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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소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 수작의 귀..
문화

대한민국에서 소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 수작의 귀환 "알리바이 연대기"

권애진 기자 marianne7005@gmail.com 입력 2019/10/24 03:21 수정 2019.10.25 10:19
"이름 없는 개인의 역사가 가장 정치적인 역사이다. (김재엽 연출)"
'알리바이 연대기' 공연사진_재엽(정원조), 아버지 태용(남명렬)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프레스콜사진_재엽(정원조), 아버지 태용(남명렬) | "이 연극은 지금은 곁에 없는 죽은 아버지들의 삶에 대한 연극이다. 그리고 그 죽은 아버지들의 꿈이 바로 살아 있는 우리들이었음을 기억하는 연극이다" - 연출가 김재엽 /ⓒ권애진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작가의 실제 가족사를 바탕으로 기억 속 아버지를 이해하려는 호기심에서 시작된 작품 <알리바이 연대기>가 5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2013년 초연 출연진들이 다시 뭉친 수작의 귀환 <알리바이 연대기>는 지난 16일부터 11월 10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당대를 살아낸 또 다른 아버지 뿐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대한민국을 소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되돌아보는 시간을 선사하고 있다.

“2013년 12월 29일. 오늘 나는 아버지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비밀을 알게 되었다.”

제 이름은 ‘재엽’입니다.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를 쓰고 연출한 김재엽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저와 형 그리고 아버지, 그러니까 1930년 일본국 대판시(현 오사카) 동성구 대금리점 556번지에서 태어난 故김태용 님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오래 전 신병 훈련소 앞에서 저를 기다리던 아버지의 눈물이 떠오릅니다.

이상하게도 그날 아버지의 눈물을 두고두고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눈물을 이해하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버지는 생애 마지막 순간에 하나의 알리바이를 알려주셨습니다.

흐려진 진실과 폭격의 굉음이 더 익숙한 세상을 살아온 아버지.

언젠가 인생의 알리바이를 고백할 순간이 찾아온다면 저도 아버지처럼 용기를 낼 수 있을까요.

'알리바이 연대기' 공연사진_아버지 태용(남명렬)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프레스콜사진_아버지 태용(남명렬) | 선생님의 말씀은 옳다던...전교조는 초반에는 인정된 단체였지만, 선생님들은 노동자가 아닌 이유로 현재까지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학교 선생님으로 재직을 마치고 정년퇴임하시는 아버지를 기억하며...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공연사진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프레스콜사진_군인(이종무), 공익1(유종연), 공익2(유병훈), 공익3(백운철), 재엽(정원조), 아버지 태용(남명렬) | 신병훈련소 앞에서 재엽을 기다리던 아버지의 눈물은 두고두고 잊을 수 없다 합니다.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공연사진_큰아버지(유준원), 재엽(정원조), 어머지(전국향), 아버지(남명렬)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프레스콜사진_큰아버지(유준원), 재엽(정원조), 어머지(전국향), 아버지(남명렬) | 아버지의 정년퇴임식에 참석한 가족. 아직 재엽은 당시 졸업을 앞둔 대학생이었다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공연사진_어린아버지(지춘성), 아버지(남명렬), 재엽(정원조)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프레스콜사진_소년태용(지춘성), 아버지(남명렬), 재엽(정원조) |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재엽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공연사진_어머니(전국향), 아버지(남명렬)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프레스콜사진_어머니(전국향), 아버지(남명렬)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공연사진_소년의 아버지(유병훈), 소년(지춘성),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프레스콜사진_소년의 아버지(유병훈), 소년태용(지춘성) | 2차세계대전에 패망한 일본에서 재엽의 아버지의 가족은 한국으로 돌아온다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프레스콜사진_박정희(지훈성), 아버지(남명렬) | 재엽의 아버지는 박정희를 만난 적이 있다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프레스콜 사진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프레스콜 사진_요원1(유준원), 박정희(지춘성), 요원2(유종연) | 손가락총이 진짜 총보다 무서운 시절이 있었다. '빨갱이'라고 손가락총을 쏘면 실제로 사라져갔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얼마나 다른지...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공연사진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프레스콜사진_사촌형님(유병훈), 청년시절아버지(이종무), 소년재엽(지춘성)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공연사진_공무원1(유병훈), 공무원2(유종연), 공무원3(백운철) | 제1호 공무원이 되었다는 아버지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프레스콜사진_공무원1(유병훈), 공무원2(유종연), 청년시절아버지(이종무), 공무원3(백운철) | 제1호 공무원이 되었다는 아버지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공연사진_사촌형님(유병훈), 큰아버지(유준원), 아버지(남명렬), 재진(지춘성)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프레스콜사진_사촌형님(유병훈), 큰아버지(유준원), 아버지(남명렬), 재진(지춘성) | 지금은 믿기지 않겠지만 조선일보, 동아일보는 사상을 극명하게 다루는 언론이었다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프레스콜 사진_학생의아버지(유병훈), 학생의어머니(전국향) | 소위 '빨간책'이라 불리우는 불온서적들을 깨어 있는 대학생들끼리 모여서 함께 읽고 토론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사상을 핑계로 죄없는 사람들이 재판 하루 만에 사형을 당하던 시절이 있었다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프레스콜 사진_학생의아버지(유병훈), 학생의어머니(전국향) | 소위 '빨간책'이라 불리우는 불온서적들을 깨어 있는 대학생들끼리 모여서 함께 읽고 토론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사상을 핑계로 죄없는 사람들이 재판 하루 만에 사형을 당하던 시절이 있었다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프레스콜 사진_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프레스콜 사진_헌책방점원(백운철), 책방주인(유준원), 아버지(남명렬) | 유일한 사치가 도서구매인 아버지는 서점에서 책들을 고르는 중 비보를 듣고 충격을 받는다. 고 장준하 선생이 살아있었더라면 대통령이 반드시 되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분의 죽음과 최근 한 분의 죽음은 이상하리만치 공통점이 많다...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프레스콜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프레스콜_당원1(유준원), 당원2(유병훈), 아버지(남명렬), 당원3(유종연) | 지역감정이 처음부터 있지는 않았다. 유세장에서 제일 먼저 등장하기 시작했다.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프레스콜 사진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프레스콜 사진_형사1(유준원), 형사2(백운철), 재진(이종무), 형사3(유종연), 아버지(남명렬), 어머니(전국향) | 유신정권 시절에는 국가보안법은 입과 눈과 귀를 닫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시절에도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던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지금의 이 곳에 살 수 있을는지도...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프레스콜 사진_재엽(정원조), 아버지(남명렬), 어머니(전국향) | 대학합격발표일, 재엽은 생각지 못한 국문학과 합격 소식을 접한다. 아버지는 2지망을 적어 놓은 것 뿐 아니라 서울로 올라가는 차편도 준비해 두셨었다.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프레스콜 사진_재엽(정원조), 아버지(남명렬), 어머니(전국향) | 대학합격발표일, 재엽은 생각지 못한 국문학과 합격 소식을 접한다. 아버지는 2지망을 적어 놓은 것 뿐 아니라 서울로 올라가는 차편도 준비해 두셨었다.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프레스콜 사진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프레스콜 사진_남총련 광수(유병훈), 재엽의 선배(백운철), 재엽(정원조) | 민주화 투쟁을 위해 전대협(이후 한총련)은 연희동과 신촌 일대에서 전국규모로 시위를 벌였었다. 학생들의 시위나 경찰의 시위 모두 화염병과 최루탄, 쇠파이프가 난무하며 강렬한 시기가 있었다.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프레스콜 사진 | 백골단은 사복경찰체포조로 흰색 헬멧에 청색자켓 복장 때문에 그러한 별칭이 붙었다. 시위대를 공포에 떨게 하는 집단이었으며 당시 독재시대의 권위의 상징이기도 하다.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프레스콜 사진 | 백골단은 사복경찰체포조로 흰색 헬멧에 청색자켓 복장 때문에 그러한 별칭이 붙었다. 시위대를 공포에 떨게 하는 집단이었으며 당시 독재시대의 권위의 상징이기도 하다.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프레스콜 사진_아버지(남명렬), 재엽(정원조), 재진(이종무)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프레스콜 사진_아버지(남명렬), 재엽(정원조), 재진(이종무) | 아버지는 장준하 선생님 서거 후 장남인 형 재진에게 '가운데가 제일 좋다', '1등에 연연하지 말아라' 등 치우치지도 앞서거나 뒤쳐지지도 않는 '가운데 삶'을 계속 이야기하셨다고 한다.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프레스콜 사진_학교를 졸업하고 글을 쓰며 연극을 준비하는 재엽에게 아버지는 긴 말은 하지는 않는다. 그저 '직업이 있어야 한다'라고만 하신다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프레스콜 사진_학교를 졸업하고 글을 쓰며 연극을 준비하는 재엽에게 아버지는 긴 말은 하지는 않는다. 그저 '직업이 있어야 한다'라고만 하신다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프레스콜 사진_재엽(정원조), 아버지(남명렬) | 병상에 누은 아버지는 재엽에게 그 동안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들려주기 시작한다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프레스콜 사진_재엽(정원조), 아버지(남명렬) | 병상에 누은 아버지는 재엽에게 그 동안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들려주기 시작한다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프레스콜 사진_재엽(정원조), 아버지(남명렬) | 가족사진의 영상과 함께 부자의 자전거가 엇갈려 지나간다.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프레스콜 사진_재엽(정원조), 아버지(남명렬) | 가족사진의 영상과 함께 부자의 자전거가 엇갈려 지나간다.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프레스콜 사진_재엽(정원조) | 김재엽 연출의 자전적 이야기를 조근조근 풀어나가는 정원조 배우는 예전과 외모는 달라진 바 없지만 더운 안정된 모습으로 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간다.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프레스콜 사진_재엽(정원조) | 김재엽 연출의 자전적 이야기를 조근조근 풀어나가는 정원조 배우는 예전과 외모는 달라진 바 없지만 더운 안정된 모습으로 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간다. 오랜 기간 작품을 해 가며 '재엽'이라는 한 사람에 대해 완전히 알긴 힘들지만 작품 속에서 작가가 관객들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좀 더 알아듣게 되었다고 전했다.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는 작·연출을 맡은 김재엽 본인과 그의 가족에 대한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서울과 대구, 오사카를 오가는 160분 동안 관객은 영어교사로 평화롭게 퇴직한 아버지가 걸어온 뜻밖의 발자취를 따라가게 된다. 동시에 개인의 역사 안에서 불가분하게 흘러가는 국가의 역사를 맞닥뜨린다. 일제강점기와 이후 대통령 9명의 시대를 지나온 아버지는 한국 정치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이상을 갖고 저항하지도, 현실에 완전히 적응하지도 않은 채 살아가는 ‘가운데의 삶’을 선택한다. <알리바이 연대기>는 역사책에서 도드라지던 극단적인 인물들 대신, 언제나 이방인의 경계에 있고자 했던 한 지극히 평범한 개인의 번민에 주목한다. 한 편의 희곡에 개인과 사회의 역사를 얽어내는 과정에서, 작가는 딱딱한 사실의 나열보다는 잔잔한 웃음을 택했다. 작·연출 본인이기도 한 극 중 인물 ‘재엽’은 내레이터로서 관객들의 길잡이가 된다. 재치 있게 써내려간 한 가족의 이야기 속에 우리 현대사의 뒤엉킨 실타래는 한 올 한 올 풀어진다.

'알리바이 연대기' 커튼콜 사진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커튼콜 사진_배우 백운철, 유준원, 이종무, 정원조, 남명렬, 전국향, 지춘성, 유병훈, 유종연 /ⓒ권애진

2013년 초연 당시 동아연극상, 대한민국연극상 등 국내 연극상을 휩쓸며 관객과 평단을 모두 사로잡은 <알리바이 연대기>는 김재엽 작ㆍ연출이 기억 속 아버지를 이해하려는 호기심에서 시작된 고백보다 은혜가 쉬웠던 세상을 살아낸 한 인물의 가장 사적인 연대기에 비친 대한민국 현대사의 연대기를 짚어내며 연극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가운데의 삶’을 택한, 풍랑에 시대에 갈등하던 가장으로서의 모습과 지난한 세월을 거쳐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는 모습까지 아버지 ‘태용’의 일생을 부드러운 노신사 남명렬 배우의 진솔한 연기로 호소력 있게 담아냈다. 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을 이끌며 공감대를 만들어나가는 ‘재엽’역의 정원조 배우, 방황하던 지식인 형 ‘재진’역의 이종무 배우와 실제 나이를 한참 거슬러 모든 아역을 도맡으며 작품에 재미를 더하는 지춘성 배우, 홍일점으로 다정다감하고 정 많은 우리네 어머니를 보여주는 전국향 배우 등 탄탄한 내공을 자랑하는 표정 하나, 주름 하나까지 연기로 승화시키는 출연진들이 그대로 돌아와 초연보다 더욱 진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초연 당시 소극장 판에서 시작된 <알리바이 연대기>는 백성희장민호극장을 거쳐, 2019년 명동예술극장에서 더 많은 관객과 만난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경북대와 주인공의 대구 집 등은 극장에 맞게 더 커진 스케일로 구현된다. 거대한 무대와 그 앞에 선 배우들이 이루는 미장센은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떠올리게 만든다. 또한 기존 공연에서 엇갈려 지나가던 부자父子의 자전거에 이어, 세발자전거가 새로운 소품으로 등장해 미래 세대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제시한다. 무대 위 영상으로 구현되는 1960~70년대 풍경 역시 <알리바이 연대기>를 보는 또 하나의 묘미다. 국립현대미술관 2018 ‘올해의 작가상’에 선정된 화가 정재호가 그린 근대도시의 풍경과 건축물들이 영상으로 등장해 급속도의 경제성장을 지나온 우리 현대사를 더욱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작·연출의 김재엽은 오랜만에 무대에 오르는 이번 공연에 대해 “아버지가 되고 나니 아버지의 이야기가 새롭게 보인다”며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보편적인 현대사, 보편적인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알리바이 연대기' 프레스콜 사진_재엽(정원조), 아버지(남명렬), 김재엽 연출 /ⓒ권애진
'알리바이 연대기' 프레스콜 사진_재엽(정원조), 아버지(남명렬), 김재엽 연출 /ⓒ권애진

2013년 초연의 멤버들은 초연 때 작업을 위해 만들었던 단체대화방에서 여전히 대화를 나누고 있다. 보통 작업이 마무리 되면 단체방이 없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알리바이 연대기>는 2013년 당시에는 이러한 형식의 희곡을 접해 보지 못했었기에 지난한 과정을 거치며 조율을 거쳐야만 했다. 그러했기에 그런 과정 속의 동료들과는 끈끈해질 수 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멋지게 나이 들어가시는 남명렬 배우는 "긴 시간 연락하지 않아도, 몇 달만이나 1년 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듯 행복하게 만나는 사이"라며 초연 멤버들과의 끈끈한 정을 강조했다. 정원조 배우는 "5년이 지나며 자칫 잘못하면 너무 나이 먹게 나올까 걱정도 했지만 다들 괜한 걱정이었다. 관객들이 다시 만나는 이 연극을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 전하는 말에, 남명렬 배우는 "5년 전이나 지금이나 얼굴(액면가)은 다들 그대로이다. 그런데 첫 블러킹 작업에서 쪼그려 앉아 일어나는 장면에서 두 아들이 모두 '에구구' 탄성을 질러서 '아들, 무릎 괜찮냐?'고 하던 기억이 있다"며 재미난 에피소드도 전해 주었다. 김재엽 연출은 "일본 추리 장르, 탐정물도 좋아하시던 아버지는 '알리바이'라는 단어를 입에 자주 올리셨었다. '알리바이'라는 단어는 병상에서 들은 이야기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 작품은 시작할 때부터 99.9% 서사적 다큐로 가려는 의지가 있었다. 작품을 쓰기 위해 돌아가신 아버지의 일기장을 살폈고 어머니와 형을 인터뷰하고 가족들의 자료들을 모두 리서치했다. 작품을 써 내려간 뒤에는 형님과 어머님께 감수를 받고 잘못 알았던 부분들을 수정하기도 했다"라고 전하며, "실제와 크게 다른 점은 작품을 관람하는 관객들을 위해 저보다(그리고 실제 우리집보다) 훨씬 멋있고 잘 생긴 배우님들이 서사적 다큐로 이뤄진 극을 이끌어 간다는 점이다"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2002년 신춘문예 당선을 시작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극작가 겸 연출가. ‘혜화동 1번지’의 4기 동인으로 기반을 다져온 김재엽은 '알라바이 연대기'와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와 같은 다큐멘터리극 뿐 아니라 '배수의 고도'처럼 드라마가 강한 작품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현재 극단 ‘드림플레이 테제21’의 예술감독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알리바이 연대기' 포스터 /(제공=국립극단)
'알리바이 연대기' 포스터 /(제공=국립극단)

<알리바이 연대기>는 할아버지의 역사는 아버지에게로, 그리고 그 역사는 다시 아들에게서 손자에게로 흘러간다는 세상의 이치를 제시한다. 연출가 김재엽은 “이전 세대를 무대 위에 오롯이 불러냄으로써,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고 싶다”고 전했다. 작품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당신의 알리바이는 무엇인지, 그리하여 지금의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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