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8회
테니스 대회
“호루루 …, 호룩 ….”
마침내 경기의 종료를 알리는 호루라기가 울렸다.
“자, 오늘의 경기는 3:1로 A팀의 승리가 되겠습니다.”
정세원이 경기의 결과를 선포했다.
“와! 모두 민지선의 덕분이다!”
“………!”
A팀은 승리의 쾌보에 들떠 있었다. 박수를 치며 상품으로 준비된 모자와 양말세트를 선물 받게 되었다. B팀은 A팀에게 박수를 보내며 상품으로 배부된 오이비누세트를 받아들고 각자 운동장에서 흩어지기 시작했다.
“자! 함께 식사를 하고 가도록 하세요!”
정세원은 민지선을 바라보며 일동에게 말했다. 애춘은 화장실을 가는지 말없이 뒤뜰 쪽으로 향했다. 일동은 가까운 회식장소로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그들이 뒷정리를 하고 교문을 나서려 할 때였다. 갑자기 운동장 구석진 곳에서 꽹과리 소리가 울렸다. 여전히 고슴도치 머리에 맨발의 최경자였다. 아마 혼자 풍물놀이 연습을 하는 듯했다. 회식을 떠나려는 일동은 모두 최경자를 향해 이마를 찌푸렸다.
“아휴, 오늘은 좀 조용하다 했더니 정말 저래도 되는 거야!”
“난 제발 저 맨발 좀 아니었으면 좋겠어!”
“아이, 그냥 이해해라. 집에 가야 남편이 있어 자식이 있어! 외로워서 그러는 거야. 그냥 내버려 둬!”
“좀 불쌍해 보이기도 하지만 왜 저렇게 처량하게 자신을 방치시키는지 모르겠어. 다시 다른 남자 만나 새 출발해도 되잖아? 자식도 없다면서….”
“나, 솔직히 말해서 같은 여교사로서 정말 자존심 상해!”
그때 나이가 좀 든 여교사가 받아 말했다.
“이혼하고 나더니 엉망이야. 그 전에 처녀 때는 안 그랬거든. 그 때 같이 근무했었는데 제법 모양도 내고 다녔는데, 지금은 왜 저러는지 정말 한심해 보여!”
“그런데 왜 이혼했대요?”
최경자의 이혼사유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몰랐다. 최경자는 자신의 이혼사유에 대해서 일언반구도 없었다. 다만 이혼하고 나니까 새로운 세상을 맞았다고 선언하고 다녔다.
“낸들 어떻게 알아, 그 속사정을…. 이혼녀의 고독을 저렇게라도 풀고 싶어 하는 것을….”
“이혼녀니까 더욱 자신을 꾸며야 하지 않아요?〈난 이혼녀다!〉라고 시위 하듯 정말 꼴불견이야!”
“자! 누가 가서 모셔오지 그래. 함께 식사하게 말이야.”
정세원이 동정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가서 데려오지요!”
민지선이 운동장 쪽으로 빠른 걸음으로 옮겨, 최경자 가까이 다가가 이리 오라고 손짓을 했다. 그러나 그녀는 손을 멀찍이서 내저으며 그냥 돌아가라, 일없다는 표정으로 홱 돌아서서 여전히 꽹과리만 두드리고 있었다.
“케켕켕…….”
그 소리는 그녀의 요란스런 마음의 소리처럼 산란하고 고막을 찢듯 했다. 유달리 흔드는 엉덩이가 출렁이며 박자를 맞추고 있었다. 그녀로부터 쉰내가 물씬 풍겼다. 지선은 몇 번 더 권하다가 할 수 없이 일행 쪽으로 되돌아왔다. 그러나 일행은 오히려 잘 되었다 싶은 표정이었다. 분위기도 그렇지만 함께 자리를 하면 이야기가 언제나 샛길로 빠졌다. 교장에 대한 비판과 정치비판 등에 조리 있게 설파하며 나름대로 설득력을 발휘하기는 하나, 그 어느 누구도 귀 기울여 담지 않았고 혼자 지껄이는 식이 되곤 했다. 사람들은 그런 상황을 피할 수 있어 다행이다 싶어 했다. 그냥 지나치기는 몰인정하여 형식상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았다. 최경자는 왠지 민지선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거부반응을 보였다. 그것은 민지선은 자신과 너무도 대조적인 여자라고 여겨 스스로 꺼리는 듯하였다.
‘나는 박복한 년, 저 여자는 복이 많은 여자’라고 스스로 규정했다. 일종의 까마귀 옆에 백로가 다가오면 더욱 검게 퇴색해 보이는 것과 같은 위기의식을 느껴서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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