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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속 인물을 존재로서 바라보다, 양손프로젝트의 "한 ..
문화

소설가 속 인물을 존재로서 바라보다, 양손프로젝트의 "한 개의 사람"

권애진 기자 marianne7005@gmail.com 입력 2019/09/26 21:17 수정 2019.09.26 23:03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김동인의 '태형', '감자'
'한 개의 사람' 포스터 /(제공=더줌아트센터)
'한 개의 사람' 포스터 /(제공=더줌아트센터)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한 작가의 단편소설을 여러 편 묶어서 공연하는 ‘단편선 작업’을 지속해 온 양손프로젝트가 한국근대소설들로 구성한 연극 <한 개의 사람>이 지난 21일부터 26일까지 더 줌 아트센터에서 관객들에게 한국의 근대로 되돌아가는 시간들을 선사해 주었다.

<한 개의 사람>은 한국의 대표적인 근대소설작가 현진건과 김동인의 단편소설을 텍스트로 삼아 창작되었으며 기존에 창작한 ‘새빨간 얼굴’과 ‘마음의 오류’를 통해서 공연되었던 작품이다. 2015년 공연된 ‘한중일 단편선-한 개의 사람’은 한국, 일본, 중국의 연극교류 이어온 베세토 페스티벌의 초청작으로 한국, 일본, 중국의 단편소설을 무대화한 작품인데, 이번 작품 <한 개의 사람>은 ‘운수 좋은 날’, ‘태형’, ‘감자’ 총 3편의 한국근대소설들을 독립된 공연으로 구성하여 각각의 이야기를 서로 다른 연극형식으로 담아냈다.

'운수 좋은 날' 공연사진_양종욱 배우 /ⓒ유재철(스튜디오8),(제공=더줌아트센터)
'운수 좋은 날' 공연사진_양종욱 배우 /ⓒ유재철(스튜디오8),(제공=더줌아트센터)
'운수 좋은 날' 공연사진_양종욱 배우 /ⓒ유재철(스튜디오8),(제공=더줌아트센터)
'운수 좋은 날' 공연사진_양종욱 배우 /ⓒ유재철(스튜디오8),(제공=더줌아트센터)
'운수 좋은 날' 공연사진_양종욱 배우 /ⓒ유재철(스튜디오8),(제공=더줌아트센터)
'운수 좋은 날' 공연사진_양종욱 배우 /ⓒ유재철(스튜디오8),(제공=더줌아트센터)

괴상하리만치 운수가 좋은 하루를 보내는 어느 인력거꾼의 이야기, 현진건 작가의 ‘운수 좋은 날’은 양종욱 배우가 조용하게 읊조리는 듯한 대사가 들리는 순간 객석에 자리 잡은 관객들은 자신의 숨소리조차 방해가 될 정도로 그가 내뱉은 대사 뿐 아니라 숨소리까지 놓치지 않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교과서서 마주한 단편이기에 그 내용은 익히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이런 긴장감과 처절한 슬픔은 작품 속 인물 그 자체가 된 배우의 힘일 것이다.

'태형' 공연사진_손상규 배우 /ⓒ유재철(스튜디오8),(제공=더줌아트센터)
'태형' 공연사진_손상규 배우 /ⓒ유재철(스튜디오8),(제공=더줌아트센터)
'태형' 공연 사진_손상규 배우 /ⓒ유재철(스튜디오8),(제공=더줌아트센터)
'태형' 공연 사진_손상규 배우 /ⓒ유재철(스튜디오8),(제공=더줌아트센터)
'태형' 공연사진_손상규 배우 /ⓒ유재철(스튜디오8),(제공=더줌아트센터)
'태형' 공연사진_손상규 배우 /ⓒ유재철(스튜디오8),(제공=더줌아트센터)

 많은 인원이 무덥고 비좁은 감방에 갇힌 채 공판을 받으러 나가기만을 기다리는 한 남자의 이야기, 김동인 작가의 ‘태형’의 손상규 배우는 미치도록 밉살스럽다. 다섯 평 남짓한 공간에 사십 명이 넘는 죄수가 수용되어 있다. 물 한 모금 제대로 주지 않고 맘대로 씻을 수도 없고 햇볕을 가릴 수조차 없다. 나갈 수도 있는 사람이 나가지 않았다. 그 공간이 내겐 더 필요하다. 타당한 이유일까? 나의 조그만 편안함을 위해 누군가를 위해 사지로 모는 것이, 내가 아닌 남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눈 감는 것이.

'감자' 공연사진_양조아 배우 /ⓒ유재철(스튜디오8),(제공=더줌아트센터)
'감자' 공연사진_양조아 배우 /ⓒ유재철(스튜디오8),(제공=더줌아트센터)
'감자' 공연사진_양조아 배우 /ⓒ유재철(스튜디오8),(제공=더줌아트센터)
'감자' 공연사진_양조아 배우 /ⓒ유재철(스튜디오8),(제공=더줌아트센터)
'감자' 공연사진_양조아 배우 /ⓒ유재철(스튜디오8),(제공=더줌아트센터)
'감자' 공연사진_양조아 배우 /ⓒ유재철(스튜디오8),(제공=더줌아트센터)
'감자' 공연사진_양조아 배우 /ⓒ유재철(스튜디오8),(제공=더줌아트센터)
'감자' 공연사진_양조아 배우 /ⓒ유재철(스튜디오8),(제공=더줌아트센터)

빈민굴에서 몸을 팔아 돈을 벌며 살아가는 복녀의 이야기, 김동인 작가의 ‘감자’의 양조아 배우는 아플 정도로 슬프고 슬프다.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는 듯 한 일상에서 계속해서 더 한 나락으로 떨어지고 떨어진다. 의식주의 욕구 그리고 돈에 대한 욕망은 이성과 도덕을 앞지르곤 한다. 하지만 그들만의 선택인 것일까? 그들만의 잘못인 것일까?

음악을 맡은 정재일 음악감독은 작품에 다양한 악기를 통한 특유의 스타일의 음악과 효과음을 통해 관객들이 더 깊이 작품에 빠져 들게 만들어 주었다. 시노그라퍼 여신동은 원형의 아무것도 없는 무대에 위쪽에 동그랗게 자리한 조명으로 음영을 달리하며 밝음과 어두음, 벅차오름과 슬픔을, 순차적으로 켜지는 조명으로 복잡한 심정들을 효과적으로 살려주었으며, 전면에 자리 잡은 조명은 무대 위 배우의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 빼놓지 않고 잡아주며 극의 흐름을 잡아주었다.

삶의 굴레 속에서 끝없이 사투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한 개의 사람>은 우리네 사는 이야기이다. 작품 속 그들은 각자의 환경 속에서 맹렬하게 삶에 몰두한다. 그리고 싸움에서 이기고 굴복하기도 하고 승리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들의 승리감이 지난 어느 날 비로소 그들은 생각할 것이다. 나는 과연 무엇과 싸워왔고 무엇을 위해 싸워왔는지. 그리고 왜 살아야 하는지도. 근대 시절 그네들과 우린 과연 얼마나 달라졌을까? 좋아지고 있는 것일까? 한 명이 아닌 한 개, 어쩌면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어쩌면 너무나 크기에 존재에 대한 바라봄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 작품 <한 개의 사람>의 다음 사람은 누가 될런지 만나고 싶다.

'한 개의 사람' _'감자' 분녀 역 양조아 배우 /ⓒ권애진
'한 개의 사람' _'감자' 복녀 역 양조아 배우 /ⓒ권애진

양손프로젝트는 배우 손상규, 양조아, 양종욱과 연출 박지혜로 이루어진 소규모 연극 그룹이다. 팀원들 모두가 작품선정을 포함한 창작의 모든 과정을 함께 공유하고 결정하는 긴밀한 공동창작의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다. 양손프로젝트의 작품은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등의 해외극장과 페스티벌에 초청되어 왔으며, 국내에서는 국립극장, 국립극단, 두산아트센터, 남산드라마센터, 산울림소극장 등의 극장에서 공연되었다.

<한 개의 사람>은 한국과 헝가리의 수교 30주년 기념공연으로 제작되어 국내 공연 이후 부다페스트에서도 공연 될 예정으로 외국의 관객들이 바라보는 우리의 근대 모습은 어떻게 다가갈지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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