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현재의 이야기와 과거의 이야기가 충돌하며 진정한 자유는 어떤 의미인가를 질문하게 하는 작품 <겟팅아웃>이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대학로 선돌극장의 양면무대 위에서 창작집단 농담의 과감한 연기와 이야기로 관객들의 뜨거운 찬사를 받으며 아쉬운 막을 내렸다.
독방에 갇힌 알리는 어떤 이유로 독방에 오게 되었는지 잊었다.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 ‘바른 사람’으로 출옥한 뒤에 ‘알렌’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갈 미래의 모습을 상상한다. 상상속의 그녀는 ‘밖(사회)’이 자유로울 것이라 기대하며 꿈을 갖고 새 삶을 살고자 하지만 곧 자신을 살인 전과범으로 규정짓는 사회로부터 감옥에서의 기시감을 느낀다. 현실에서의 알리는 미래를 상상하는 것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고, 희망을 버리고 자살하려는 순간 상상 속의 알렌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자유의 첫걸음임을 깨닫고 알리 역시 살고자 마음먹는다.
창작집단 농담의 신작이자 제14회 여성 연출가전 참가작 <겟팅아웃>은 ‘잘 자요, 엄마’로 잘 알려진 작가 마샤 노먼이 1983년 퓰리처 드라마 부문 연극상을 수상했던 그녀의 첫 희곡 ‘Getting Out’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희곡을 각색하고 연출한 신지인 연출가는 알리와 알렌이 보여주는 인물의 이면적인 모습을 양면무대를 활용하여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며 창작집단 농담만의 독특한 색을 맘껏 보여주었다.
7월부터 뜨거운 여름을 태우고 아름답게 가을날 관객들에게 찾아온 <겟팅아웃>을 뜨겁게 불사른 창작집단 농담은 각자의 인생에서 겟팅아웃 하기 위해 지금도 열심히 나아가고 있다. 창작집단 농담은 ‘농밀한 이야기를 농담처럼-농담’이라는 뜻을 따라, 이야기에 진함과 옅음을 섞고 영상, 음악, 퍼포먼스, 무대미술 등을 이용한 과감한 시도를 즐기는 예술창작집단으로 2014년 연극, 뮤지컬 등 무대예술을 창작하는 20~30대 연출과 배우를 주축으로 창단되었다. ‘아이디얼(2017, 연출 강예은), ’그 광기에 대하여(2018, 연출 신지인)‘ 등 활발한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인물과 세상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관객들에게 제시하며 독특한 매력으로 다양한 팬층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 MINI INTERVIEW -
1. 구치소일지 교도소인지, 하얀 배경과 소품들로 정신병원이 아닐까 생각되던 공간 속에서 한 여자아이의 마음은 밝게, 기운차게 자신을 보호하려는 여러 발버둥 속에서 더 아프고 슬프게 느껴졌습니다. (어린 여자가 환상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그리고 환상과 실재를 오가며 오고가는 이야기들과 무대는 참 독특했습니다. 원작에서 이야기들을 구현해 가는 희곡화 과정에서 어떤 점에 중점을 두셨을지 궁금합니다.
신지인 연출 ;
원작 겟팅아웃을 정말 좋아하고, 마샤 노먼의 화법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를 헤치지 않으면서 현대를 사는 우리가 이해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원작에서 알리가 알렌의 과거 인물로 비춰져 알리의 이야기가 과거 플래시 백 씬으로 해석 될 수 있다는 여지를 없애기 위해 과감하게 알리(어린 시절)의 시점으로 극을 재구성하였고 그러한 과정에서 원작에서 알리가 독방에 갇혀 스스로 왜 갇혀 있어야하는지 의문을 갖는 씬에 영감을 받아 모범수로 사회에 나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수밖에 없는 필연성을 부여했습니다. 극이 간결해지면서 원작보다 아쉬움도 많고, 이야기를 온전히 전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도 있지만 원작의 메시지를 지키면서 시의성을 갖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2. 양쪽에 높이가 다르게 배치된 좌석과 가운데에 네모 낳게 구현된 무대공간은 흡사 경기장에서 관람하는 듯한 기분까지 들게 만들었습니다. 무대미술 구현 과정 이야기가 듣고 싶습니다.
신지인 연출 ;
이야기를 전달함에 가감이 없게 하기 위해 무대디자인에 여러 가지 기준을 두었습니다.
1. 배우 등퇴장시 등·퇴장 구역의 시각선은 관객으로부터 완전히 폐쇄적이어야 한다.
2. 인물의 상황과 처지를 표현함에 은신처가 없어야한다.
이 두 가지를 기준으로 무대디자인을 하였고, 경기장, 어항, 동물 우리 등 여러 가지 이미지를 두고 무대를 디자인했습니다. 선돌극장이 양면무대가 가능한 무대여서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3. 작품 <겟팅아웃>의 알렌의 이야기들은 미래가 컴컴해 보이고 빠져나갈 다른 길이 보이지 않을 때, 나아갈 길에 대한 선택의 옳고 그름에 대한 선악판단은 섣부르게 할 수 없겠다고 느끼기도, 그리고 저도 모르게 당연하다 여기던 편견의 편린들에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새 사람'이라는 변화되는 존재에 대해 연출님과 배우님들의 생각들이 궁금합니다.
*신지인 연출 ;
실은 터무니없는 명사입니다. 나라는 존재가 상황과 처지가 바뀌어 새로운 사람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새사람은 그런 것들과의 연관성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새사람과 헌사람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진정 변화할 필요성을 느낀다면, 헌사람으로 살아온 시간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알리 역 현지선 배우 ;
좋은 것과 나쁜 것, 선과 악은 어떤 기준에 의해 나뉘는 걸까요? 그렇다면 새 사람은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저에게 있어 하나 확실한 것은 나를 부정하며 '새롭다'를 인정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겁니다.
*알렌 역 이아흰 배우 ;
새사람은 나를 인정하지 않고 외면하면서 달라지려고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나를 인정하고 나를 제대로 바라보고 사랑하는 것부터 새사람이 된다는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베니 역 노재노 배우 ;
새사람이 된다기보다 크고 작은 일들이 쌓여 많은 경험을 한 사람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칼 역 문수영 배우 ;
새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나 새사람이라는 것은 본인의 인생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에 근간을 두고 있는 생각인 것 같고. 가장 쉬운 것은 리셋이여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쉽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저 역시 알리처럼 고민을 많이 합니다. ‘어떻게 해야 잘 살 수 있을까?’ 그러다보면 과거의 나와 인간관계에 대해 비극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의 내면을 깊이 바라보고 인정하면 굳이 새사람이 아니어도 사랑받을 만한 내가 보이게 됩니다. 우리 관객도 그것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루비/도리스 역 조새연 배우 ;
내가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 혹은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꾸준히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새사람'이라는 단어는 전에 있던 내 존재를 완전히 부정하고 새로 시작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어서 꽤나 가학적으로 느껴집니다. 사실 새사람이나 바른 사람이나 남의 기준에 맞춰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알리가 그 모든 것들을 이겨내고 스스로의 길을 찾아가기로 한 것만 같아서 많이 응원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에반스 역 황진성 배우 ;
저도 옛날에는 ‘새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많이 부족하고, 나태한 제가 싫어서요. 그리고 매번 실패했습니다. 제가 그리던 ‘새 사람’은 제가 아닌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새 사람’을 꿈꾸지 않습니다. 포기한 것도 아닙니다. 더 이상 ‘새 사람’ 되고자 노력 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지금의 제가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4. 연출님과 배우님의 차기작이 궁금합니다.
*신지인 연출 ; 작가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창작희곡 하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작년에 작/연출하였던 ‘그 광기에 대하여’를 발전시켜 2020년에 재공연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현지선 배우 ; 앞으로 계획된 차기 작품은 없습니다. 열심히 오디션을 보고 기회를 잡아 좋은 작품을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이아흰 배우 ; 다시 또 오디션을 보러 다니면서 차기작을 찾아다녀야 합니다.
*노재노 배우 ; 차기작 없습니다.
*문수영 배우 ; 없습니다. 불러주세요!
*조새연 배우 ; 아직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황진성 배우 ; 아직 정해진 차기작 일정은 없습니다.
여성연출가전은 여성 연출들을 주축으로 2005년부터 다양한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들을 매년 선보여온 연극제이다. 올해는 국내 연출가와 일본, 중국의 연출가와 함께 총 8개 팀이 여성 연출가전에 참여하고 있다. 유지혜 연출의 ‘열차는 밀라노를 막 지나쳤다.(10.30~11.3)’을 마지막 작품으로 제14회 여성연출가전은 막을 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