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자 칼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박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된 후 헌법에 따라 대통령은 직무정지가 되고 국정은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기 시작하였다. 야당 민주당에서는 황총리를 우려하지만 국정혼란의 시기인 만큼 우선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여야가 합의하여 선출한 총리가 권한대행을 하였더라면 아쉬움이 많았다.
법적으로 황 총리의 권한대행이 불가피한 상황이긴 하나, 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확산되고 있으며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우려가 크다. 그것은 박근혜 정권을 비호하는 그의 전횡을 모두 간과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행적이나 사상을 볼 때 황 총리를 박 대통령의 ‘아바타’ 정도로 인식하는 대중이 다수이다. 황총리는 검사시절 주요 공안사건들을 두루 맡으며 공안수사의 실력을 쌓아 <공안검사 황교안> 검찰이라 불리며 공안검찰, 정치검찰로 봉직해 왔다. 참여정부 때 두 번이나 승진에서 미끄러졌으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기독교>코드로 통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보수의 수호자>로 박근혜의 마음을 샀다. 그러나 먼저 황총리에 대해서 염려되는 점은 수사를 정의롭게 처리하지 못하였다는 비판의 소리이다.
2002년 수사 때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면 불법감청 기기들을 증거로 확보할 수 있었는데도 압수수색도 없이 무혐의로 결론 내는 등 허점 많은 수사였다는 것이 검찰 내부의 대체적인 평가였다. 황 총리가 박 대통령에게 신임을 얻은 것은 바로 법무부 장관 시절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옷을 벗기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하였다고 비판을 받고 있다. 2013년 박근혜 정권의 정당성 위기를 초래할 뻔 했던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황 총리는 증거 불충분의 이유로 그 사건을 덮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또한 황 총리는 2014년 말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이 터졌을 때도 박 대통령을 비호하는 면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해당 문건을 “찌라시 수준의 문건 내용”이라며 수사 가이드라인을 공개적으로 언급했고,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 총리는 가이드라인을 숙지하여 검찰 수사를 지휘하며 박대통령에게 충성하였다. 실제 검찰은 정윤회 등 비선실세의 국정개입설을 사실무근이라고 판단하고, 문건을 유출한 경찰관들만 처벌했다. 이 때 황총리가 정의감을 발휘하여 그 사건을 잘 처리하였더라면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사전에 차단하고 이 지경까지는 확대되지 않았을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최순실 사태에서 <황교안도 공범>이라는 따가운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점이다.
황 총리는 박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법무부 장관을 맡다가 국무총리로 발탁됐는데, 이 기간 또한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과 통합진보당 해산도 이끌었다. 특히 통합진보당 해산은 대선 시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되는 것을 적극 막기 위해서 후보에 나섰다고 강대강으로 맞섰던 이정희 후보에 대한 박대통령의 정치보복을 해 준 결과가 되어 박근혜 대통령의 전적인 신임을 한 몸에 받으며 승승장구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황 총리는 보수의 아이콘이 되었다. 한편 황총리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알려져 있다. 새벽에 학생들을 위해 성경공부 교재를 만드는 믿음이 좋은 분이라는 소문도 있었고, 총리와 근무 경험이 있던 분도 매주 수요일 점심마다 기독교인들을 모아 ‘신우회’를 했다고 하였다. 실제로 황 총리는 사법연수원 수료 후 야간신학대학을 다니며 신학과정을 이수했고, 목동의 한 교회에서 전도사로 일한 바 있다. 37세였던 1997년에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교회 내 근로기준법 문제나 종교인 과세 문제도 일부 다룬《검사님,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종교 관련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러한 점들이 부각되어 최근 <황교안 대망론>이 언급되며 그를 추종하는 세력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황총리를 난세에서 나라를 구원할 선지자 <다니엘>과 같은 존재로 여기며 그가 통치하는 시대를 꿈꾸며 기도제목을 전달하며 기도하기 운동을 펼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황총리는 공안검사로서 종북 세력을 제거하는데 지지를 받는 극우보수층과 기독교의 대형교회 중심의 보수층의 양측 날개가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점이 확산의 한계점을 가지기도 한다. 타 종교계에서는 편향적 종교인이라는 점에서 안티팬의 저항을 불러 일으켜 대통합의 시대를 이끌어갈지 염려스러운 일이다.
이제 황총리는 지난 과거를 돌아보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최순실 사태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심사숙고하며 정의롭게 잘 처리해 나갈 과제가 남아있다. 그가 섬기는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경외한다면 의로운 기독교인의 면모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어쩌면 기독교인의 박애정신을 실천할 수 있고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이제 황교안 총리는 역사의 큰 기로에 서 있다. 무엇보다도 어둡고 낡은 역사를 버리고 국정안정을 위해서 편향되지 않은 균형감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박대통령의 불통정치를 청산하고 국민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정치권과 소통하는, 정의로운 큰 정치력을 발휘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haj201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