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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표현 사이의 신비로운 관계가 움직임으로 승화된 발..
문화

현실과 표현 사이의 신비로운 관계가 움직임으로 승화된 발레 "프레스코화"

권애진 기자 marianne7005@gmail.com 입력 2019/11/05 06:29 수정 2019.11.05 07:39
‘프레스코화’ 커튼콜 사진 /ⓒAejin Kwoun
‘프레스코화’ 커튼콜 사진 /ⓒAejin Kwoun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17세기에 만들어진 오래된 이야기임에도 오늘날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가상현실과 맞닿아 있는, ‘상징’에 대한 안무로 가득 차 있는 앙쥴랭 프렐조카쥬(Angelin preljocaj)의 발레 <프레스코화(La Fresque)>가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관객들에게 현실과 재현,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오고가는 몽환적인 무대를 통해 놀라움과 감동을 선사하며 서울에서의 공연을 마쳤다.

벽화 속 여인으로 등장하며 느린 속도에 맞춰 비현실적으로 아름답게 움직이는 무용수들의 안무에 집중하다 보면 숨이 가빠진다. 숨을 참고 있다는 것까지 잊게 만들 정도로 머리끝부터 손가락, 발가락 끝까지 작은 움직임들은 에릭 소이어(Éric Soyer)의 숨막히도록 아름답게 디자인된 조명과 어우러져 안무 하나하나에 빠져들게 만든다.

동양의 붓글씨로부터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무대 시작부터 서서히 펼쳐지는 머리카락은 바람에 나부끼는 듯 공간을 가로지르는 붓놀림처럼도 느껴진다. 격렬한 안무가 가득할수록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은 땀이나 화장으로 얼굴에 달라붙는 탓에 깔끔하게 묶은 머리의 무용수가 당연할 것 같은 기제를 너무나 가볍게 피하며 머리카락의 움직임 하나하나까지 수많은 감정을 가득 담은 안무로 승화시켰다.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감싸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으며, 천장에서 내려온 긴 머리카락을 연상시키는 긴 줄들과 머리카락을 이은 상태에서 아크로바틱한 안무를 보여준 무용수들은 관객들의 박수갈채와 탄성을 자아냈다.

느리고 빠름을 오고가는 음악과 동양적 색채가 담긴 북소리, 실로폰 소리 등은 동서양이 한 무대에 펼쳐지는 느낌을 선사하며 공연의 밀도를 더욱 짙게 만든다. 일렉트로닉 듀오 ‘에어(Air(Amour 사랑, Imagination 상상, Reve 꿈))’의 니콜라스 고댕(Nicolas Godin)이 작곡한, 그룹의 의미처럼 현란함과 감미로움 그리고 사랑스러움 까지 오가며 클래식부터 사이키델릭까지 넘나드는 음악의 선율은 우아한 안무와 역동적이고 기묘한 안무들의 숨가쁜 교차를 자연스레 이끌며 색채가 전혀 다른 안무변화의 간극을 전혀 못 느끼게 만들어 준다.

움직임을 시적으로 표현하는 움직임을 춤이라 생각하는 안무가 앙쥴랭 프렐조카쥬의 발레 <프레스코화>에서 등장하는 무용수들은 얼굴 표정이 하나하나 보이지 않음에도 그들의 심정 변화가 세세히 느껴지는 신기한 경험을 관객들에게 안겨 주었다.

‘프레스코화’ 공연 사진 /ⓒJD WOO(제공=LG아트센터)
‘프레스코화’ 공연 사진 /ⓒJD WOO(제공=LG아트센터)
‘프레스코화’ 공연 사진 /ⓒJD WOO(제공=LG아트센터)
‘프레스코화’ 공연 사진 /ⓒJD WOO(제공=LG아트센터)
‘프레스코화’ 공연 사진 /ⓒJD WOO(제공=LG아트센터)
‘프레스코화’ 공연 사진 /ⓒJD WOO(제공=LG아트센터)
‘프레스코화’ 공연 사진 /ⓒJD WOO(제공=LG아트센터)
‘프레스코화’ 공연 사진 /ⓒJD WOO(제공=LG아트센터)
‘프레스코화’ 공연 사진 /ⓒJD WOO(제공=LG아트센터)
‘프레스코화’ 공연 사진 /ⓒJD WOO(제공=LG아트센터)
‘프레스코화’ 공연 사진 /ⓒJD WOO(제공=LG아트센터)
‘프레스코화’ 공연 사진 /ⓒJD WOO(제공=LG아트센터)

 

 
안무가 노트

우리를 매혹시키는 그림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는 비밀 통로가 있을까?

프랑수아 1세도 앙부아즈에 있는 자신을 모나리자에게 이끌어 주는 길을 찾아 헤매던 때가 있었을까?

리히텐슈타인의 왕자도 16세기부터 내려오던 오래된 캔버스를 입수했을 때,

그 캔버스를 부지런히 들여다보면 크라나흐의 비너스로 자신의 몸을 순간 이동할 수 있을 거라고 상상했었을까?

유명한 중국 설화에서 영감을 받은 <프레스코화>는 벽에 걸린 그림이 초월적 장소가 되고

실제 존재하는 육체가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다른 차원으로의 여정에 대해 들려준다.

이 그림의 질문은 안무를 위한 조사의 핵심이다.

또한, 우리 존재에 의문을 제기하는 플라톤의 동굴과 그림자 이야기를 떠오르게 한다.

<프레스코화>의 안무는 현실과 표현 사이의 신비로운 관계를 탐구하고,

고정된 이미지와 움직임, 순간성과 지속성, 활력과 부동 사이의 결합을 만들어내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 중국 설화를 관통하는 상징은

오늘날 현대사회에서 마주하고 있는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에 대한 질문을 불러일으키며

예술이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지난 3일 LG아트센터에서 서울 공연을 마친 발레 <프레스코화>는 내한 이래 최초로 지방에서도 만나 볼 수 있게 되었다. <프레스코화>의 지방 공연은 오는 6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9일과 10일 양일 간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계속된다. 또한 서울 공연과 마찬가지로 부산 지역 안무가와 무용수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오픈클래스’와 관객들의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관객과의 대화’도 부산에서 진행된다. 앙쥴랭 프렐조카쥬 발레단의 연습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오픈클래스’는 오는 5일과 6일 양일 간 부산문화회관 연습동 무용 연습실에서, ‘관객과의 대화’는 오는 6일 공연을 마친 직후 관객들과 함께 한다.

‘프레스코화’ 커튼콜 사진 /ⓒAejin Kwoun
‘프레스코화’ 커튼콜 사진_Clara Freschel /ⓒAejin Kwoun
‘프레스코화’ 커튼콜 사진 /ⓒAejin Kwoun
‘프레스코화’ 커튼콜 사진_Laurent Le Gall(left) /ⓒAejin Kwoun
‘프레스코화’ 커튼콜 사진 /ⓒAejin Kwoun
‘프레스코화’ 커튼콜 사진_Laurent Le Gall(left) /ⓒAejin Kwoun
‘프레스코화’ 커튼콜 사진 /ⓒAejin Kwoun
‘프레스코화’ 커튼콜 사진_Laurent Le Gall(left)e /ⓒAejin Kwoun
‘프레스코화’ 커튼콜 사진 /ⓒAejin Kwoun
‘프레스코화’ 커튼콜 사진_Laurent Le Gall, Clara Freschel /ⓒAejin Kwoun
‘프레스코화’ 커튼콜 사진 /ⓒAejin Kwoun
‘프레스코화’ 커튼콜 사진_Laurent Le Gall, Clara Freschel /ⓒAejin Kwoun
‘프레스코화’ 커튼콜 사진 /ⓒAejin Kwoun
‘프레스코화’ 커튼콜 사진_Laurent Le Gall, Clara Freschel /ⓒAejin Kwoun
‘프레스코화’ 커튼콜 사진 /ⓒAejin Kwoun
‘프레스코화’ 커튼콜 사진_Laurent Le Gall, Clara Freschel /ⓒAejin Kwoun
‘프레스코화’ 커튼콜 사진 /ⓒAejin Kwoun
‘프레스코화’ 커튼콜 사진 /ⓒAejin Kwoun
‘프레스코화’ 커튼콜 사진 /ⓒAejin Kwoun
‘프레스코화’ 커튼콜 사진 /ⓒAejin Kwoun

“춤이란 서로 다른 세계를 넘나들면서도 공통의 감각을 표현해 낼 수 있는 놀라운 언어”라 말하는 앙쥴랭 프렐조카쥬의 발레 <프레스코화>는 놀라운 감각을 전달해 준 무대를 관객들에게 선사하며 그의 다음 작품도 간절히 기다리게 만들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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