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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자의 <빵굽는 여인>중 <딱새의 성..
기획

한애자의 <빵굽는 여인>중 <딱새의 성> - 마지막회

한애자 기자 입력 2016/10/26 04:46

한애자 소설-<딱새의 성> 마지막 회

대학로의 소극장을 향하여 나온 지 삼십 분이 지났다. 무대 세팅을 다 마치고 정의식이 인영의 곁으로 다가왔다.

“당신이 사는 것처럼 연극은 펼쳐집니다!”

그 연극의 내용은 쾌락과 물질 문명 속에서 순수하게 본심을 따라 사는 어느 억척스럽고도 아름다운 여자. 그 여자와의 순정의 사랑을 이루는 중년 남자와의 사랑 이야기였다. 남자는 결국 그 여인을 숭배하듯 사랑하게 되고 결국 결혼하는 이야기였다. 규희와 영자는 맨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 주인공이 된 인영은 극의 내용을 쉽게 소화하여 연기를 다른 때보다 더 실감나게 잘하였다. 관객들은 인영에게 환호를 지르며 그 연기에 매료되었다.

인영은 자칫하면 관객들에게 지겨움과 역겨움으로 비웃음 받을 수 있는 소지를 완전히 무마하였다. 깊고 성숙한 마음의 신음이 흘러 나왔다. 소박하면서 진심어린 그녀의 대사는 곧 관객들의 심중에 묻어둔 언어였다. 특히 주인공이 토해내는 소리는 모든 여성의 내면의 신음, 진심의 울림이었다. 인간의 내면의 표정을 노련한 연기로 잘 소화하고 있었다. 영자는 감탄하였다. 인영의 끼가 발산되고 있었다. 드디어 연극의 마지막의 대사가 펼쳐졌다.

“나는 그 여인을 숭배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황후를 맞이하는 개선행진곡이 우리를 기다릴 것입니다.”

해설자의 말대로 개선행진곡과 함께 막이 내리고 있었다.

“딴딴- 딴따라라 딴 따라라- 딴딴 따라라– 따라라.”

이때 정의식이 인영의 팔짱을 끼고 무대 위를 빙 돌기 시작하였다. 많은 관객들이 인영에게 꽂을 던지면서 환호하였다.

“앵콜! 짝짝.... 앵콜!”


관객들의 환호 속에 동창회 일동은 인영을 가운데 주인공으로 세우고 촬영을 하기 시작하였다. 순간 인영은 이제 자신이 그들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것, 그들의 엑스트라가 아니라는 프라이드를 느꼈다. 자신이 황후가 되어 시녀들에게 둘러싸이고 있는 듯하였다. 이제 영자의 팔레트나 빨아주던 열등한 자신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을 거느리며, 추앙 받는 황후가 되어, 높은 성벽에 올라서서 저 아래의 시녀들을 근엄하게 바라보았다.

이때 인영을 둘러싸며 우러르고 있던 영자는 매우 숙연한 표정이었다. 눈가에 눈물이 흘러 마스카라가 번졌다. 순간 한 장면이 그녀의 머릿속에 번개처럼 스쳤다. 온몸이 박살나듯 처참한 광경! 14층 여자가 투신자살하여 수사관이 시체를 검색하고 있었던 아침의 아파트 광경이었다.

‘그래, 넌 역시 황후야! 나를 살려 주었구나, 이 비루한 하녀를! 훗날 너는 모든 범죄한 하녀들을 호령하며 그 죄를 부끄러워하게 할 것이다. 너는 생각의 군대를 지휘하는 황후가 되어 마음껏 위엄을 떨치리라. 그 성이 완성되고 성안의 모든 풍경이 무르익은 영광의 날! 네가 최고의 왕관을 수여받으며 인생의 주인공이 되리라.’

영자는 천천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거울을 들여다보며 마스카라가 번진 눈가를 정돈하기 시작하였다. 어둡고 그늘진 자신의 얼굴에 생기가 돌고 있었다. 갑자기 거울 속에 새로운 세상이 보였다. 그것은 찬란한 성이었다. 그 성에 서 있는 인영이 황후의 위엄을 가득 담고 자신에게 미소를 던지고 있었다.<끝>

※그 동안 연재된 소설- <쌍화차 친구, 빵 굽는 여인, 딱새의 성>의 3편으로 구성된 한애자의 소설 <빵 굽는 여인> 을 애독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음호는 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를 연재하게 됩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기대합니다.
haj20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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