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심각한 인구 감소로 인해 인조인간을 창조한 디스토피아 세계를 그린 이야기를 공간을 뒤트는 참신한 표현력으로 재탄생시킨 <아웃팅>이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콘텐츠문화광장 스테이지66에서 관객들의 찬사와 응원 속에 이번 연극제로 데뷔하는 안제홍 연출의 첫 작품의 무사착륙을 마쳤다.
50여 년 전, 심각한 인구 감소에 위기감을 느낀 인류는 인조인간을 창조했다.
군사비밀기지 AREA 6에 인조인간에 관한 모든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 최 기자. 그는 후배 꽁치, 천재 발명가 두더지와 함께 그 곳에 잠입하기 위한 철저한 계획을 세운다.
드디어 결행일, AREA 6로 가는 땅굴을 파고 잠입을 하던 그들은 내부 경비들에게 발각되고 마는데...
현실과 디스토피아 세계를 넘나드는 <아웃팅>은 텅 빈 무대에 임의의 선을 그어놓고 공간의 구분을 지으며 미니멀한 공간과 효과 속에서 연극성을 최대한 강조하고 있다. 공간 안에 공간 그리고 또 다른 공간 속에서 등장인물은 직접 대면해서 소통하는 것 뿐 아니라 홀로그램을 통해 대화를 나눈다. 대부분 정해놓은 구역을 통해 움직이지만 돌발적으로 경계선까지 넘나들며 혼란과 혼돈을 지닌 경계의 미학의 공간 속에 갑작스레 들리는 ‘낯선’ 소리는 관객의 상상력의 경계를 흐트러뜨리며 도발한다.
<아웃팅>은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를 통해 인기 작가가 된 김동식 작가의 소설집 ‘회색인간’ 단편 중 한 편을 각색한 작품이다. 김동식 작가는 서울 성수동의 한 아연 주물 공장에서 일해 온 노동자로 글 쓰는 법을 제대로 배운 적은 없지만, 1년 6개월간 300편이 글을 올리며 인기 작가가 된 계기로 지난해 ‘회색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13일의 김남우’ 등 소설집 3권을 동시에 펴냈으며, 올해는 5권을 묶은 박스 세트가 나오기도 하였다.
극단 비밀기지는 ‘다른 사람이 모르는 활동의 거점이 되는 장소’라는 뜻으로, 연극이 현실을 반영한다는 기존의 사실주의 사조가 아닌 오히려 현실이 연극을 모방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사회체제와 우리의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잇는 연극성을 탐구하는 창작집단으로 매 번 뚜렷한 색채, 놀라운 연기력 그리고 독특한 공간 구성으로 관객들을 놀래키고 있다.
극한의 상황에 놓인 인간의 딜레마, 휩쓸리는 대중의 심리 등을 통해 인간의 어두운 면을 그리는 한편, 유머러스하고 따뜻한 감성을 담은 김동식 작가의 긴 여운은 극단 비밀기지가 구현한 <아웃팅> 무대를 통해 또 다른 여운을 길게 남겨 주었다.
- MINI INTERVIEW -
1. 김동식 작가님의 독특한 색채의 소설은 참 신선하고 인상적이었고, 작가님의 세계관은 호시 신이치 작가의 쇼트-쇼트 작품들이 떠오르기도 했고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의 신이 떠오르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작가님의 작품은 극단 비밀기지의 색채와도 너무나 조화로이 어우러진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소설을 첫 연출작으로 만들게 된 계기와 과정들이 듣고 싶습니다.
군대를 가기 전 ‘작품을 한 번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에 서점을 갔습니다. 수많은 책 중 김동식 작가님의 소설집 '회색인간'을 보게 되었고, 그 중 단편소설 ‘아웃팅’이라는 작품을 굉장히 인상 깊게 봤습니다. 쉽고 빠른 전개의 단편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갖고 있는 메세지가 굉장히 날카로웠습니다. 또한 ‘미래사회, SF,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다룬 이 작품을 연극으로 만든다면 고정관념 없이 새롭고 참신한 것들을 많이 발견해내고 놀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고민 없이 작품의 각색을 시작했습니다.
2. AI의 해석에 따르면 지구를 살리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인간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합니다. 극 중 인조인간의 대사들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고민들을 함께 많이 했을 듯 합니다. 연출님과 배우님들은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안제홍 연출 ;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인간은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이유는 없어요.
김남은 배우 ;
인간을 규정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을 하면서 과연 인간이 무엇인지, 인조인간과 인간의 차이가 무엇인지 많이 고민했었습니다. 물리적인 힘에 의해 밝혀지는 차이 말고는 인간과 인조인간을 구분할 수 없었습니다. ‘인간은 그냥 인간이라서 인간이다’ 라는 대사가 생각이 납니다. 저도 그게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인간인지 인조인간인지 의심하는 순간 나는 인조인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이유는 나 자신이 인간이라고 믿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에요. 아이러니하지만 그 믿음을 전제하에 우리는 지금 현재 살아가고 있습니다.
박상윤 배우 ;
이 질문은 끝까지 답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복잡한 생명체이기에 그런 것 같습니다. 로봇에게는 아마 학습하고 반영하기 어려운 윤리문제가 가장 걸림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아웃팅' 속 세상에서는 죽음 외에는 인간과 구분이 안 가는 수준이기에..저보다 머리 좋은 학자분들이 새롭게 정립해주시길 소망합니다.
한성현 배우 ;
인간은 인간적이기에 인간다운 것 같습니다...
인간의 머리 속에 있는 감정, 이성과 지성이 서로 부딪히면서 무언가 선택을 하는 순간, 그 순간이 정말 인간적인 것 같습니다. 인간은 매순간 선택을 하며 살아갑니다. 그 선택이 옳은 선택이든 아니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 것입니다. 평생 우리는 ‘우리가 해왔던 선택들이 과연 옳은 선택이였을까?’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며 살아갑니다. 그 해답은 평생 쉽게 내리지 못합니다. 그러한 순간들이 모여 한 사람의 일생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박철웅 배우 ;
정신. 좀 더 엄밀하게 말하자면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말입니다. 아직까지 인간도 인간이 알 수 없는 어떠한 정신과 마음이 있지는 않을까요? 결국 인조인간도 인간이 발명한 작품일 뿐이라 여깁니다.
조혜안 배우 ;
‘고민하는 것’ 자체가 인간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 뭐가 될 건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해야 나에게 가치 있을지, 어떤 것들을 해야 내가 가치 있어질지, 어떻게 하면 남들에게 도움이 될지 등등을 고민하는 게 인간인 거 같습니다. 그리고 외로움을 느끼는 것과 함께요
김태윤 배우 ;
탁월함에 대해서 논하고, 무엇이 인간다운지를 찾아가는 그 과정 자체가 인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홍성민 배우 ;
선인이건 악인이건 누구나가 각자의 철학과 정의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살면서 모든 것을 지켜가며 살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환희하기도 좌절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인간은 그런 역사들을 기록합니다. 그 기록의 과정에서 인간들은 비밀이라는 것을 만들고 누군가는 그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또 다른 비밀을 만들겠죠. 결국 인간이 가장 인간일 수 있는 이유는 이 비밀을 알고자 하는 욕망 때문 아닐까요? 왜냐하면 인간은 비밀 같은 것을 절대 못 지키니까요.
3. 연출님과 배우님들의 차기작이 궁금합니다.
안제홍 연출 ; 아직 예정된 작품은 없습니다.
김남은 배우 ; 저는 아직 없습니다!
박상윤 배우 ; 연극 작품으로는 내년 2월 차세대연출가전에 배우로 참여하게 됩니다. 자세한 정보는 아직 확정이 안됐기 때문에 비밀입니다.
한성현 배우 ; 아직 차기작 계획은 없습니다.
박철웅 배우 ; 정확한 일정은 아직 모르지만 아마도 내년 2월 달에 대학로에 있는 극장에서 또 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혜안 배우 ; 올해는 11월에 가족공연 ‘하쿠나마타타’를, 내년 초쯤 다른 작품 들어갈 것 같은데 아직 제목은 미정입니다.
김태윤 배우 ; 아직,,, 뭔가 딱히 결정된 작품이나 하자고 하는 일이 없어서,,,,모르겠습니다!
홍성민 배우 ; 아웃팅.....이면 너무 좋겠습니다. 저는 현재 강원도 정선에서 윤정환 연출님의 '아리아라리' 라는 뮤지컬 퍼포먼스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술과 마음이라는 단체에서 이상호 선생님과 함께 '하쿠나마타타' 라는 리듬 퍼포먼스 공연도 준비 중입니다. 또 박정규 연출님, 오민석 배우님과 함께 ‘영안(가제)’이라는 낭독공연도 준비 중입니다.
지난 16일부터 31일까지 콘텐츠문화광장 스테이지66에서 개최된 제9회 서울미래연극제(ST-FUTURE)는 서울연극협회의 주최로 지난 2010년 서울연극제의 신진연출가 발굴 프로그램 ‘미래야솟아라’로 시작되었다. 서울미래연극제는 기발한 표현기법과 참신한 무대 언어로 새로운 연극적 감성을 개발하고, 미래연극의 초석이 될 작품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올해 연극제의 문삼화 신임 예술감독은 20년 연출 경력을 바탕으로 이번 서울미래연극제의 실연심사와 1:1멘토링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더 나은 실패를 향해 새롭게 발전해 나가는 발걸음을 내딛는 참신한 작품이 계속해서 찾아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