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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설화를 모티브로 몽환적이고 강렬한 무대가 기대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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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설화를 모티브로 몽환적이고 강렬한 무대가 기대되는 "프레스코화"

권애진 기자 marianne7005@gmail.com 입력 2019/10/30 00:18 수정 2019.10.30 08:16
앙쥴랭 프렐조카쥬(Angelin Prelijocaj)가 이끄는 ‘프렐조카쥬 발레단(Ballet Prelijocaj)’의 최신작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프랑스 현대 무용의 대표 안무가 앙쥴랭 프렐조카쥬(Angelin Prelijocaj)가 이끄는 ‘프렐조카쥬 발레단(Ballet Prelijocaj)’의 최신작, 중국의 설화를 모티브로 만든 환상적인 모던 발레를 중심으로 머리카락의 움직임까지 춤으로 승화시킨 작품 <프레스코화(La Fresque)>가 오는 11월 1일부터 3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며 관객들에게 인간의 몸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새삼 깨닫게 만들어 줄 예정이다.

앙쥴랭 프렐조카쥬는 20세기 이후 프랑스의 가장 중요한 현대 무용 안무가 중 하나로 인정받는 거장이다. 지난 35년간 50개가 넘는 작품들을 안무한 다작 안무가이지만 여전히 누구보다 독창적이고 세련된 작품을 선보이며 신작을 내놓을 때마다 무용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옛날 옛적에, ‘주효렴’과 ‘맹룡담’이라는 두 명의 여행자가 있었다. 그들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하늘과 땅의 온기를 느끼며 발길 닫는 대로 움직였다. 어느 날, 비와 바람이 거칠게 불어와 그들은 작고 누추한 절에 잠시 몸을 위탁하기로 한다. 순수한 눈을 가진 노승이 그들을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절의 한쪽 벽에는 커다란 벽화가 있었는데, 그 속에는 한 무리의 여인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꽃을 고르고 있는 긴 머리의 여인이 주효렴의 눈을 사로잡았다. 입에는 옅은 미소가 있었고 눈은 반짝였다. 그는 그녀의 모습에 사로잡혀 오랫동안 그림을 바라봤는데, 마치 그녀와 한 공간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갑자기, 주효렴은 자신이 더 이상 절 안에 존재하고 있지 않음을 깨닫는다. 하늘은 파랗고 햇살은 뜨거웠으며, 눈앞에 그림 속에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새 소리가 들려왔고, 긴 머리의 여인이 웃으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정원이 있는 작은 집에 도착하자 뒤를 돌아 그를 보며 웃었다. 주효렴은 홀린 듯 그녀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고, 둘은 마치 오랫동안 헤어져 있다가 만난 연인들처럼 열정적으로 입 맞추고 사랑을 나누었다.

다음 날 아침, 다른 여인들이 집으로 찾아와 그녀의 머리를 올리고 비녀를 꼽아준다. 주효렴은 자신이 긴 머리의 여인의 남편이 되었고, 그녀가 자신의 아내가 되었음을 깨닫는다.

갑자기, 밖에서 소란 소리가 들린다. 금빛 갑옷을 입고 쇠사슬을 든 거대한 남자가 여인들을 모아놓고 무서운 목소리로 이렇게 소리쳤다 “여기 만약 인간이 들어온 사실이 있다면 자백해라. 내가 샅샅이 찾아낼 것이다!” 여인은 새파랗게 질려서 주효렴에게 아무 소리도 내지 말고 침대 밑으로 숨으라고 이야기한다.

한편, 그림을 보고 있던 맹룡담은 주효렴이 갑자기 사라졌음을 알게 된다. 맹룡담은 노승에게 주효령이 어디로 갔는지를 물어본다. 노승은 그림 한켠을 손가락으로 두들기며 이렇게 말한다. “주 선생, 왜 이렇게 오랫동안 머물러 있나요? 당신의 친구가 찾고 있어요”

그러자 주효렴이 벽 속에서 나와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맹룡담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묻자 주효렴은 이렇게 대답한다. “모르겠어. 침대 밑에 숨어 있었고 천둥소리를 들었어. 무슨 일이 있는지 보려고 밖으로 나와 보니 이곳이었어”

두 여행자는 벽화를 바라본다. 긴 머리의 여인은 아직도 그곳에서 꽃을 줍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결혼한 여인처럼 머리를 올리고 비녀를 꼽고 있었다. 그녀의 미소는 약간 복잡한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노승은 그들을 절 밖으로 안내한다. 어느새 비는 멈춰져 있었고, 그들은 아무 말없이 떠났다.

'프레스코화' 공연장면_머리카락 CG 장면(Lafresque-CGS) /ⓒJean-Claude Carbonne(제공=LG아트센터)
'프레스코화' 공연장면_머리카락 CG 장면(Lafresque-CGS) /ⓒJean-Claude Carbonne(제공=LG아트센터)
'프레스코화' 공연사진 /ⓒJean-Claude Carbonne(제공=LG아트센터)
'프레스코화' 공연사진_입맞춤(La basier) /ⓒJean-Claude Carbonne(제공=LG아트센터)
'프레스코화' 공연사진_ (La Fresque) /ⓒJean-Claude Carbonne(제공=LG아트센터)
'프레스코화' 공연사진_ 벽화(La Fresque) /ⓒJean-Claude Carbonne(제공=LG아트센터)
'프레스코화' 공연사진_머리카락(Les cheveux 1) /ⓒJean-Claude Carbonne(제공=LG아트센터)
'프레스코화' 공연사진_머리카락(Les cheveux 1) /ⓒJean-Claude Carbonne(제공=LG아트센터)
'프레스코화' 공연사진_ (Ensemble robes) /ⓒJean-Claude Carbonne(제공=LG아트센터)
'프레스코화' 공연사진_ Ensemble robes /ⓒJean-Claude Carbonne(제공=LG아트센터)

 원작의 주인공이 긴 머리의 여인에게 매혹되는 것처럼 프렐조카쥬의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안무에 아름다운 조명과 의상이 더해지 이 작품에는 머리카락의 움직임이 소재로 등장하는데, 공연이 시작하면 긴 머리카락이 공중에 떠다니는 듯 한 이미지가 그려지며, 그림 속 여인들로 등장하는 다섯 명의 여성 무용수들은 긴 머리카락을 전후좌우로 흔들며 매우 인상적인 군무를 선보인다. 잘 알려진 이야기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탁월하게 재구성하는 프렐조카쥬는 이번 작품 <프레스코화>에서 중국의 몽환적인 설화를 바탕으로 현실과 재현, 꿈과 현실의 경계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탁월한 표현력과 신체조건을 지닌 ‘프렐조카쥬 발레단’은 1996년 <퍼레이드>, <장미의 정령>, <결혼식> 등 세 개의 작품을 선보였고, 2003년 서울세계무용축제에서 <봄의 제전>, <헬리콥터>를 공연하였고, 2012 국제현대무용제 폐막공연으로 <그리고, 천년의 평화>를 공연하였다. 2014년 장 폴 고티에와 협업한 <스노우 화이트>가 현대카드 컬쳐프로젝트로 선보여 공연계에 화제를 모았다. 2016년에는 서울세계무용축제에서 주요 안무작을 모은 <갈라 프렐조카쥬>를 선보였다. 그리고 올해 한국관객들과 처음 만나는 작품 <프레스코화>의 몽환적이고 강렬함이 가득할 것 같은 무대를 또 한 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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