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9회
테니스 대회
“남교사에게 인기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먼저 꼬리를 쳤기 때문이야!”
민지선이 지나가면 노래하듯 언제나 그렇게 뇌까렸다.
“흥! 꼴불견이야, 그러니까 이혼 당했지!”
언제나 민지선을 따라 다니던 애춘이 지선에게 반감을 가지고 대하는 최경자를 쏘아보며 말했다.
“아무튼 이혼한 여자는 절망적이야!”
냉소적으로 애춘은 드러내놓고 비꼬곤 하였다.
일동이 근처의 새로 단장한 회식장소에 도착했다. 와인으로 숙성된 돼지고기와 묵은 김치가 먹음직스럽게 미리 준비되어 있었다. 일동은 한 테이블에 네 명씩 자리를 잡고 서로 다정하게 이야기꽃을 피우며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늘 조용하고 말이 없던 민지선이 운동과는 거리가 멀게 느꼈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테니스를 잘 치느냐고 의아해 했다. 민지선은 그들의 이야기 꽃 속에 있으면서 장애춘이 어디 앉아 있나 둘러보았다. 그러나 애춘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장 선생은 안 보이는데 웬일이죠!”
“응, 자기가 아까 최경자를 데리러 갔을 때 무슨 급한 일이 있다며 일산 쪽으로 차를 몰고 가던데?”
지선은 시무룩해하며 맥없이 불안해 보이던 애춘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매향이가 빠지면 되는감! 여기 정 선비님이 와 계시는데 말이야!”
“맞아! 오늘 좀 분위기가 침체되었던데 웬 일이야?”
“자! 매향이는 그렇고 건배합시다!”
“민 선생님의 오늘의 눈부신 활약을 위하여!”
“위하여!”
정세원이 잔을 높이 쳐들며 선창했다. 그들은 서로 잔을 부딪치며 술을 권하며 마시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자, 민 선생도 한 잔!”
심정수가 권했다.
“아, 예, 전 술 못합니다!”
“아, 민 선생은 못하는 것이 없는 줄 알았는데 오늘 보니까 못하는 것도 있네.”
“맞아! 하하하….”
모두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민 선생은 부러운 게 많아요. 책도 많이 읽으시고 피아노도 잘 치시고 오늘 보니까 테니스는 언제 배웠는지 정말 잘 치시던데요!”
옆의 김 선생이 부럽다는 듯이 말했다.
“맞아요, 거기다가 패션 감각도 뛰어나셔서 항상 멋있게 하고 다니잖아요!”
“패션도 능력이라 하던데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아,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추켜세움에 과히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사람의 평가의 저울질에 자신이 실린다는 것은 왠지 그들의 노예가 된 듯싶었다. 그것은 변하기 쉬운 간사한 것으로 만경창파에 떠도는 불안한 돛단배처럼 여겨졌다. 지선은 그런 칭찬의 달콤함에 취하지 않으리라 약간 우쭐해진 마음을 다스리며 조절했다.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평가하는 것은 피상적인 것이며 진실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에 휩쓸려 요동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름대로 터득한 비결이고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는 지혜로운 처세술로 삼았다. 반대로 저들의 여론이 자신을 비방한다면 그 마음의 풍랑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사람들의 평가에 자꾸 신경 쓰이는 것을 볼 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한계를 느끼곤 했다. 지선은 얇고 협착한 사람들의 평론에 요동치 않고 오직 자신의 길에 매진할 때 힘 있는 삶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사람은 또한〈소문의 노예〉라는 것도 간과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