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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36회..

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36회

한애자 기자 입력 2017/04/13 07:18

 모델하우스제36회

애인
 

그는 모성이 부족한 아내를 믿을 수 없어 친구에게 채성의 앞날을 부탁했다. 과연 김내성의 부인은 그가 죽은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미국으로 돈 많은 나이 든 사장에게 아들을 버리고 떠나버렸다. 장흥은 불쌍한 채성을 아버지처럼 사랑해 주었다.  처복이 없는 불행한 친구인 내성을 진심으로 동정했다. 그야말로 사막 가운데 운명처럼 의지할 데가 없는 채성을 그는 자신의 집에 데려가 고등학교, 대학교 학비까지 후원해 주었다.

마침내는 애춘의 가정교사로 맡기며 한 식구처럼 지내왔다. 모성애에 굶주린 채성은 학업에 몰두하여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고,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이로 성장했다. 장흥은 애춘이 중학생이 되었을 때부터 채성을 영어 과외선생이 되게 했다. 그들은 오빠, 동생이 되어 한 집안에서 지내게 되었다. 채성은 경영학과에서 수석으로 졸업하여 언론의 수재로 보도되었다. 장흥은 그를 자신의 회사의 상무로, 대학졸업 후 본격 채용하여 사업을 맡기게 되었던 것이다.

“오빠, 이거 장갑이야!”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사춘기의 애춘은 눈을 반짝였다. 언제나 자신을 따르며 좋아하는 애춘을 그는 동생처럼 대했다. 애춘은 추울 때면 허전한 그의 목에 비싼 목도리를 둘러주었다. 발랄하고 자신의 감정에 꺼릴 것 없이 즉흥적이고 철없는 기질이었다. 사실 채성에게 거부반응을 일으켜 정서와 맞지 않았다. 그는 고등학교 때 국어 선생님과 같은 여인상을 일찍부터 가슴에 품었다.

문학을 사랑하는 지적이며 우아한 여성, 모성적인 애정이 깃들어 있는 여인상을 그리고 있었다. 잃어버린 모성을 갈구하였다.  따뜻하고 자애로우며 어진 여자! 그런 여자를 자신의 아내감으로 여겼던 것이다. 그는 이런 면에서 또래보다 좀 조숙한 편이었다.

‘장래 내 색시는 선생님과 같은 여자가 될 거야!’

소년은 속삭였다.

이런 여인상을 가슴에 품고 있는 채성에게 철없고 공주처럼 받들어야 하는 애춘을 만났을 때, 매우 참담한 심정이었다. 그는 자신을 자식처럼 돌봐준 장흥의 은혜에 보답하는 양으로 애춘을 향해 좋은 모습으로, 그저 친절한 오빠로 대했다. 겉으론 애춘에게 부드럽고 친절하며 무리 없게 대했으나, 속에서는 스토커처럼 자신에게 달라붙는 애춘에게 냉담하고 겉돌았다.

그 후 애춘과 결혼 후 채성은 술을 먹고 밤늦게 귀가했다. 명랑하지만 사려 깊지 못한 애춘에게 채성은 점점 혐오감이 밀려왔다. 그는 들어온 즉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애춘을 돌아보지 않았다. 그런 행위도 자신에겐 일종의 고통이었다. 억지로 사랑하는 척하는 것에 이제 넌더리가 났다. 결혼에 대해서 너무 경박했다고 자책했다. 그때마다  톨스토이의 결혼에 대한 언급을 되뇌었다.



<결혼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스무 번이고 백번이고 거듭 생각해 보는 일이다.>

<결혼 같은 것은 결코 할 일이 아니다. 충고해 두지만 적어도 하고 싶은 일을 모조리 다 해치웠다고 자신에게 다짐할 수 있을 때까지는, 그리고 자신이 고른 여자에 대한 정열이 식을 때까지는, 다시 말하면 여자의 정체를 확실하게 파악할 때까지는 결코 결혼 같은 것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해봤자 소용없는 실패를 하게 된다.>
<행복한 가정은 어느 가정이든 비슷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색다르게 불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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