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자 칼럼】- 건전한 보수
주말이면 촛불민심의 탄핵찬성과 탄핵반대의 태극기집회를 바라보는 국민은 더욱 앞길이 막막하다. 이명박. 박근혜 보수정권 10여년에 대한 실망감에 더해 보수의 본질이 무엇인가의 회의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뚜렷한 대선후보가 보이지 않던 보수는 반기문 카드에 심취하여 빅텐트 환상마저 사라지자 분열과 무기력한 보수정파의 행보만 보일뿐이다.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당 이름을 바꾸었지만 환골탈퇴의 혁신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친박 의원과 대선주자들은 태극기 집회에 가세하며 촛불집회에 맞대응하는 행태를 보였다. 김문수 전 지사의 언행에 또 한 번 충격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영혼 없는 자처럼 거친 언행에 추락하는 보수의 막장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박근혜 탄핵은 보수정파의 책임을 수반한다. 이른바 호위무사를 자행한 그들의 행태에 이미 국민들은 냉엄한 심판을 선고하였다. 친박을 대표한 3명 정도의 당원권 정지를 하고서 인적쇄신을 하였다는 모습에 과연 보수의 미래는 어찌될지 참담하기 그지없다. 보수의 가치를 사랑하는 자들은 이번 기회에 보수가 새롭게 정비되길 원하고 있다.
진보정권이 장기 집권할 것을 매우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엔 어렵지만 차기 대선에 성공하려면 병든 보수를 치유하고 건강한 보수의 대의를 복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른정당 역시 창당 후 뚜렷한 정책비젼이 나오지 않고 지지율도 저조하다. 보수를 내걸고 있는 분열된 양당은 먼저 보수정치의 원칙과 철학을 재정비하며 현시대에 비젼을 제시하는 정책과 신념에 맞는 능력의 인적쇄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몇 명의 쇄신이 아니라 당전체가 환골탈퇴의 개편과 쇄신을 보여주어야 한다. 마침내 반기문 불출마로 시름하던 차에 황교안 권한대행을 출마카드까지 거론하며 우리도 인물이 있으니 기죽을 필요 없다는 모습에 궁색하며 안일한 행태를 보여 실망시키고 있다.
전통적 가치를 존중하는 보수가 골병이 든 것처럼 누워있기 때문이다. 이를 일으켜 세울 인명진 비대위원장에게 혹시나 기대하였던 것이 어리석게만 여겨진다. 도대체 민심의 소리를 이토록 외면할 수 있는지 실망스러우며 난감하기 그지없다. 나라를 사랑하는 일이라며 태극기를 휘날린다면 보수지도자는 희생과 모범을 보여야 한다. 현실를 반영하는 상황인식의 지식네트워크가 붕괴되고 진영논리로만 뭉치고 애써 거짓말로 가리려는 행태에 보수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통령은 언론의 조작이라며 보수언론에 일방적 답변으로 거짓말의 산을 쌓는다. 이런 대통령을 지지하는 태극기 집회를 보면 문득 이승만 대통령이 개헌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어용단체와 정치깡패들이 동원된 부끄러운 지난 역사가 떠오른다. 과거의 낡은 정치를 답습하는 정치퇴보의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급기야 교육에서까지 이념이 편향된 극우세력의 행태를 보였다.
<대통령 탄핵은 검찰, 국회, 언론, 종북 세력의 정치적 음모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서울디지텍고등학교 곽일천 교장이 지난 7일 종업식에서 학생들을 앞에 놓고 했던 말이다.
독일은 보수와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정치인 지식인들이 이념과 정파를 뛰어넘는 <보이텔스바흐 협약>에 합의했는데 그중 하나가 떠오른다. 즉 강압적인 교화와 주입식 교육을 금지하고 학생의 자율적 판단을 중시하는 것이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교육자가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은 상황인식을 제대로 못하는 병든 보수의 모습을 보여주는 행태다.
요즘 학생들 자유분방하면서도 정확한 상황인식력을 소유하고 있다. 그래서 교사라도 함부로 말할 수 없다. <어떻게 생각하나요?>가 적합한 대화법이다. 유연한 사고의 확장성을 가진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한다. 그런데 보수는 반성 없는 거짓말로 망한다는 생각이 든다. 잘못을 하였으면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고칠 것은 고치는 게 정상적인 이치다. 그러나 박대통령과 태극기집회는 거짓말로 맞대응하며 천심인 민심을 무시하고 있다. 곪은 상처를 헝겊으로 가리고 아프지 않은척한다면 전체 몸마저 썩어 마침내 사망에 이른다. 썩은 환부는 비록 고통스럽지만 도려내야만 전체가 회생할 수 있다.
여론전을 펼쳐 반전을 시도하려는 행태는 샤이 보수층에게마저 등을 돌리게 하기 쉽다. 박대통령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보수가 살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이는 <대한민국과 결혼하였다>라는 말에 책임을 지는 모습인 것이다. 결혼하였다는 나라에게 신의를 저버리고 바람을 피워 쑥대밭으로 만든 격이 되었다. 보수가 건전해야 진보도 바로 설 수 있다. 건전한 보수를 기대하는 샤이 보수층의 고민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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