~13 |
오랜 기간 사형수로 복역 중인 ‘모성애’는 삼시세끼 꼬박꼬박 주는 교도소 생활이 썩 나쁘지는 않다. 그 일상 속에 무조건 탈옥을 꿈꾸는 신참 사형수 ‘남은정’이 끼어든다. 어느 순간 은정의 신념에 흔들리는 성애. 이 두 사람은 성공적으로 탈옥할 수 있을까?
‘연극의 대중화’, ‘문화적 빈부격차 해소’를 비전으로 하고 있는 ‘극단 주다’의 작품 <살아있냐>의 희곡을 쓰고 연출한 이소금 연출은 지금 현재의 삶에 대해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미루지 말고 표현하세요, 미루지 말고 실행하세요, 여러분은 행복할 자격이 있습니다’라고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뮤지컬 <어송포유> 크리스티나의 빛의 콘서트, 10.16~20 |
극 중 어린 시절의 결핍과 트라우마로 인해 완벽주의 적 성향을 갖게 된 여배우, 크리스티나.
그녀는 맹목적인 성공을 추구하며 오랜 시간을 달려가다 모든 것을 잃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성공의 열쇠를 찾게 된다. 어느 날 저녁 그녀는 와인 한잔과 함께 의문의 존재인 크리스티앙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하는데...
작품 <어송포유>의 희곡을 쓰고 배우와 연출로 참여한 박소연 연출은 ‘비교, 경쟁, 자기비하와 완벽주의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을 위한 힐링뮤지컬’이라고 작품을 소개하며, 10곡의 뮤지컬 넘버들이 선사 해 주는 웃음과 감동으로 관객들을 자유롭게 하길 소망하고 있다.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 극단 행복한 사람들, 10.23~27 |
남편인 병구의 통제된 생활에 지쳐가던 정혜 앞에 7년 만에 나타난 단짝 친구 서영.
암말기 환자인 서영은 정혜에게 안락사를 위해 스위스 여행길에 동행을 부탁한다. 부탁을 받아들이면서도 어떻게든 못 가게 말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정혜와 달리 서영은 스위스 여행을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해 간다. 처음엔 어떻게든 서영을 말릴 생각뿐이던 정혜는 여행을 준비하면서 과거 서영과 함께 했던 여행을 추억하게 되고, 서영 또한 정혜와의 여행을 추억하면서 둘은 서로의 우정을 되짚어 보게 된다. 결국 서영의 상황을 이해하기 보다는 그 결정을 존중하기로 한 정혜. 그렇게 정혜와 서영은 또 한 번의 여행을 위한 길을 떠난다.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지길 바라는 ‘극단 행복한 사람들’의 작품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을 연출한 최원종 연출은 ‘여행은 매순간 어디에 있을지, 어디로 가야할지를 선택하는 순간으로 이루어져 있다’라고 작품 속 그녀들의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며, ‘스스로 어떤 죽음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자기결정권에 대한 뜨거운 삶의 화두를 매우 감동적으로 그려나갈 예정이다’라고 작품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1985년, 미국의 만화가 앨리슨 벡델(Alison Bechdel)은 영화에 최소한의 젠더 개념이 반영되어 있는지를 가늠하는 성평등 테스트로 세 가지의 ‘벡델 테스트’를 고안했다. 이는 남성 중심 영화가 얼마나 많은지 계량하기 위해 고안되었고 조건은 다음과 같다. 이 테스트는 영화는 물론 드라마, 소설, 뿐 아니라 공연도 평가 가능하다.
첫째, 이름을 가진 여자가 두 명 이상 나올 것
둘째 ,이들이 서로 대화할 것
셋째, 대화 내용에 남자와 관련된 것이 아닌 다른 내용이 있을 것
스웨덴은 2013년 세계 최초로 벡델테스트를 영화 산업에 도입하여,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는 상영 직전 인증마크 ‘A’를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 연극계에도 자신들의 독립적인 서사를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가 필요할 것이다. 독립적인 서사를 지닌 캐릭터라면 메인 캐릭터가 아니어도 사실 상관없을 수도 있다. 소설이나 영화, 공연에서 관객들은 어떤 캐릭터를 보며 자신들의 마음을 대변하거나, 자신을 이입시키며 공감하거나, 자신과 반대이기에 오히려 치유를 받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관객들은 그 캐릭터들을 기억하고 사랑하게 된다.
올 해 첫 발을 내딛는 ‘여주인공 페스티벌’의 행보에 여러 관객들이 많은 관심과 힘을 실어주길 소망한다. 배우들이 설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좀 더 다양한 캐릭터의 등장으로 관객들이 좀 더 다채롭게 감동을 받을 수 있길 꿈꿔본다. 다양한 무대의 초석이 되길 꿈꾸는 <제1회 여주인공 페스티벌>이 향후 더 많은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는 페스티벌로 계속해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지켜봐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