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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연재 - 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11회..
기획

소설연재 - 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11회

한애자 기자 입력 2016/12/21 04:57
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11회

테니스 대회

잠시 후 정세원이 여선생의 자리로 끼어 지선의 맞은 편 자리로 다가와 앉았다.
“민 선생은 장 선생과 원래 아는 사이였나요? 아주 친하게 보입니다.”
“아, 네. 아는 사이는 아니었고 처음부터 좀 끌리더군요. 보기와는 다르게 매우 순수한 면이 많고 의리도 있어 정감이 넘칩니다!”
정세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려 깊은 표정이었다.
“역시 민 선생님답습니다. 장 선생보다 나이가 어리지요?”
“………!”
“그런데 민 선생이 언니 같아요. 항상 의젓하고 침착해 보이고요!”
그는 소주잔에 술을 부으며 고기안주를 씹으며 말했다.
“민 선생께서 좀 잘 대해 주세요. 남편과 어려움이 많습니다. 제 친구 중 사업을 하는 친구가 있는데 장 선생 남편과 잘 알고 있습니다.”
지선은 놀라며 그 내막이 궁금해 묻고 싶었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남의 부부관계에 대해서 제삼자가 관심 갖기에는 너무 어색했고 합당하지 않게 여겼다. 정세원은 사모하는 그 모습을 이제 이렇게 가까이서 대화를 하고 나니, 그런 사모함이나 이성적인 정열이 이슬처럼 사라졌다. 그렇게 멀리서만 환상에 사로잡혀 황홀해 했던가. 직장동료로 대화의 현실로 부딪치면 사랑은 소멸해 가는 듯했다.

회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지선은 장 선생을 따돌리는 여교사들의 분위기를 새롭게 인식했다. 애춘의 특이한 모습과 행동에 그들이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겼다. 자신도 처음에는 그 화려하고도 특이한 차림새와 어색한 행동에 이미지가 썩 좋지는 않았었다. 그런 만큼 애춘에 대한 그들의 반응은 무리가 아니었다. 언젠가 노래방에 여러 교사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자신이 가무를 여지없이 발휘하여 일동을 즐겁게 해주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한 적이 있었다. 지선은 그런 애춘이 매우 사람들의 주목과 사랑을 갈구하고 있음을 감지했다. 특별한 외모에 열중하는 것도 돋보이고 사랑받고자 하는 열정이었는지 모른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테니스 대회에서 애춘의 그 변화무쌍하고 복잡 미묘한 표정을 상세히 떠올려 보았다. 테니스볼을 계속 놓쳐서 실수를 할 때마다 정세원 쪽을 바라보며 초조해 하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애춘은 경기의 승패보다 정세원 앞에서 자신의 초라함과 주목받지 못하는 존재에 대한 불안감으로 괴로워하는 모습이었다.
“그렇구나! 정 선생님에 대한 감정!”
지선은 자신이 볼을 잘 넣었을 때, 정세원이 미소와 환호를 보내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 솔직히 자신은 의기양양하며 모든 이들의 촉망을 받고 있다는 황홀감에 젖어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흠모함을 받고 있다는 것은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애춘도 이런 갈망 속에 그를 향했는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지선은 이런 상념에 몰두하며 어느덧 집에 들어섰다.

2층에서 딸 희아가 불고 있는 플루트 소리가 들렸다. 아들 철우가 지선에게 안겼다.
“엄마 나, 오늘 예쁜 짝꿍 만났어요.”
“그래? 이름은?
“장애리예요. 너무나 예뻐서 내가 오래 얼굴을 쳐다보았더니 그 여자 아이도 나를 쳐다보고 웃었어요.”
“그래? 우리 아들이 멋있게 생겨서 쳐다보고 웃었을 거야.”
“장애…. 뭐라고?”
“장애리예요.”
지선은 하마터면 장애춘으로 발음할 뻔했다.
“그리고 이모가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래요.”
“그래? 그 아이가 널 좋아하는 눈치든?
“그럼요, 척보면 알 수 있어요.”
“그래? 어떻게.”
지선은 자신도 모르게 어린아이의 심리를 통해 어른들의 연애감정의 신비를 들여다보는 것이 우스웠다. 아들이 이제 겨우 열 살이지만 여자 친구의 수준을 가늠하고 감정을 짐작하고 느끼는 것이 참으로 신기했다. 2층에서 딸 희아가 불고 있는 플루트 소리가 들렸다. 지선은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에게 연어 스테이크로 저녁을 챙겨주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내내 그녀의 뇌리에는 애춘이 떠나지 않았다.
‘왜 돌아갔을까? 혹시 나에게 질투나 라이벌 의식을 느끼고 절망하지 않았을까!’


haj20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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