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가족들은 오히려 너무 가까운 사이이기에 너무나 당연하게 요구하는 것들이 생겨나고, 기대치만큼 실망감도 커진다. 너무나 가깝기에 오히려 너무나 잘 모르는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따뜻하게 풀어낸 연극 <바닷물맛 여행>이 ‘제1회 여주인공 페스티벌’의 첫 작품으로 참여하여 지난 25일부터 29일까지 대학로 공유 소극장에서 ‘가족’에 대한 따스한 감정들을 관객들에게 되찾아 주고 있다.
2017년 제2회 으랏차차, 세우다 작품공모전 선정작으로 2017년 초연을 하였으며, 올해 더욱 탄탄해진 모습으로 관객들 앞에 다시 찾아온 작품 <바닷물맛 여행>은 ‘원’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기반한 ‘극단 키르코스’라는 이름처럼 모나지 않고 동글동글하다.
‘가족’이라는 것은 피가 이어졌기에 진하다고 한다. 사실 이런 주장은 불편하다. 혈연이기에 끈끈함이 이어지는 것이라면, 사랑과 신뢰와 믿음으로 이어진다는 부부에게는 끈끈함이 없는 것일까? 다른 형태로 이루어지면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부모’라는 존재는 자신의 존재를 ‘자식’의 아래로 내림이 당연한 것일까?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라고 하기에, 누구보다 나를 인내해 주고 지지해 줄 이가 있어주길 바랄 뿐일는지도 모르겠다.
가족의 해체는 이제 어쩌면 익숙해지기까지 한 문제가 되어버렸다. 이 연극 <바닷물맛 여행>에 나오는 가족들의 이야기도 요즘은 슬프도록 쉬이 접할 수 있는 내용일는지도 모르게 되어버렸다. 이 작품에서는 일차원적인 위로나 절망과 슬픔을 말하지 않는다. 담담하게 내 속에 숨어있는 이야기를 끄집어 낼 뿐이다. 나도 너도, 우리는 모두 외롭기에 따스함이 필요하다고 토닥토닥 당신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뿐이다.
- MINI INTERVIEW -
1. 착하기만 했지만 경제능력이 없던 아버지, 일찍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자기 인생은 없이 고생했던 어머니 그리고 머리로는 이해했겠지만 맘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언니, 행복한 기억으로 부모를 추억하는 바지런한 동생, 이들의 이야기는 슬프면서 따뜻하고 예뻤습니다. 인물 하나하나의 서사가 그림이 그려지듯 펼쳐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작가님 그리고 연출님이 인물들을 그려낼 때 감정선을 어떻게 잡아갔을지 궁금합니다.
최호영 연출 ➜ 대본에서 주어진 단서들을 찾고 물음표가 생기는 지점들을 해결해가면서 인물이 놓인 상황과 그전에 인물이 겪었던 일들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했고 그런 인물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 것인지 각 인물의 생각이나 감정, 행동논리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잡아갔습니다.
장정아 작가 ➜ 저희 가족의 상황과 극 중의 가족들이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인물의 캐릭터를 구상할 때에는 실제 우리 가족의 모습을 상상하며 쓰게 되었습니다. 또한 저 역시도 짧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어릴 때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부모님의 행동들이 자라며 조금씩은 이해되는 순간들이 있었고, 가족 중에서도 같은 상황을 겪었지만 인물의 성격과 시각에 따라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워 희곡 안에 그러한 내용들을 녹여내고 싶었습니다. 인물들의 감정선은 가족이라 완벽히 미워하지도, 그렇다고 완벽히 사랑하지도 못하는, 애증이 교차하는 마음들을 어떻게 설득력 있게 그려낼 수 있을지 고민해 보았습니다.
2. 모든 캐릭터가 공감되고 이해되기는 참 쉽지 않은 일이라 여깁니다. 탄탄한 서사를 품은 이야기,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도록 적절한 조절의 연출, 각자의 캐릭터에 대한 깊은 이해들이 있어야만 가능할 것입니다. 각 배우들이 캐릭터에 대한 본인만의 해석들이 듣고 싶어집니다.
강현우 배우 ;
대본을 읽고, 1998년 IMF 당시 무너졌던 수많은 가정들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배우인 나는 아무리 애써도 아빠, 장철수가 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아빠, 장철수라는 인물이 살아내며 만났을 매 순간, 그를 둘러싼 인물과 사물, 세계의 작용들을 좇아 촘촘히 설계하고 반복하며 무대 위 매 순간 만나지기를 끝없이 시도할 뿐입니다.
장윤정 배우 ;
죽음의 문턱 이후 혼자서 아이 둘을 키우며 악착같이 버티고 싸우면서 점점 거칠어지고 악에 받쳐 살아갔었던 엄마를 상상하고 떠올려보며 많은 연습을 하였습니다.
버티고 버티다 숨이 막혀서 아이들을 등지고 떠나갔지만 미안함을 솔직하게 표현 할 용기도 주변머리도 없었던. 모르는 게 아니라 이렇게 밖에 표현할 줄 모르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유민경 배우 ;
연출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연습초반엔 큰딸이 1차원적으로 많이 나왔습니다. 공연 일주일 전 인물로써 고민을 하면서 풀리는 지점이 많이 있었습니다. 왜 이 말을 하는지 그리고 상황에서 인물로 행동을 하면서 입체적으로 만들어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임아영 배우 ;
제가 초연 때는 바닷물맛여행의 스텝으로 참여했었습니다. 그래서 제 지인들도 그 공연을 많이 보러 왔었는데 그때 한 친구가 ‘이번에 공연을 보면서 나는 처음으로 동생도 힘들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을 했었습니다. 여태까지 장녀로 책임질 것도 많고 그래서 나만 힘들다 생각했었는데 이 공연을 접하고 나서 ‘동생도 힘들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이 오랫동안 제 마음을 울렸습니다. 그 후로 2년이 흘렀고, 다시 이 공연이 올라간다는 말에 처음엔 단순하게 친구가 다시 이 공연을 동생이랑 보러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생도 언니의 마음을 이해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이번에 저는 동생 역을 맡았긴 했지만요. 저의 캐릭터 이해와 해석은 단순하게 거기서 출발을 했습니다. 인물을 구축하는 데 있어서는 아무래도 저희 키르코스 극단의 연출가이자 배우 그리고 친구인 호영이와 많은 대화를 통해서 캐릭터를 해석할 수 있었습니다. 호영 연출은 제가 딜레마에 빠질 때마다 어떠한 디렉션을 주기보다는 이 인물의 생각과 행동을 많이 생각해 보라며 크고작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인물이 한 라인으로 이어지는지, 장면이나 인물에 대해서 흔들릴 때마다 뒤로도 살펴보고 앞에서도 살펴 볼 수 있도록 생각해보자고 이야기를 해 주곤 합니다. 그 덕분에 캐릭터를 이해하고 해석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사실 예전에는 저라면 이때 어땠을까 되물어봐서 저한테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저보다는 정말 작은딸이라면 이 때 어땠을까,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했을까로 인물이 할 수 있는 생각과 행동을 계속 찾아봤습니다. 물론 실제 실연은 제가 하는 것이기에 또 다시 제가 어색하지 않은 말과 행동을 나갈 수 있도록 붙인 것도 있겠지만요. 늘 연기를 할 때마다 인물을 만날 때 키르코스 연출이자 배우 호영, 작가 정아, 배우 민경 경식, 조연출 선희에게 도움을 가장 많이 받고 해석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3. 연출님과 각 배우님들의 차기작을 알려주세요.
최호영 연출 : 10월 20일까지 연극 <앙상블>에서 조연출로 참여하고, 12월 중순에 소설가 윤고은의 단편소설 1인용 식탁을 원작으로 연극 <1인용 식탁>에 각색/연출로 첨여합니다.
강현우 배우 ▶ 작년 12월에 첫선을 보였던 구정연 배우, 안현정 배우, 두 배우와 함께 가족 그리고 관계를 주제로 공동창작하여 삼일로창고극장에서 “이천십팔년십이월” 공연을 하였습니다. 올해는 구정연 배우와 안현정 배우 그리고 박진아 음향/음악디자이너, 김지우 시노그래퍼와 함께 '무엇이 나로 하여금 말 배우게 하는가'를 주제로 '소통'에 대한 공연을 준비 중입니다. 그리고 공동창작한 연극 “나의 외국에 분투기”에 11월 27일부터 12월 1일까지 나온씨어터에서 공연합니다.
장윤정 배우 ▷ 12월 극단 키르코스 연극 <1인용 식탁>에 참여합니다!
유민경 배우 ▶ 12월 극단 키르코스 연극 <1인용 식탁>에 참여합니다!
임아영 배우 ▷ 12월 극단 키르코스 연극 <1인용 식탁>에 참여합니다!
다채로운 감동을 안겨줄 다양한 무대의 초석을 꿈꾸는 ‘제1회 여주인공 페스티벌’은 첫 작품 <바닷물맛 여행>에 이어 <살아있냐(극단 주다, 10.9~13)>, 뮤지컬 <어송포유(크리스티나의 빛의 콘서트, 10.16~20)>,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극단 행복한 사람들, 10.23~27)>이 이어진다. 다양한 색깔을 가진 작품들은 관객들의 애정과 관심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