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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연재 - 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33회..
기획

소설연재 - 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33회

한애자 기자 입력 2017/03/31 04:04
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33회

캥거루 신드롬

“그래? 샤넬이 최고 극치의 색이라고 했단 말이지? 그러고 보니 하얀색이 네 피부에 어울려 보이는 것 같기도 하구나!”
“우리민족은 백의민족이잖아요. 그래서 흰색인 한복이 예로부터 잘 어울린다잖아요!”
“아휴, 우리 딸이 아는 것이 이렇게 많을까! 역시 여자는 배워야  한다니까!”
“엄마, 나도 설거지 한 번 해보고 싶어!”
“안 돼, 여자가 친정에서 고생하면 시집가서도 구정물 만지며 고생한단다. 난 내 딸이 손에 물 한 방울이라도 묻히지 않게 하고 곱게 기를 거야. 귀하게 공주처럼 자라야 그런 집으로 시집가게 되는 거야!”
“쳇, 시집가기 위해 태어났나?”

불행한 청춘시절을 보상받고 싶은 이종례는 계속 애춘에게 자신의 이상을 투사하기 시작했다.
“집과 여자는 가꾸고 치장한 만큼 빛이 나는 법이야.”
플라스틱 인형처럼 이리저리 입혀보고 장신구를 걸쳤다, 다시 집어치웠다, 구두를 신겨보고 모자를 씌어보기도 했다. 이종례의 하루 일과는 애춘에게 무엇을 입힐까 무엇을 먹일까 무엇을 마시게 할까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였다. 애춘의 용모는 그런대로 예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두드러진 미인은 아니었으나 그런대로 매력이 있었다. 특히 하얀 피부와 반짝이는 머릿결을 종례에게서 이어 받아 아름다웠다. 이제 머릿결은 계속되는 염색과 파마로 아름다움을 상실해가기 시작했다.
 

애춘의 몸매는 약간 풍성한 듯 엉덩이가 탄력이 있었고 히프라인이 업되었고 날카로운 콧날은 섹시해 보였다. 그녀는 장흥을 닮아 키가 큰 편이고 얼굴전체의 이미지는 이종례를 많이 닮았다. 눈매가 동그랗고 인형의 눈과 같이 단순해 보이는 것이 그녀의 특징이었다. 애춘의 걷는 모습은 보통 여자에게서 볼 수 없는 남자들의 성욕을 유발케 하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인간이 태어나서 자라는 가정환경은〈마음의 그릇〉을 구워내는 가마와 같다. 이 가마는 바로 ‘나는 누구이며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 존재인가’에 대한 자아정체감을 평가하는 것이다. 자아정체감이 형성되면 그때부터 스스로를 지배하게 된다. 애춘의 마음의 가마는 ‘나는 공주처럼 대접받아야 한다. 어느 누구든 나를 사랑해야 하고 나는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아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이미 구워진 단단하고 질긴 그 가마는 애춘을 지배했다. 애춘은 마치 징징거리는 어린아이처럼 채성에게 가마를 태워 달라고 하고 있으니 그들 부부는 불행할 수밖에 없었다.
채성에게 애춘은 너무도 벅찬 만남이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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