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현재의 삶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 사회에 대한 끊임없는 풍자를 통해 생각을 던져주는 연극 <살아있냐>가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대학로 공유소극장에서 ‘제1회 여주인공 페스티벌’의 두 번째 작품으로 참가해 관객들에게 ‘미루지 말고 표현하세요, 미루지 말고 실행하세요, 여러분은 행복할 자격이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아쉬운 막을 내렸다.
오랜 기간 사형수로 복역 중인 “모성애”는 교도소 생활이 썩 나쁘지 않다. 삼시세끼 꼬박꼬박 주고, 운동도 시켜주고, TV도 볼 수 있고, 작업 시 소량의 돈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모성애”의 삶에 신참 사형수 “남은정”이 끼어든다. 그녀는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탈옥을 꿈꾼다. 어느 순간 “남은정”의 신념에 흔들리는 “모성애”.
이제 그녀들의 기상천외한 탈옥이 시작된다.
연극의 대중화를 꿈꾸는 극단 주다에서 활동 중인 이소금 연출은 희곡을 쓰고 연출을 한 작품 <살아있냐>를 끊임없는 재미와 끊임없는 풍자로 잘 보고 갈 연극 한 편이라고 이야기한다. 작품 속 사회 속 부조리와 절망에 대해 교도소 안 두 여인의 태도는 확연히 다르다. 하지만 희망과 변화의 끈을 잡기로 한다. 결과에 연연치 않고.
사실 유머(humor)와 개그(gag)는 조금 결이 다른 개념이다.
개그는 상대방을 웃기기 위해 끼워 넣는 즉흥적인 대사나 우스개를 뜻한다. 웃기는 게 유일한 목적이다.
유머는 그렇지 않다. 익살과 해학과 삶의 희로애락이 적절히 뒤범벅된 익살스러운 농담을 뜻한다.
유머 앞에서 우리가 왁자지껄하게 웃어젖히다가도 어느 순간 씁쓸한 눈물을 쏙 빼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기주 저 『언어의 온도』 중 -
가정폭력에 노출된 여자들의 살인에 대해 과잉방어라는 해석이 아직까지 대한민국에서는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 알코올의 힘을 빌려 조절이라는 한 가닥 끈마저 놓아버린 사회에 대한 분노의 잘못된 표출, 그들의 방향을 잃은 무력 앞에서 피할 곳 없던 그녀들의 정신은 온전하다고 단정짓는다. 폭력과 고통에 절망하고 포기함을 폭력에 길들여졌다는 잔인한 말을 한다.
무전유죄 유전무죄. 한 남자의 말이 이제야 비로소 사람들에게 체감이 되었던 건 아닐게다. 서초의 촛불 행렬은 공권력 앞에서 어쩔 수 없다, 무력하다 느끼던 포기라는 껍질을 공권력 앞에도 의연하던 한 남자의 모습을 통해 벗어던지게 된 것이리라.
‘유토피아’는 인간의 본성이 온전히 선할 수 없기에 존재할 수 없는 이상향이라고 한다. 누군가의 죄의 경중을 저울질하는 그들은 사회의 혼란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방파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일반 사람들과 자신들은 다르다는 특권 의식으로 사회를 심판하겠다는 착각 아래 무자비한 철퇴를 휘두르는 신이 되었다 여기면 아니 될 것이다.
- MINI INTERVIEW -
1. 작품 <살아있냐>는 ‘끊임없는 풍자’와 ‘색다른 장르의 연극’이라고 자신들의 연극을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풍자라는 장르는 풍자를 하고 있는 주체에 대한 고찰과 철학이 담기기에 슬픔이나 고통을 웃음으로 치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작품에 담고자 하는, 시대에 반하고자 하는 기본철학과 풍자를 하는 주체에 대한 연출님의 고민이 듣고 싶습니다.
질문이 쉽지가 않네요. 작품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면 자연스럽게 답에 근접할 것 같습니다.
“당신이 지금 살아있다면 하고 싶은 걸 하라.”
많은 사람들이 어떠한 제도나 통념 혹은 정보 등으로 말미암아 하고 싶은 게 있어도 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을 현실에 안주한다 라고 표현했습니다.
교도소는 그러한 현실을 그려냅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현실에 안주하게 만드는 어떠한 제도나 통념 혹은 정보도 “정말?”이라고 놀랄 만큼 처음이었을 때가 있었을 텐데...
왜 우리는 무엇 때문에 하고 싶은 걸 포기하는 것일까요?
2. 작품 속 두 캐릭터의 이름이 특이합니다. 가만히 지금에 적응하는 일반 소시민격인 ‘모성애’는 불의에 굴복하지 않고 변화를 꾀하는 투쟁가격의 ‘남은정’에 의해 변화의 시간을 거치게 됩니다. ‘모성애’와 ‘남은정’의 작명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특이할 만큼 재미있는 스토리는 없어서 죄송스럽습니다. 처음 이 공연을 올릴 당시 ‘모성애’ 배역에는 ‘모성애 좀 생겨라’ 하는 차원에서 이름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남은정’은 ‘정 좀 있어라’ 하는 차원에서 각자 이름을 지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3. 연출님과 배우님들의 차기작이 궁금합니다.
이소금 연출 ;
대학로 동양예술극장에서 1월까지 쭉 하고 있는 연극 “한번 더 해요”에 구병진 역으로 연기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배소현 배우 ;
강동예술인페스티벌 참가작 “장남”이라는 작품을 준비 중입니다. 그리고 소소하게 낭독공연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고다희 배우 ;
내년 1월에 결혼을 앞두고 있다 보니 당분간은 결혼 준비에 몰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상우 배우 ;
11월 10일부터 30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3관에서 오랜 기간 사랑받고 있는 연극 <늘근도둑이야기>에 수사관 역으로 출연합니다.
박재우 배우 ;
없습니다. 하하
폭력에 무감각해지는 것.
공분은 해도 대응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은
폭력의 방관과 상승을 불러올 뿐이다.
류은숙 저 『미처 하지 못한 말』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