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하우스제32회
캥거루 신드롬
애춘은 미장원 자리에서 재빨리 일어나 가위를 하나 훔쳐들고 미용실의 화장실에 들어갔다. 그리고 품속에 훔쳐온 가위을 가지고 브론드형 꼬불꼬불한 긴 파마머리를 들쑥날쑥 잘라버렸다. 거울을 보고나니 자신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짧게 잘랐고 듬성듬성 들쑥날쑥…. 그야말로 고슴도치와 비슷했다.
“앙…, 이게 뭐야!”
애춘은 타일 바닥에 주저앉았다. 출입하던 여자들도 기겁을 했다.
“어머, 웬일이야!”
모두 흘끔하며 째려보았다.
“여기 정신병자 환자가 침입 했어요!”
외치는 소리에 미장원의 직원이 들어왔고 ,이어 종례가 뒤따라 달려왔다.
종례는 혼절하다시피 하였다.
“앙앙…! 어쩌란 말이야!”
화장실 바닥의 타일에는 잘린 머리카락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아니, 너 이게 무슨 짓이야!”
“놔 둬! 놔두란 말이야…!”
“제발 이제 나 좀 놓아 줘…!”
발악하는 딸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했는지 종례는 어떻게 뒷수습을 해야 할지 고심했다.
“아, 알았어, 이 엄마가 잘못했다. 어서 일어나, 이러니까 사람들이 널 미친년 취급하는 것 아냐? 모르냐? 어서!”
조급히 그녀는 뒷수습을 했다. 단골손님이며 사모님으로 추종하던 미장원 직원 일동들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광경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자 ,어서 일어나렴!”
가까스로 달래어 집에 돌아온 종례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나저나 이 고슴도치 머리를 어떻게 하려고, 이것아!”
종례가 악다구니를 쓰며 방법을 고안해 낸 것이 가발공장을 경영하는 사촌동생 영숙이었다. 바로 전화를 걸었다.
“영숙아, 지금 가발 두 세 개만 배달해 줘, 나중에 자초지종을 알려줄게”
한 두 시간이 지나자 긴 머리 스타일의 가발과 짧은 머리 스타일의 가발이 도착했다. 훌쩍거리는 애춘은 가발을 보더니 조금은 진정이 되는 듯 눈을 반짝였다. 그 이후 종례는 애춘을 예전처럼 대하는 것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자신의 취향과 의도대로 명품을 골랐다. 의복인 경우 색상과 디자인을 애춘의 의사대로 따르는 듯하더니 한두 번 해보다가 못마땅한지 다시 개입했다.
“아냐, 넌 얼굴에 붉은 기운이 많이 도는 편이니까 여기 이 파란색 계통이 분위기를 좀 가라앉게 해줄 수 있다!”
“아냐, 하얀색이 더 좋은 것 같아.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도 늘 하얀색 의복을 입잖아. 프랑스의 샤넬도 하얀색만큼 최고의 색채가 없다고 할 만큼, 하얀색은 모든 색의 복합체이며 자연스러우면서도 미의 극치라고 했단 말이야!”
의상학과 친구와의 대화를 기억해낸 애춘이 얻어 들었던 것을 주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