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동서양 문화의 아름다운 조화가 이루는 아름다운 무대로 세계 유수 발레단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수준 높은 한국 발레를 세계에 널리 알린 유니버설발레단의 역사이자 자랑인 한국 최초의 장작발레 <심청>이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다시 한 번 선을 보이며 우리의 고전 ‘심청’을 새로이 만나게 하여 가족의 의미가 축소되고 인간다움이 상실되어가는 요즘에 깊은 울림과 감동을 선사했다.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공연된 <춘향>과 함께 <심청>은 아름다운 한국의 고전을 서양의 클래식 발레에 담아내 기획 단계부터 세계무대를 염두에 두고 제작된 창작발레 시리즈로 국내외 유수 평단으로부터 극찬을 받은 바 있다.
1막 2장의 바다내음과 파도소리가 느껴지는 듯 박진감 넘치는 폭풍우 몰아치는 인당수 선원들의 역동적인 군무, 2막이 시작되며 영상으로 투사되는 바다 속 심청의 슬프도록 우아한 모습 그리고 바다 요정들의 환상적이면서 우아한 군무와 디베르티스망(작품의 내용상 크게 중요하지 않지만, 재미와 볼거리를 위해 삽입된 짧은 길이의 춤), 3막 왕궁 궁녀들의 한국적 한이 담긴 고전춤 태평무와 탈춤을 응용하여 서양적 발레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군무, 심봉사와 함께 모든 봉사들이 한꺼번에 눈을 뜨며 해학 가득한 기쁨에 찬 장면 그리고 마지막으로 달빛 아래 펼쳐지는 사랑의 2인무, ‘문라이트 파드되’와 전막 피날레 등은 절대 놓칠 수 없는 명장면 중 명장면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발레 <심청>은 초연 이후 30여 년 간 작품의 수정 보완을 계속해 나가며 유니버설발레단과 함께 성장한 작품이다.
대본은 故 박용구 평론가가 참여하였으며 이번 공연은 박용구 선생님을 위한 헌정공연으로 그 감사함의 의미를 더했다. 안무는 80년대 발레의 불모지 한국에 정통 클래식 발레를 알리고자 혼신을 다하였던 발레단 초대 예술감독 애드리언 델라스(Adrienne Dellas)와 그를 이어 한국의 모던발레 개척자 故 로이 토비아스(Roy, Tobias, 3대), 올레그 비노그라도프(Oleg Vinogradov, 5대), 유병헌(6대) 예술감독이 개정 안무와 연출로 작품을 정련해 나갔다,
음악을 맡은, 한국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미국의 음악가 케빈 바버 픽카드(Kevin Barber Pickard)는 서민의 소박한 정서와 궁중의 우아한 전통을 음악에 녹여내기 위해 한국 역사와 예술을 연구하여 국악의 장단을 관악기로 듣게 되는 쉽지 않은 경험을 안겨주고 있다. 2013년부터 '오네긴'을 시작으로 2014년 '30주년 스페셜 갈라', '지젤', 2015년 그램 머피의 '지젤' 그리고 콜롬비아 '심청' 공연에서 유니버설발레단과 함께 호흡을 맞춘 미하일 그라노브스키(Mikhail Granovskiy)의 지휘로 높은 수준의 연주력을 유지하며 연주자들에 의한, 연주자들을 위한 오케스트라를 추구하고 있는 4관 편성의 코리아쿱 오케스트라(Korea Coop Orchestra)의 라이브 연주 또한 많은 관객들의 박수 갈채를 이끌어 냈다.
의상디자이너 실비아 탈슨(Sylvia Taalson)은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두어 동서양 문화에 대한 이해가 남달랐기에 외국인 무용수와 한국인 무용수, 한국의 전통복장과 서양적인 발레복이 너무나 자연스레 조화를 이룬 1막의 의상을 맡았다. 2막은 5대 예술감독을 맡았던 올레그 비노그라도프가 3막은 오한결이 의상을 맡아 관객들의 눈과 귀를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한국발레의 발전을 이끌고 있는 유니버설발레단의 문훈숙 단장은 “창단 35주년을 맞아 유니버설발레단의 역사이자 자랑인 <심청>과 <춘향>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올리게 되어 정말 기쁘게 생각합니다. 월드투어 메인 레퍼토리로서 이 두 작품은 한국의 정서를, 한국의 발레를 세계에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왔습니다. 가족과 연인이 펼쳐 나가는 아름다운 드라마에서 ‘효(孝)와 애(愛)’, ‘인(仁)과 예(禮)’라는 인류의 근본적인 정신을 되새길 수 있을 것입니다. 깊은 울림과 진한 감동이 어우러질 두 작품 <심청>과 <춘향>의 이번 무대가 관객 여러분께서 오래도록 기억해주시고 자랑스러워 할만한, 가슴 따뜻한 작품으로 아로새겨지길 바랍니다”라고 깊은 애정을 표했다.
서양에서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효(孝) 사상을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 화려한 무대 세트, 다채로운 의상, 수준 높은 테크닉에 담은 토슈즈를 신은 한국의 고전 <심청>은 1986년 국립극장 초연 이후 발레의 성지라 불리는 프랑스 파리와 러시아 모스크바를 포함하여 세계 15개국 40여개 도시에서 기립박수를 이끌어낸 인기 창작발레이다. 2001년에는 워싱턴 케네디센터, 뉴욕 링컨센터 등 전미 3대 오페라극장에 입성한 바 있다. 발레의 성공적인 역수출 사례를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제3회 예술의 전당 예술대상에서 ‘대상’과 ‘최우수상’을 동시에 석권하였다. 외국에서도 발레를 배우기 위해 찾아오는 곳이 된 유니버설 발레단의 동양의 미와 서양의 발레를 함께 아름답게 공존시켜 나갈 아름다운 행보의 다음 발자욱이 궁금하고 기대된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올해 마지막 공연은 1986년 초연 이후 34년간 연속 매진의 신화를 기록하며 매년 겨울이면 전세계에서 울려퍼져 크리스마스 전령사라고도 불리는 <호두까기인형>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의 80여 명의 무용수들이 펼치는 신비하고 수준 높은 춤들이 가득한 무대는 11월 말부터 천안, 대전, 인천 공연을 시작으로 12월 21일부터 마지막 날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관객들을 환상의 나라로 데려가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